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믿음의 사람들”

(마 10:24-33)

<2023년 6월 25일 순교자기념주일 설교 / 녹색>

●6.25, 민족상잔의 비극

오늘 6월 25일은 이 땅 한반도에 민족상잔의 전쟁이 일어난 지 73주년을 맞이하는 날입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군은 남한을 향해 총과 포를 앞세워 밀고 내려왔습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이 전쟁으로 인해 “한국군과 유엔군, 그리고 북한군과 중공군을 포함해서 총 281만 명”<국가기록원>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이로 인해 이 땅의 백성들은 하루아침에 부모와 자식을 잃고 아비규환의 생지옥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1941년생이셨던 제 아버지도 열 살 남짓 되던 그 어린 나이에 친인척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것을 지켜보았노라고 여러 차례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누군가의 생명이, 목숨이, 폭력에 의해 죽임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공포의 트라우마로 남게 됩니다. 제 아버지는 어린 시절 경험한 전쟁의 공포를 평생 껴안고 사셔야 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근대사에 일어난 민족상잔의 비극이었습니다.

이 전쟁이 더욱 쓰리고 아팠던 것은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라는 캄캄한 터널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일어난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일제의 갖은 수탈과 침략으로 인해 헐벗고 굶주렸던 이 땅의 백성들이 다시금 전쟁으로 고통받아야 했던 것입니다.

●하근찬의 『수난이대』

한국 현대문학 작가 중에 하근찬 선생님(1931-2007)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그 아픈 역사를 『수난이대』라는 작품을 통해 생생하게 그린 적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아버지 ‘박만도’와 아들 ‘박진수’라는 인물이 주인공입니다. 아버지 박만도는 일본군에게 강제 징용되어서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서 한쪽 팔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고향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6.25 전쟁이 일어났고, 이번에는 아들 박진수가 전쟁에 나간 것입니다. 아들이 전쟁에 참전한 뒤, 아버지 박만도는 오매불망 아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이른 아침부터 신이 났습니다. 전쟁에 나간 아들이 돌아오는 날인 것입니다. 이러한 아버지의 기쁜 마음을 소설은 이렇게 씁니다.

“진수가 돌아온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개는 전사했다는 통지가 왔고, 아무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통 소식이 없는데, 우리 진수는 살아서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깻바람이 날 일이다.”<하근찬 지음, 김경원 엮음, 『수난이대』 사피엔스21>

그렇습니다. 전쟁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멀쩡한 자식이었는데 어느 날 전사했다는 통지 한 장을 받고 오열하는 것, 그것이 전쟁이었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조차 없는 것, 그것이 전쟁이었습니다. 사람의 목숨이 파리 목숨처럼 취급되는 것, 그것이 전쟁이었습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고, 마을을 지키고, 국가를 지키기 위해 참전하는 것, 그것 또한 전쟁이었습니다.

아들이 돌아온다는 통지를 받고 아버지는 동구 밖으로 나가서 아들을 기다립니다. 드디어 아들이 돌아왔고 아버지와 아들이 극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 장면을 작가는 이렇게 씁니다.

“‘아부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만도는 깜짝 놀라며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만도의 두 눈은 무섭도록 크게 떠지고, 입은 딱 벌어졌다. 틀림없는 아들이었으나, 옛날과 같은 진수는 아니었다. 양쪽 겨드랑이에 지팡이를 끼고 서 있는데, 스쳐 가는 바람결에 한쪽 바짓가랑이가 펄럭거리는 것이 아닌가. 만도는 눈앞이 노래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한참 동안 그저 멍멍하기만 하다가, 코허리가 찡해지면서 두 눈에 뜨거운 것이 핑 도는 것이었다. ‘에라이 이놈아!’”<하근찬의 『수난이대』 중에서>

일제강점기에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가 한국전쟁에서 다리 하나를 절단하고 돌아온 아들을 만난 것입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외팔이 아버지’가 ‘외다리 아들’을 만난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 소설의 제목은 대를 이어 수난의 역사를 살았다는 의미로 『수난이대』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와 아들은 집으로 오는 길에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했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팔 하나 없는 아버지와 다리 하나 없는 아들이 외나무다리를 어떻게 건널 수 있겠습니까? 잠시 고민했지만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합니다. “진수야, 그만두고 자아 업자. 업고 건느면 일이 다 되는 거 아니가. 팔로 내 목을 감아야 될 끼다”<하근찬의 『수난이대』 중에서> 다리 하나 없는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한쪽 팔로 아들을 업고서 외나무다리를 건넙니다. 아마도 다리를 건너는 내내 복받친 슬픔이 터져 나왔겠지만, 아버지는 울음을 삼키며 아슬아슬하기만 한 외나무다리를 건너기 위해 집중해야 했을 것입니다.

