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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KANG CHURCH
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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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과 아브라함의 하나님, 너의 하나님
본문말씀 : 창세기 11:1-10, 11:26-12:1
설교자 : 임태일 담임목사
날 짜 : 2024.03.17
- 관리자
- 24.03.16
- 108
“셈과 아브라함의 하나님, 너의 하나님”
(창 11:1-10, 11:26-12:1)
<2024년 3월 17일 사순절 제5주 설교 / 보라색>
●언약은 성경의 중추다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은 ‘언약의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사람과 언약을 맺으시고, 자신이 말씀하신 언약을 반드시 성취해 나가십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성경을 ‘언약의 말씀’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언약은 성경 이야기의 중추를 이룬다”(“Covenant forms the ‘backbone’ of Scripture's storyline”)고 말합니다.<Peter J Gentry, Stephen J. Wellum, God’s Kingdom through God’s Covenants: A Concise Biblical Theology, Crossway>
사람이 정상적으로 앉고 일어서고 걸으려면 다른 어떤 신체 부위보다 ‘척추’(backbone)가 중요한 것처럼,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하나님의 언약에 집중하면서 하나님이 이 언약을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맺고 행하시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면, 하나님이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시고,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선명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어떤 사람과 언약을 맺으셨습니까?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 되는 조건은 무엇입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무런 조건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언약을 위해 사람을 고르지 않으십니다. 성경이 말하는 언약은 모두에게 내려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일 뿐입니다. 다만 언약을 지키지 못하는 ‘실패자’가 있고, 언약을 걷어 차내는 ‘반역자’가 있을 뿐입니다. 사실 성경은 이러한 실패자와 반역자의 이야기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하게 됩니다. “주여, 실패자는 될지언정, 반역자는 되지 않게 하옵소서.”
●‘셈의 하나님’
이러한 하나님의 언약 이야기는 지난주 본문에서 오늘 본문으로 그리고 다음 주 나누게 될 말씀으로 차례차례 이어집니다. 지난주 저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 교향곡 제4번 <셈>”이라는 설교를 통해, 하나님은 노아의 세 아들 ‘셈, 함, 야벳’ 중, 장자 셈을 통해 언약 백성을 만들어가신다는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셈의 족보는 성경에 두 번이나 나옵니다. 지난주 본문인 창세기 10장에도 나오지만, 오늘 본문에도 다시 한번 나옵니다.
지난주에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창세기 9장에 보면 성경 전체를 통틀어 하나님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축복이 ‘셈’에게 내려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무엇일까요?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하나님으로부터 가장 받고 싶은 축복이 무엇입니까?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실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축복이라면 무엇이겠습니까? 창세기 9장 26절을 보면, 술에서 깨어 정신을 차린 노아는 자신의 수치를 덮어주었던 첫째 아들 셈을 축복하며 말합니다. “셈의 하나님(‘엘로헤 쉠’, ~ve yhel{a/)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셈의 하나님!’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이며 감당하기 어려운 축복입니까! 출애굽기 3장을 보면 하나님은 떨기나무에서 모세에게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니라”(출 3:6) 하시며 처음으로 자신을 인간에게 소개하십니다. 세 명의 족장 이름으로 하나님의 언약 계보가 비로소 펼쳐진 것입니다. 이로써 이스라엘의 굴곡진 역사 속에서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라는 이 위대한 언약 계보는 수없이 반복되며 들려졌고, 그것이 이스라엘을 위한 구원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아, 그런데! 