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와 있는 구원을 위한 세 가지 조건”

(이사야 40:1-11)

<2023년 12월 10일 대림절 제2주 / 성서주일 설교 / 보라색>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오늘 2부 예배 후에는 우리 교회가 2023년을 결산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당회로 모입니다. 당회를 준비할 때면 여러 생각이 교차합니다. 충성을 다해 주님 뜻에 복종한 일도 가끔 있긴 하지만, 그러지 못한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의미 있게 사역이 진행된 것도 제법 있지만, 습관적이고 형식적인 결과에 만족할 때도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님의 은혜로 살고자 다짐하면서 행복지수가 높아 감사한 일도 많았지만, 그러지 못하고 불평하며 살아온 날도 많아서 얼굴이 저절로 붉혀집니다. 아마 여러분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는 ‘당회’가 있는 오늘 대림절 둘째 주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이사야 40장을 묵상하면서, 저는 오늘 설교 제목을 “이미 와 있는 구원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준비했습니다. ‘조건’이라 했지만, 사실 우리가 반드시 들어야 할 예언자의 ‘소리’이자 주님의 ‘말씀’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주신 말씀을 통해서 우리의 신앙은 어디까지 와 있고, 얼마나 성숙한 신앙의 자리에 서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예언자 이사야가 우리에게 묻고, 말을 걸어올 때 정직하게 응답하는 이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작가 앤서니 도어(Anthony Doerr, 1973-)가 쓴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All the Light We Cannot See)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에 사는 “마리”라는 앞 못 보는 소녀와 독일에 사는 “베르너”라는 고아 소년이 세계 2차 대전이라는 끔찍한 전쟁을 각각 소녀의 눈으로 그리고 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소설입니다. 내용을 보면 ‘마리’라는 소녀의 아버지는 개인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전 유럽 어린이들에게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통해서 어린이들이 미래를 꿈꾸고 세상을 밝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방송을 독일에 살던 고아 ‘베르너’도 애청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때만 해도 아직 전쟁이 일어나기 전이었습니다.

어느 날 라디오 방송에서 마리의 아버지는 말합니다. “뇌는 완전한 암흑 속에 갇혀 있어요. 뇌는 두개골 속 깨끗한 액체 속에 떠 있거든요. 빛 속에 있는 게 절대 아니랍니다. 그런데도 뇌가 정신 속에 지어 올리는 세계는 빛으로 가득합니다.” 조금 어려운 얘기 같지만,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그가 말하는 것은, 인간의 뇌는 사람의 몸 안에 있기 때문에 햇빛을 받지 못하고 늘 캄캄한 암흑 속에 있지만, 사람이 환한 빛을 볼 수 있고, 그 빛을 생각하며 그리워할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둠 속에 존재하는 뇌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런 설명에 이어서 마리의 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눈을 떠요. 그 눈으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걸 찾아봐요.”<앤소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1권, 민음사> 그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비록 지금 당장 빛을 볼 수 없고, 어둠으로 캄캄한 세상을 살더라도, 마음의 눈을 뜰 수 있는 사람은 빛을 향해 걸어갈 수 있다’는 강렬한 교훈을 유럽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있던 것입니다. 여러분, 어둠 속에 마음의 눈을 뜰 수 있는 사람, 세상이 캄캄하더라도 그 가운데 빛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을 어떤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요? ‘예언자’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일이 있은 지 몇 년 뒤에 세계 2차 대전이 일어나고, 라디오를 애청하던 독일의 베르너는 독일군으로 참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쟁 중에 프랑스에 살던 소녀 마리가 아버지를 대신해서 비밀리에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면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사건을 다루는 이 소설인데요. 2015년에 작가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예루살렘의 멸망과 이사야