팔 하나가 없고, 다리도 하나 없는 부자가 건너기에 외나무다리는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입니다. 그것은 당시 한국전쟁이 할퀴고 간 우리 민족의 혹독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등에 업고 끝내 외나무다리 건넜던 것처럼, 당시 우리 어르신들은 가족의 생존을 위해 하지 못할 일이 없었습니다. 외나무다리와 같은 위험하고도 두려운 시대를 만났지만,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살아내셨던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앉아계신 어르신들이 바로 그런 아픈 역사를 이겨내신 산증인들이십니다. 특별히 오늘은 감리교회가 지정한 <순교자기념주일>이기도 해서, 오늘 우리는 우리 어르신들과 더불어 이 땅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서 아낌없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 앞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이리에게 보내는 양 같으리라

지난주 우리는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사도로 보내신 위대한 선교 사건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주님은 연약하고 부족한 오합지졸 같은 제자들을 하나님 나라를 위한 제자이자 사도로 삼으셨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긍휼의 사도가 되어 가라”는 제목으로 여러분들과 은혜를 나누었는데, 오늘 본문은 지난주 본문에서 이어지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긍휼의 사도”를 세상에 내보내시되 그냥 내보내시는 게 아니라, 그들이 사도로서 어떤 자세를 갖추고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세상에 나가게 되면 어떤 일을 겪게 될 것인지 주의 사항과 함께 당부의 말씀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그럴 것입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세상에 내보내는 것은 마치 물가에 어린아이를 내보내는 것처럼 불안-불안해서 노심초사할 일이었습니다. 지난주에 살펴보았듯이 제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들 중 누구 하나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없습니다. ‘한 사람씩’ 놓고 봐도 그랬지만, 열두 명이라는 ‘공동체’로 봐도 그저 오합지졸일 뿐이지, 그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위한 거룩한 사명을 맡기기란, 마치 의과 대학을 갓 입학한 신입생에게 위험한 심장 수술을 내맡기는 것처럼 못 미더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를 부르실 때는 그저 “나를 따라 오라!” 외마디 말씀으로 부르셨지만, 사도로 내보내실 때는 많은 말로 꼼꼼한 당부를 하십니다. 오늘 본문에는 나오지 않지만, 마태복음 10장 9-10절을 보면, 첫째로 주님은 “금이나 은이나 동을 가지지 말고, 여행을 위해 배낭이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마 10:9-10)고 하시면서, 사도들은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오직 말씀 전하는 일에만 사력을 다하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복음 전하는 사람들은 그냥 쫄쫄 굶고 헐벗고 가난하게 살아야 하느냐?’ 그건 아니었습니다. 주님은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일꾼이 자기의 먹을 것 받는 것이 마땅함이라”(마 :1010b)고 하시면서, 사도들이 복음을 전할 때, 그들의 필요가 마땅히 채워져야 한다(마 10:11)고도 말씀하십니다. 그래야 사도들도 마음 놓고 복음 전하는 일에만 매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첫 번째 당부의 말씀이었습니다.

둘째로 예수께서는 사도들이 세상에서 박해와 핍박을 받게 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마 10:17, 23). 그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에 주님은 이를 두고 비유로 말씀하시기를 마치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마 10:16)고 하십니다. 기억하십니까? 지난주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무리를 지극히 불쌍히 여기신 나머지 그들이 마치 “목자 없는 양처럼”(마 9:36) 보일 정도라 하셨습니다. 이제 곧 사나운 이리 떼에게 물려 목숨을 빼앗길 양처럼 불쌍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도들의 운명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셨습니까? “목자 없는 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이제 사도들은 아예 “양을 이리에게로 보내는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사도들은 그들의 목숨을 빼앗고자 달려드는 박해와 핍박으로부터 달아나기는커녕, 오히려 ‘박해와 핍박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라 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두 번째 당부의 말씀이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오늘 본문은 이러한 두 가지 당부에 이어지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부활의 주님을 만난 그리스도인이라면 그 어떤 순간에라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말씀입니다. 가히 부활 신앙의 핵심적인 가르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주님은 아주 간명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즉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너희로 하여 두려움을 조장할 것이고, 두려움은 너희 영혼을 사로잡고자 할 것이지만, ‘그러지 말라’ 하십니다.