이러한 이름으로 ‘언약의 계보’ ‘구원의 계보’가 펼쳐지기 훨씬 전에, 놀랍게도 하나님은 ‘셈의 하나님’으로 소개된 것입니다! 언약 계보의 원조는 ‘셈의 하나님’이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축복합니다. ‘셈의 하나님’이 여러분의 하나님인 것을 믿으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이 ‘셈의 하나님’ 되신 것처럼, 하나님은 오늘 이 시간 ‘00의 하나님, 00의 하나님’이 되어 주심을 믿고 감사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이처럼 언약 계보의 원조인 ‘셈의 하나님’은 셈의 후손을 통해 당신이 이루실 언약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십니다. 그 과정에서 ‘언약의 실패자’도 많고, ‘언약의 반역자’도 많았지만, 셈의 하나님은 멈춤 없이 언약을 성취해 가십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셈과 아브라함의 하나님, 그리고 너의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바벨 심판 이야기
오늘 본문 창세기 11장은 ‘바벨’에서 일어난 심판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도시 바벨은 누가 세웠습니까? 지난주 살펴봤듯이 함의 후예인 ‘니므롯’이 세웠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죄를 짓고 부끄러워 하나님을 피해 숨기라도 했습니다. 가인은 죄를 지은 것이 두려워 거짓으로 모면하려 들기라도 했습니다. 이들은 ‘언약의 실패자’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벨에서 벌어진 인간의 교만은 아담과 하와의 교만을 비웃을 만큼 진화합니다. 이제 인간은 더 이상 하늘의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언약의 반역자’였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 이에 그들이(니므롯)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류하였더라”(11:1-2) 일전에 여러분에게 창세기에 나오는 ‘동쪽’에 대해 강조하며 말씀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동쪽은 ‘타락한 인간의 방향’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를 쫓아내시고 “에덴 동산 동쪽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불 칼을 두셨다”(창 3:24)고 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쫓겨난 방향은 ‘동쪽’이었습니다. 가인은 어땠습니까? 성경은 “가인이 여호와 앞을 떠나서 에덴 동쪽 놋 땅에 거주하더니”(4:16)라고 말합니다. 그도 ‘동쪽’으로 쫓겨났습니다.
몇 주 뒤에 나누겠지만, 창세기 13장에 보면 아브라함과 그의 조카 롯(Lot)이 결별할 때 롯이 택한 방향은 어느 쪽이었습니까? 그는 ‘요단 지역’을 선택했는데, 성경은 말하기를 “롯이 요단 온 지역을 택하고 동으로 옮기니 그들이 서로 떠난지라”(13:11)고 합니다. 롯은 동쪽을 택해 떠났고 결국 타락의 도시 ‘소돔’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오늘 본문에서 니므롯과 그의 후예들도 어김없이 ‘타락한 인간의 방향’인 동쪽을 택해 가더니 시날 평지에 거류하였고, 거기에 바벨을 세운 것입니다.
●적극적 반영의 행태
이어지는 본문을 함께 읽습니다. “그들이 서로 말하되, ‘자, 벽돌을 만들어 견고히 굽자’하고 이에 벽돌로 돌을 대신하며 역청으로 진흙을 대신하고, 또 말하되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자”(11:3-4a)
그들은 ‘서로’ 말합니다. 성경 원문을 보면 “이웃(친구)끼리 말하다”(‘봐-요므루 이쉬 엘-뢰에후’, Wh[ere-la, vyai Wrm.aYOw:,)라는 뜻입니다. 서로 죽이 잘 맞아 의기투합한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 했다고, 오히려 악은 ‘가까운 관계, 친밀한 관계’에서 서로 물들기 마련입니다. 저들은 서로 말하기를 ‘견고하게 벽돌을 구워 탑을 쌓자’고 합니다. “자(‘이리 오라’), 벽돌을 굽자”, “견고히 굽자”(‘뵈니-스레파 리-스레파’, hp'ref.li hp'r>f.nIw>)라고 합니다. 문자적으로 하면 ‘굽고 또 굽자’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저들은 진흙이 아니라 ‘역청’(bitumen or tar)을 바르는데, 여기서 말하는 역청은 오늘날 아스콘의 원료가 되는 끈적끈적한 검은 액체를 뜻합니다. 견고히 굽기도 했지만, 견고히 붙이기도 한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것은 그토록 허술하기 이를 데 없더니 이처럼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반역은 꼼꼼하고 치밀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다음 구절입니다. 4절을 보면, 바벨 인간들은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인간의 세 가지 ‘적극적인’ 반역행위가 드러납니다.
첫째로, “하늘에 닿게 하자”는 말은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하겠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과 같아지겠다는 것입니다. 인류 최초의 타락은 무엇 때문이었습니까? “하나님과 같이 되리라!”(3:5)는 교만 때문이었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바벨 탑 인간들은 아담과 하와의 죄를 반복합니다. 그리하여 하늘의 영역을 침범하려 합니다.