지난주 설교에서 “바빌론 포로”라는 아픈 역사에 따라서 이사야서는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첫째는 이사야 1-39장으로, 이 부분은 남-유다 백성들이 바빌론 포로로 잡혀가기 이전까지의 상황을 배경으로 합니다. 둘째는 이사야 40-55장으로, 이 부분은 남-유다가 끝내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간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로 이사야 56-66장은 남-유다 백성들이 바빌론 포로에서 벗어나 예루살렘에 귀환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사야 40장입니다. 배경은 무엇입니까? 남-유다의 거의 모든 백성이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간 상황입니다. 그 과정은 3차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남-유다의 촉망받던 소년 ‘다니엘’은 부모로부터 강제로 떨어져 첫 번째 포로가 되어 여러 왕족과 함께 바빌론에 끌려갔습니다. 두 번째 포로기에는 1만여 명의 예루살렘 귀족들과 함께 젊은 제사장이었던 ‘에스겔’이 바빌론에 사로잡혀 갔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로, 바빌론의 느부갓네살 왕은 극소수의 사람만 남겨 놓고 남-유다 백성 대부분을 바빌론으로 끌고 갔습니다. 남겨진 예루살렘은 활활 불타올랐고, 거리마다 시체가 즐비한 끔찍한 도시로 전락하고 만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소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에 보면 전쟁 폭격으로 인해 마을이 폐허가 되고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어있는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끔씩 공장까지 걸어서 출근하는 길에 그들은 시신, 재로 변한 바짝 마른 시체, 미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을린 사람들을 본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시신을 볼 때도 있는데, 금방이라도 일어나 그들과 함께 터덜터덜 걸어서 일하러 갈 것 같아 보였지만, 그들은 깨어나지 않는다.”

바빌론에게 멸망 당한 예루살렘도 이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도성으로 ‘시온성’이라 칭송받던 예루살렘은 바빌론 군인들에게 짓밟히고 불에 타 황폐해져서, 마치 싹둑 잘려나간 채로 새카맣게 불에 그을린 그루터기 마냥 처량한 모습으로 남았습니다. 거룩한 하나님의 도시는 이제 시체 썩는 냄새를 찾아 광야로부터 달려 온 들짐승이 배회하는 죽음의 도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제 남-유다에게는 소망이 없습니다. 미래가 없습니다. 더 이상의 꿈도 없습니다. 재생이라든가, 회생이라는 단어는 그저 사치일 뿐입니다.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 이사야가 남-유다 백성들에게 전하는 예언자의 소리는 무엇입니까? 예언자의 소리는 말문을 엽니다. “너희의 하나님이 이르시되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 너희는 예루살렘의 마음에 닿도록 말하며 그것에게 외치라. 그 노역의 때가 끝났고 그 죄악이 사함을 받았느니라.”(사 40:1-2a)

●철옹성 바빌론 성

예루살렘의 상황에 미루어 볼 때, 예언자 이사야의 말은 어떻습니까? 상식적으로 그의 말은 사리에 어긋납니다. 바빌론 포로로 잡혀가 있는 남-유다 백성들에게 예언자의 소리는 속된 말로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일 뿐입니다. 예언자 이사야가 뭘 모르고 하는 정신 나간 소리로 들리기만 했을 것입니다. 예언자의 말을 듣고 남-유다 백성은 말하기를 ‘아무리 예언자라 해도 상대를 봐 가면서 말해야 할 것 아니냐?’ 했을 법합니다.