인간이 두려워하는 것 중에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인간은 궁극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시대에 따라 많은 학자들이 죽음에 대해 언급하고, 죽음을 극복한 것처럼 포장된 사상을 말해왔지만, 결국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현실을 피하지 못할뿐더러, 죽음 앞에 의연한 척은 할 수 있겠지만, 막상 죽음이 눈앞에 찾아왔을 때 두려움 없이 죽음을 마주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잘 아는 독일의 문호 볼프강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는 그의 나이 75세가 되었을 때, 어느 젊은 문학도에게 죽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75세가 되니 이따금 죽음에 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네. 그럴 때면 내 마음은 더없이 편안해진다네. 왜냐하면, 우리의 정신은 절대 파괴되지 않는 존재라 굳게 확신하기 때문이지.”<요한 페너 에커만 지음, 장희창 옮김, 『괴테와의 대화1』 민음사>

이 편지에서 괴테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오히려 “편안해진다네” 라고 말하고 있으니, 괴테는 마치 죽음을 정복한 사람처럼 담담하게 죽음을 생각하는 듯 보입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5년이 흐른 뒤, 괴테의 나이가 80세를 넘었을 때, 그는 50년 넘게 가까이 지내던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이런 말을 남깁니다. “죽음은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예기치 않게 찾아오네. 익숙한 이 세상으로부터, 조금도 짐작할 수 없는 저 세상으로, 우리를 바꿔버린다네. 너무나 폭력적(강제적)으로 말일세.”<요한 페너 에커만 지음, 장희창 옮김, 『괴테와의 대화2』 민음사>

괴테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5년 전만 해도 “죽음은 인간의 정신을 파괴할 수 없다”고 하면서 “내 마음은 더없이 편안하다” 이렇게 말하던 사람이, 시간이 흘러 더 나이를 먹게 되고, 갑작스럽게 친구가 죽는 일을 경험하게 되자, 죽음이란 “예상치 않게 찾아오는 폭력적인 것”이라 절규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한마디로, 결국 괴테는 죽음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수없이 많은 작품을 통해 삶과 죽음을 찬미했던 저 위대한 독일의 문호도 죽음 앞에서는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라

오늘 본문에서 주님은 두려움에 대한 두 가지 중요한 말씀을 주십니다. 첫째로, 주님은 28절에서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실 수 있는 이를 두려워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둘째로,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주님은 29-31절에서 말씀하시기를, “참새도 아버지가 허락하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귀하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예수께서는 이 두 가지 가르침을 통해 무엇을 말씀하신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예수께서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가르침은 “두려워하지 말라”가 아니라 오히려 “두려워하라!”는 것입니다. 두려워하되 “하나님을 두려워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온통, 문제투성이입니다. TV를 켜고 뉴스를 보면, 연일 이어지는 국내외 소식으로 인해 우리를 근심케 하는 일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죽음의 소식, 기후 이상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문제, 그리고 복잡다단해서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기 어려운 가족의 문제라든가, 질병의 문제, 또한 미래를 예상할 수 없는 경제적 압박감으로 인해 현대인들은 매일같이 잡다한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우리 삶에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이와 같은 세상이 주는 두려움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모시긴 모시되, 중심에 모시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하나님을 신뢰하긴 하되, 적당히 신뢰하는 게 문제입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긴 하되, 필요할 때만 두려워하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가 만약 그렇다면 그런 신앙을 하나님을 온전히 두려워하는 신앙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영국의 복음주의 신학자인 마이클 리브스(Michael Reeves)는 이렇게 못 박아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하나님께 든든히 닻을 내리고 있지 않기에, 막연한 불안이 가득 찬 상태로 놓여 있다.” 여러분, 우리의 닻은 어디에 내려져 있습니까? 하나님입니까? 하니면 세상입니까?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마음 속에서 주님을 향한 두려움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때, 다른 모든 두려움은 가라앉는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혹시 우리의 신앙은 그렇지 못하고 세상을 향한 두려움, 세상으로부터 오는 두려움이 더 중요하고, 하나님은 세상이 두는 두려움을 완화시키기 위한 임시방편이나 임기응변으로 여기는 것은 아닙니까?