둘째로, 저들은 “우리의 이름(‘쉠’, ~ve)을 내자!”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창세기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이름을 세상에 드높이려 했던 자는 누구였습니까? 창세기 6장 4절이 “그들은 용사라. 고대에 명성(‘쉠’ ‘이름’, ~ve)이 있는 사람들이었더라”고 고발하는 가인의 후예들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바벨 탑 인간들이 하는 짓이 타락한 가인의 후예를 똑 닮아있던 것입니다.
마지막 셋째로, 저들은 “흩어짐을 면하자”고 외쳤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창세기 4장에서 하나님은 가인에게 “너는 땅에서 피하여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4:12b, ‘You will be a restless wanderer on the earth’)고 명령하셨지만, 가인은 이 명령을 가타부타 말도 없이 은근슬쩍 거역하여 놋 땅에 도시를 건설합니다. 이에 반해 오늘 본문의 바벨 탑 인간들은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는 하나님 명령 앞에, ‘우리는 바벨을 지어 흩어지지 않겠다!’ 말하면서 보란 듯이 적개심을 드러낸 것입니다.
●다시 혼돈의 도시로
이러한 함의 후예들이 보이는 사악한 반역행위를 하나님은 더는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저들이 ‘적극적으로 반역하고 배신’한 것처럼, 이제 하나님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심판’하십니다. 저들이 ‘자,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자! 한 것처럼, 하나님은 “자, 우리가 내려가자.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7)고 하십니다. 저들은 ‘흩어짐을 면하자!’고 헛되이 다짐했지만, 하나님은 그들이 손 쓸 새도 없이 “온 지면에 흩어 버리셨습니다”(8,9) 이에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말합니다. 다같이 읽습니다. “그러므로 그 이름을 바벨(Babel)이라 하니 이는 여호와께서 거기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셨음이니라.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더라.”(9)
고대 사회에서 도시 ‘바벨’은 ‘신들의 문’(Gate of gods)이라는 별명이 있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마르둑 신(Marduk)을 비롯해서 많은 신전이 바벨에 세워졌고, 사람들은 신에게 제사하기 위해 바벨로 모여들었던 것입니다.<“The name Babylon is derived from the Akkadian name, Babili, which translates to ‘Gate of God’. Many temples were built in Babylon, including the great temple of Marduk with its associated ziggurat.” “A Case for Babylon”, allmesopotamia.wordpress.com> 이처럼 바벨은 종교 행위를 통해 하늘로 올라가는 ‘신들의 문’이라 여겨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은 이와는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습니다. ‘바벨’은 ‘신들의 문’이 아니라 ‘혼잡한 곳’(chaos), 곧 ‘혼돈의 도시’(City of Chaos)라 명명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난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이었습니까? 하나님은 질서의 하나님입니까? 혼돈의 하나님입니까? 창세기 1장이 말하듯이, 하나님은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을 때”(1:2) “빛이 있으라!”(1:3) 말씀하심으로 ‘혼돈’(Chaos)에 ‘질서’(Cosmos)를 부여하셨습니다. 그런데 바벨 탑으로 인해, 하나님은 똘똘 뭉쳐 살던 인간을 ‘흩으시고’, 하나님을 대적하던 인간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십니다. 다시 ‘혼돈의 세상’을 만드신 것입니다. 하나님이 행하신 창조질서를 ‘번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 이제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인류는 이렇게 혼돈 속에 머물러야 하는 것입니까?