상대는 누구입니까? 천하를 호령하는 바빌론 제국입니다. 바빌론 제국은 여전히 성성하고, 그들의 무력과 위세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습니다. 그림으로 보시는 것처럼 바빌론 제국의 성벽은 철옹성이요,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습니다. 고대 역사가인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성의 둘레가 “66킬로 미터”에 높이가 “24미터”가 넘었으며, 거기에 수많은 “감시탑”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바빌론 성의 압권은 성의 정문(Ishtar)입니다. 벽돌을 구워 성벽을 만들었고, 천연 아스팔트를 접착제로 사용했을 정도로 매우 견고하고 튼튼합니다. 보기만 해도 위압감을 느끼게 합니다. 성 안에는 “20년 먹을 양식을 비축하고 있었으니”,<헤로도토스 지음, 천병희 옮김, 『역사』 도서출판 숲> 도리어 공격하러 온 군대가 먹을 게 없어서 돌아가야 할 형국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언자는 “너희의 하나님이 이르시되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 그 노역의 때가 끝났다!”고 말하니, 대체 이 무슨 소리란 말입니까? 생각해보니, 이처럼 믿지 못할 예언을 남발했던 사람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람들로 하여 ‘정신나간 사람’ 취급 당한 사람이었습니다. ‘예레미야’입니다. 그는 예언하기를,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니라. 바빌론에서 칠십 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돌보고 나의 선한 말을 너희에게 성취하여 너희를 이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렘 29:10)고 했습니다. 누가 믿었을까요? 아무도 안 믿었습니다.

대체, 예언자란 어떤 사람입니까?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는 사람이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현실과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입니까? 철옹성 같은 바빌론 성벽에는 아랑곳없이 예레미야가 “70년”이라는 기한을 내세우니, 그 장단에 맞추어 이사야는 얼씨구나 “내 백성을 위로하라! 그 노역이 끝났다”며 근거도 없이 ‘예루살렘의 봄’이 올 것을 예언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예루살렘의 봄은 왔습니까? 오지 않았습니까? 왔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꿈에서조차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예루살렘의 봄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무너진 바빌론 성과 벨사살 왕

그렇습니다. 예루살렘의 봄은 폭풍처럼 왔습니다. 바빌론 제국은 하루아침에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에게 멸망 당하고 말았습니다. 문자 그대로 하루아침에 말입니다. 하지만 고레스는 칼을 휘두르지도 않고 이 싸움에서 이겼습니다. 어떻게 이겼습니까? 바빌론 성 안에 있던 일군의 사람들이 스스로 육중한 문을 활짝 열어서 페르시아의 고레스를 “점령군이 아닌 해방자”로 환영하며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역사는 고레스가 바빌론 성을 “전투 없이” 손쉽게 점령했다고 말합니다.<에드윈 야마우찌 지음, 박응규·조용성 옮김, 『페르시아와 성경』 CLC>

저들이 고레스를 환영하며 스스로 성문을 열어 준 이유는 무엇입니까?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당시 바빌론의 와이었던 벨사살이 자기들이 수천 년 전부터 대대로 믿어 왔던 “마르둑”(Marduk) 신을 경시 여기고, “신”(SIN)이란 이름의 ‘달의 신’을 숭배해왔기 때문입니다.

지도를 잠깐 보시면, 이 지역 메소포타미아는 어느 국가가 패권을 잡던지, 수천 년 동안 “마르둑 신”을 숭배해왔습니다. 그런데 유독 벨사살 왕과 그의 선대 왕은 ‘마르둑’이 아닌 ‘달의 신’(SIN)을 숭배했던 것입니다. 이에 마르둑 신을 숭배하던 사제들과 동조자들은 “외국인과 손을 잡더라도 마르둑 신이 복원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기들처럼 마르둑 신을 숭배하던 페르시아의 고레스에게 기꺼이 성문을 ‘철커덩’ 열어준 것입니다.<레온 J. 우드 지음, 김의원 옮김, 『이스라엘의 역사』 CLC>

그림을 잠깐 보시면, 이 그림은 존 마틴(John Martin, 1789-1854)이라는 영국의 화가가 1821년에 그린 <벨사살 왕의 연회>(Belshazzar’s Feast)라는 그림입니다. 바빌론 제국의 벨사살 왕은 무사태평으로 천 명의 귀족을 불러다가 화려한 연회를 열어 흥청망청 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벨사살 왕은 과거 느부갓네살 왕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탈취해온 성전 집기들을 가져오게 해서 그것으로 술잔과 음식 담는 그릇으로 사용했던 것입니다. 하나님을 모독하고 예루살렘 성전을 두 번 죽인 것입니다.