또한, 마이클 리브스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주님을 두려워하는 이들은 그분의 자비와 사랑과 긍휼을 안다. 그들은 자신이 하나님의 품 안에 받아들여졌으며 그분의 보호 아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분이 그들을 기뻐하신다는 것을 안다.”<마이클 리브스 지음, 송동민 옮김, 『떨며 즐거워하다』 복있는사람> 여러분, 이것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하나님을 참으로 두려워하는 사람은 그 어떤 일이 우리 삶 가운데 일어난다 하더라도 하나님 앞에 겸손히 나와 앉을 수 있는 사람이고 세상을 향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인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자비에 온 몸을 풍덩 담글 수 있는 사람인 것입니다.

오늘 <할렐루야 찬양대>가 “이 험한 세상 지낼 때 주께서 인도해 주시니 나 모든 것, 나 이기며, 내 주 따라 살리라”<“Jesus Leadth Me” by Mary Mcdonald>고 노래한 것이 바로 이러한 신앙을 뜻합니다. 이 노래의 제목이 “주 날 인도하시네” 였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이십니다. 주님이 나를 인도하십니다. 나 모든 것 이기며 내 주 따라 살겠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고백에 은혜를 받으면서도, 마치 그 은혜는 그저 한번 듣고 버리는 ‘일회용품 은혜’였기라도 한 것 마냥, 은혜는 은혜대로 받지만,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인해 여전히 노심초사하고, 근심된 마음과 얼굴로 사는 것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합당한 삶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믿음의 사람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히브리서 11장은 <믿음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11장 1절은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선진들이 이로써 증거를 얻었느니라”(히 11:1)고 시작하면서, 이후로 11장 전체를 통해 오직 하나님만을 두려워하며 믿음으로 살았던 아브라함, 야곱, 모세와 같은 선진들의 위대한 삶을 조명해줍니다.

그런데 35절부터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35절 이하는 말하기를 “어떤 이들은 더 좋은 부활을 얻고자 하여 심한 고문을 받되 구차히 풀려나기를 원하지 아니하였으며, 또 어떤 이들은 조롱과 채찍질뿐 아니라 결박과 옥에 갇히는 시련도 받았으며 돌로 치는 것과 톱으로 켜는 것과 시험과 칼로 죽임을 당하고 양과 염소의 가죽을 입고 유리하여 궁핍과 환난과 학대를 받았다”(히 11:35-37)고 합니다. 이처럼 하나님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순교조차도 두렵지 않을 위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극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음 구절인 히브리서 11장 38절은 이런 이들을 찬양하기를, “이런 사람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느니라”(The world was not worthy of them)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주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은 간단하고도 명료합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라”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이사야는 말하기를 “여호와를 경외함(두려워함)이 네 보배니라”(사 33:6)고 했습니다. 잠언서는 말하기를 “사람을 두려워하면 올무에 걸리게 되거니와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안전하리라”(잠 29:25)고 했습니다. 어느 영어 찬송가의 가사를 보면, “성도들아, 그분을 두려워하자. 그리하면 다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으리니!”(“Fear Him, ye saints, and you will then Have nothing else to fear” Through all the changing scenes of life의 5절)고 노래합니다.

민수기 14장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데스 바네아에 이르렀을 때, 8명의 가나안 정탐꾼들은 자기 스스로 깎아내리고, 그들을 애굽에서 구원하신 하나님을 멸시하면서 가나안 사람들로 인해 두려워 떨었습니다. 하지만 여호수와와 갈렙은 말하기를, “그 땅 백성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우리의 먹이라. 그들의 보호자는 그들에게서 떠났고 여호와는 우리와 함께 하시느니라.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민 14:9) 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와 같이 하나님만을 두려워함으로, 세상 그 어떤 두려움으로부터 자유함을 얻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히브리서가 말한 것처럼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믿음의 사람”이 되어 우리 삶과 우리 가정과 교회와 세상을 향한 사도적 사명을 잘 감당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