●셈의 족보 재등장과 데라
이처럼 ‘함의 후예’로 인해 인류가 혼돈에 빠져 있을 때, 창세기는 불쑥 ‘셈의 족보’를 비장의 카드로 다시 꺼내 듭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목적(언약)을 이루시기 위해 또 다른 사람을 불러내심으로 약속을 이어가십니다.”<오렌 마틴 지음, 전광규 옮김, 『약속의 땅 성경신학』 부흥과개혁사> 오늘 다 읽지는 않았지만 10절 이하에 나오는 족보가 그것입니다. 셈의 족보는 마지막 26절에서 열 번째 장손인 ‘데라’(Terah)를 소개합니다. 과연 셈의 족보는 혼돈의 세상을 다시 질서의 세상으로 뒤바꿀만한 족보가 되겠습니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27-28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27 데라의 족보는 이러하니라 데라는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을 낳고 하란은 롯을 낳았으며 28 하란은 그 아비 데라보다 먼저 고향 갈대아인의 우르에서 죽었더라”
본문에 나오는 ‘데라’ 가족은 ‘갈대아인의 우르 땅’에 살고 있었고, 그에게는 세 아들이 있습니다.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입니다. 그중 막내 ‘하란’이 ‘롯’을 낳고 고향에서 죽었다고 말합니다. 뒤에 나오겠지만, 막내 하란은 ‘밀가’와 ‘이스가’라는 딸까지 해서 총 세 남매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고대 사회에서 막내가 위로 두 명이나 있는 형들을 제치고 부인을 얻는 것은 망측한 일입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란의 부인이 전혀 소개되지 않는 걸 보면, 막내며느리는 죽거나 도망쳤거나, 여하튼 집에 없습니다. 그가 낳은 세 남매는 부모없이 할아버지와 삼촌들 손에 양육된 것입니다.
게다가 성경은 하란이 ‘아버지 보다 먼저 죽었다’고 합니다(28).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은 너무나도 불행한 일입니다. 우리 말에 이런 슬픔을 “참혹한 슬픔”이라는 뜻으로 ‘참척’(慘慽)이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이 말씀을 성경 원어로 보면 “아버지 면전에서 죽었다”(‘알 페네 테라흐 아비브’, wybia' xr;T, ynEP.-l[;)는 뜻인데, 어쩌면 아버지 데라는 막내 하란이 죽는 끔찍한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봤을지도 모릅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 데라는 심장이 찢어지고 뜯겨나가는 고통을 느꼈을 것입니다.
●불행한 데라의 가족사, 그리고 이주
이어지는 29절을 함께 읽습니다. “29 아브람과 나홀이 장가 들었으니 아브람의 아내의 이름은 사래며 나홀의 아내의 이름은 밀가니 하란의 딸이요 하란은 밀가의 아버지이며 또 이스가의 아버지더라”
막내 ‘하란이 죽었다’는 설명에 이어서 본문은 ‘아브람과 나홀이 장가들었다’고 합니다. 어느 학자는 이 말씀을 두고 “아브람과 나홀이 동시에 합동 결혼식을 올린 것 아니냐?”<왕대일 저, 『아브라함의 믿음, 아브라함의 실수』 종로서적>라고 흥미롭게 해석하지만, 그렇게 특정 짓지는 않더라도, 아버지 데라는 막내를 잃자 서둘러 두 아들을 결혼시킨 듯 보입니다.
아브람은 사래를 아내로 맞았고, 나홀은 죽은 동생 하란의 딸 ‘밀가’를 아내로 맞이합니다. 오늘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고대 사회에서는 종족 보존을 위해 친척 간에 혼인을 하곤 했습니다. 아마도 나홀은 부모 없이 자란 질녀 ‘밀가’를 불쌍히 여겨 그를 아내로 맞이한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30-31절을 함께 읽습니다. “30 사래는 임신하지 못하므로 자식이 없었더라 31 데라가 그 아들 아브람과 하란의 아들인 그의 손자 롯과 그의 며느리 아브람의 아내 사래를 데리고 갈대아인의 우르를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고자 하더니”(30-31a)
이처럼 절박한 상황에서 데라는 두 아들을 결혼시켰지만, 이 집안에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아브람의 아내 사래가 임신하지 못합니다. 고대 사회에서 복 받은 가정의 기준은 오직 하나 ‘다산’(多産)입니다. 농경 사회에서 일손 하나 더 붙는 것은 커다란 복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장손이 자식을 얻지 못합니다. 이에 데라는 다시 한번 좌절하며 가슴이 미어집니다.
분명 동네 사람들은 ‘데라의 집은 저주받은 집!’이라고 손가락질했을 것입니다. 막내 아들 하란은 아버지 보다 먼저 죽었고, 막내며느리는 행방이 묘연합니다. 게다가 장자인 아브람조차 자식이 없으니, 저 집은 저주를 받아 마가 끼었고, 이제 곧 망해버릴 집안이라고 수군댔을 것입니다.