이날 벨사살 왕이 연회를 벌이고 있을 때, 희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사람의 손가락이 나타나서 석회벽에 글자를 씁니다.(단 5:5) 그 모습을 본 벨사살 왕은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그 모습에 대해서 성경은 “얼굴 빛이 변하고 그 생각이 번민하여 넓적다리 마디가 녹는 듯하고 그의 무릎이 서로 부딪친지라.”(단 5:6)라고 묘사합니다.

두렵고 다급한 마음에 왕은 글자를 해석할 사람을 찾습니다. 그러나 바빌론 제국 그 어떤 사람도 이 글자를 해석하지 못합니다. 그러자 왕은 나라에서 제일 지혜롭다 하는 한 사람을 그 자리에 소환해 부릅니다. 당시 대략 나이 80이 넘은 유대인 노인, 그의 이름은 ‘다니엘’이었습니다. 다니엘은 벽에 적힌 글자를 읽어주는데, 곧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MENE, NENE, THKEL, PARSIN), 그 뜻을 해석해주기를, “하나님이 이미 왕의 나라를 끝나게 하셨고, 왕의 나라가 나뉘어 메대와 바사(페르시아) 사람에게 준 바 되었다”(단 5:26-28)고 말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다니엘서는 기록하기를 “그날 밤에 왕 벨사살이 죽임을 당하였다”(단 5:30)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언자는 보았다!

이처럼 바빌론의 멸망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소리소문없이 왔습니다. 바빌론을 멸망시킨 페르시아의 고레스는 곧바로 다음 해에 유다 백성들에게 칙령을 내려 말하기를, “바사(페르시아) 왕 고레스가 이같이 말하노니 하늘의 신 여호와께서 세상 만국을 내게 주셨고 나에게 명령하여 유다 예루살렘에 성전을 건축하라 하셨나니 너희 중에 그의 백성된 자는 다 올라갈지어다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함께 하시기를 원하노라”(대하 36:23)

이러한 칙령에 따라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유다 백성들은 시편 126편에서 노래하기를,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리실 때에 우리가 꿈꾸는 것 같았도다!”(1절)며 노래합니다. 그 누구도 이러한 미래를 예상하지 못했지만, 예언자는 그것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현실은 암담했고, 역사는 비참했지만, 그 가운데 하나님은 일하셨고, 자신의 계획과 섭리를 바쁘게 펼치셨습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알아본 사람은 오직 예언자뿐이었던 것입니다.

시인 박목월 선생님은 “개안”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나이 60에 겨우 꽃을 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神이 지으신 오묘한 그것을 그것으로 볼 수 있는 흐리지 않은 눈. 어설픈 나의 주관적인 감정으로 채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꽃, 불꽃을 불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박목월 지음, 이남호 엮음, 『박목월 시전집』 민음사>

시가 말하는 것처럼, 이사야의 눈은 하나님의 뜻과 계획과 섭리를 속속들이 내다볼 수 있는 불꽃으로 타올랐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주저하지 않고 담대하게 선포하기를 “너희의 하나님이 이르시되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 그 노역의 때가 끝났다”고 말한 것입니다. 예언자 이사야의 눈에는 하나님의 구원이 저들 앞에 이미 성큼 다가와 있었던 것입니다.

●세 가지 예언의 소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처럼 저들 앞에 펼쳐질 하나님의 구원을 전하기 위해서 이사야는 본문에서 세 가지 소리를 말합니다. 이 소리는 포로로 잡힌 남-유다 백성만을 위한 소리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향한 예언자의 소리로 들으시기를 바랍니다. 어느 신학자가 말한 것처럼, 이 소리를 단지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소리’만이 아니라,(‘전달하는 이사야’). 우리를 ‘설득하는 소리’(‘설득하는 이사야’)입니다.<도널드 E. 고웬 지음, 차준희 옮김, 『구약 예언서 신학』 대한기독교서회> 예언자에게 설득당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 첫 번째 소리는 3절에서 큰 소리로 공명합니다. “외치는 자의 소리여 이르되 너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하게 하라.” 이 말씀은 누구에 의해서 성취되었습니까? ‘세례자 요한’이었습니다. 그는 이사야의 말처럼,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되어 하나님의 구원을 선포하며 온 백성에게 회개를 촉구하였고, 이로써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오실 길을 준비한 구약의 가장 마지막 예언자였습니다.