이러한 불행한 가족사를 뒤로하고, 아버지 데라는 가족을 데리고 고향 ‘갈대아인의 우르’를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고자 결심합니다. 고향에서의 비참한 삶을 더는 견디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데라의 가족이 살았던 “갈대아인의 우르”(Ur of the Chaldeans)라는 곳은 ‘북쪽 우르’ 일수도 있고, ‘남쪽 우르’ 일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가 북쪽 우르 출신이었다면, 그는 오늘날 ‘튀르키예 사람’이고, 남쪽 우르 출신이었다면, ‘이라크 사람’이 됩니다.
그러면 이렇게 길 떠난 데라는 목적지 가나안 땅에 도착했던가요? 아닙니다. 본문은 말하기를 “가나안 땅으로 가고자 하더니 하란에 이르러 거기 거류하였으며 32 데라는 나이가 이백오 세가 되어 하란에서 죽었더라.”(31b-32)라고 합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창세기 9장을 보면 인류의 구원을 위해 방주를 만들어 대활약을 펼쳤던 노아의 역할이 다 끝났을 때 성경은 “홍수 후에 노아가 삼백오십 년을 살았고 그의 나이가 구백오십 세가 되어 죽었더라”(9:28-29)고 합니다. 서둘러 그의 사망 소식을 알립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본문은 그토록 기대해 마지않던 데라가 하란에 거주하면서 그의 역할이 끝났음을 알립니다. 데라도 이백오 세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데라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공표한 것입니다. 더 이상 데라에게 기대할 것이 없었던 것입니다.<케네스 매튜스 지음, 권대영 옮김, 『창세기2』 부흥과개혁사>
●‘셈의 하나님’ ‘아브라함의 하나님’ ‘너의 하나님’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셈과 아브라함의 하나님, 그리고 너의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바벨탑 사건으로 인해 세상은 혼돈의 세상이 되었지만, 하나님은 셈의 후예 데라로 인해 자신의 언약을 이어가고자 하셨습니다.
이런 점에서 데라가 하란에 머물렀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본문에서 데라가 “하란에 이르러 거기 거류하였더라(‘와-예세부 솸’)”(They came to Harran, they settled there, ~v' Wbv.YEw:)는 말은 우리가 앞서 살펴봤던 창세기 11장 2절에 함의 자손 니므롯이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류하였더라(‘와-예세부 솸’)”(As people moved eastward, they found a plain in Shinar and settled there, ~v' Wbv.YEw:)는 말과 똑같은 표현이었습니다. 데라는 분명 셈의 후예였지만, 그의 마지막은 함의 후예가 택한 길과 같았던 것입니다.
만약 데라가 하란에 거류하지 않고 목적지인 가나안 땅으로 갔더라면, 어쩌면 우리는 ‘셈의 하나님’ 다음으로 ‘데라의 하나님’을 만났을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의 언약이 셈에서 데라로 이어져, 데라의 이름이 하나님 언약의 울창한 산맥을 이루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하여 아브라함 대신에, 데라의 삶이 성경에 더욱 자세히 기록되어서 우리가 기억하는 ‘언약의 아버지요, 믿음의 조상’은 아브라함이 아니라 데라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 데라의 시대는 끝나고, 창세기 12장 1절은 새로운 출발을 알립니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이 위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아브라함은 ‘복종’으로 응답하였고, 그리하여 우리는 ‘셈의 하나님’에 이어서 ‘아브라함의 하나님’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미국의 제임스 에드워즈(James R. Edwards, 1945-)라는 저명한 노 신학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은 온갖 도전과 두려움과 기쁨을 수반하는 믿음의 모험으로 인간을 부르는 일에 지치는 법이 없으시다.”<제임스 에드워즈 지음, 이지혜 옮김, 『틈입하시는 하나님』 성서유니온>
이처럼 하나님이 여러분을 부르실 때, 믿음으로, 복종으로 응답하여서 ‘셈의 하나님’ ‘아브라함의 하나님’에 이어서, 하나님을 ‘여러분의 하나님’으로 모시기를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여러분 삶이 때로는 도전이고, 고통이며,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힐지라도, 끝내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시고, 인자한 귀로 기울이시며, 여러분의 작은 신음에 응답하시는 언약의 하나님과 동행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