두 번째 소리는 6-8절로 울립니다. “말하는 자의 소리여 이르되 외치라 --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의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여러분,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이 되어서” 우리에게 오신 분은 누구십니까?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고자, 스스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영원한 말씀, 말씀의 소리”는 누구였습니까?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이처럼 첫 번째 소리는 세례자 요한에 의해서, 두 번째 소리는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성취되었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전해 주신 소식을 우리는 “좋은 소식, 아름다운 소식” 곧 “복음”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오늘 본문이 말하는 세 번째 소리는 무엇입니까? 그 소식은 ‘좋은 소식이요 아름다운 소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소리’여야 합니다. 이에 9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름다운 소식을 시온에 전하는 자여, 너는 높은 산에 오르라. 아름다운 소식을 예루살렘에 전하는 자여, 너는 힘써 소리를 높이라. 두려워하지 말고, 소리를 높여 유다의 성읍들에게 이르기를 너희 하나님을 보라 하라!”

●영적인 예루살렘으로 가라!

예언자 이사야는 첫 번째 요한의 소리와 두 번째 예수의 소리를 지나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여러분은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는 세 번째 소리입니다!” “여러분은 시온과 예루살렘과 유다 성읍에 전하는 소리입니다” 우리는 소리입니다. 시온성 예루살렘은 물론이고 유다 성읍은 아직 황폐합니다. 들짐승만 배회하는 까맣게 타버린 절망의 도시입니다. 그 캄캄한 절망을 향해 누군가 아름다운 소식을 들고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루살렘은 우리 외부에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교사님들의 사역이 그만큼 감사하고 소중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예루살렘은 우리 안에 있기도 합니다. 황폐하고 비루한 유다 성읍은 우리 안 가장 깊은 곳에 아집과 독선으로 꽁꽁 숨겨져 있을 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혹시 오늘 예배하는 여러분 중에 지난 2023년,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예루살렘에 살듯 살아온 분이 계십니까? 한치도 예측할 수 없는 답답함 속에서 한 해를 질질 끌 듯 살아온 분이 계십니까? 무엇을 해도 잘 안 되고, 안 풀리고, 어제도 힘들었고, 오늘도 힘들었는데, 내일도 힘들 것만 같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십니까? 더 나은 신앙과 삶의 도약을 구하기는커녕, 바빌론 같은 현실의 무게에 눌려서, 늘 입에 불평과 핑계를 달고 살지는 않으셨습니까?

마지막으로, 여러분 중에 지난 2023년 나는 예배자로 살기에 실패하고, 기도하지 않았고, 하나님 말씀을 읽지도 않고, 그 말씀에 복종하지도 않고, 전하지도 않았다 하는 분이 계십니까? 그렇다면 오늘 이사야의 선포를 여러분의 신앙을 깨우는 예언자의 소리로 받아먹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예언자는 그렇게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오늘 말씀은 바로 그런 우리를 향한 예언자의 소리인 줄로 믿습니다. 우리 교회를 향한, 한국 교회를 향한 예언자의 소리입니다. “너희 마음이 황폐한 예루살렘이었다면, 그곳에 믿음과 사랑과 소망의 아름다운 소리를 울려야 한다”고 예언자는 말합니다. 이러한 세 번째 소리로 살면서,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며 살 때, 오늘 본문 마지막절 11절은 우리에게 약속합니다. “목자 같이 양떼를 먹이시며 어린 양을 그 팔로 모아 품에 앉으시며 인도하시는” 이러한 주님의 은혜가 다가오는 성탄절과 새해를 바라보며 준비하는 여러분의 삶 가운데 언제나 가득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