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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자비로운 예수 그리스도시여!”

(눅 9:28-36)

<2025년 2월 9일 주현 후 제5주 설교 / 녹색>

●유모토 가즈미의 『살아있다는 것』의 낯선 아저씨

지난 1월 20일에 『살아있다는 것』(유모토 가즈미 글, 사카이 고마코 그림, 북뱅크)이라는 제목의 일본 그림책이 하나 출간되었는데, 아시다시피, 우리 집은 첫째와 막내 아이가 17살 차이가 나서 아이들을 오래 키우다 보니 그림책 볼 일이 다른 집에 비해 많습니다. 이번에 산 그림책을 읽고 나서 잠시 먹먹한 마음이 들었는데, 책 내용이 이렇습니다.

어느 날 어스름한 저녁에 한 소년이 다리 위에서 강물을 내려다보면서 “지금 여기서 강으로 뛰어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골똘해 있었습니다. ‘무슨 어린 아이가 그런 끔찍한 생각을 하냐?’고 하는 분도 계실 텐데, 통계에 따르면 “작년 일본 1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합니다. 작년에만 527명의 소년이 자살로 생을 마감해서 해마다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일본 10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 홍석재 기자, hani.co.kr>, 아마도 작가가 그런 일본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여 쓴 책인 것 같습니다.

이처럼 소년이 다리 위에 있을 때 때마침 남루한 옷차림의 한 아저씨가 소년 옆에 와서 말을 겁니다. “강을 좋아하니?” “다리를 좋아하니?” 하지만 소년은 대답하지 않습니다. 사실 소년은 지금 여러 이유로 마음이 몹시 상해 있었는데, 훔치지도 않은 책을 훔쳤다고 누명을 써서 친구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기도 했고, 학교에서는 학원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만히 있는 소년에게 아저씨는 “호수를 본 적 있니?”하고 물으면서, “네가 배가 고플 때, 울 때, 숨이 차도록 달릴 때, 화가 날 때도 너에게는 너만의 호수가 있단다.”라고 다정하게 말합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이게 무슨 소리지?’하고 어리둥절하고 있는 소년에게 아저씨는 마치 자기가 한 말을 증명해 보이려는 듯이, 그림으로 보시는 것처럼 양손으로 귀를 가만히 막으면서 “멀리서 물소리가 들릴 거야.”라고 말합니다. 소년은 아저씨가 보여준 행동을 무심코 따라 하면서 피식 웃지만, 아저씨가 떠난 뒤에, 그 동작을 반복하면서 정말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저씨는 소년에게 두 가지로 다가갔는데, 첫째로 “말”로 다가갔고, 둘째는 “행동”으로 다가가 소년을 위로하고 격려했습니다.

이후로 소년은 아저씨의 “말”을 떠올리면서 종종 양손으로 귀를 막는 “행동”을 따라 하곤 했는데, 훗날 소년은 어느덧 훌쩍 자라서 이때의 일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때때로 귀를 손으로 지그시 눌러 막은 채 물소리를 들을 때가 있어. 낮 동안의 소리가 오래도록 몸속에서 울려서 쉬이 잠들지 못하는 그런 밤에 말이야.”<『살아있다는 것』 중에서>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이지만 어른에게도 큰 교훈을 줍니다.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에 휩슬리지 말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는 소중한 교훈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아저씨는 “말과 행동”으로 소년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참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예수와 그리스도

여러분 인생에도 혹시 이런 아저씨와 같은 존재가 있었던가요? 외롭고 지치고, 슬프고 화나고, 억울하고 분해서 잠 못 이룰 때, 혹 어떤 분이 여러분을 찾아간 적은 없던가요? 여러분 삶에 그런 존재가 찾아오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림책의 아저씨가 소년에게 “말”에 이어 “행동”으로 위로한 것처럼, 성경에 보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언제나 “말씀과 행동”으로 구원의 길을 친히 가르치시며 보여주셨습니다. 말씀과 행동(Words and Deeds), 이 두 가지는 예수님 사역에 필수적 요소였던 것입니다<Gregory J. Riley, Words and Deeds: Jesus as Teacher and Jesus as Pattern of Life, The Harvard Theological Review Vol 90, No4.>.

이처럼 하나님의 아들로서 이 땅에 오신 주님을 우리는 마치 고유명사처럼 “예수 그리스도”라고 부르는데<제임스 던, 『예수』 비아토르>, 엄밀히 말하면 “예수”는 주님이 이 땅에 계실 때 사람으로서 사용한 이름이고, “그리스도”는 그러한 예수님을 향한 사람들의 호칭입니다. “예수”(VIhsou/j)라는 이름은 원래 구약성경에 나오는 “여호수아”([;vuAhy>) 또는 “요슈아”라는 이름을 헬라어로 표기한 것인데, “여호와는 구원이시다”라는 뜻입니다. 사실 예수님 시대에 이 이름은 어디서나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선호하던 흔한 이름이었습니다.

반면에 “그리스도”(Cristo,j)는 잘 아시다시피 이스라엘 백성이 자신들을 구원할 자로 기다리던 “기름 부음을 받은 자” 곧 “메시아”(x;yvim')라는 말을 헬라어로 옮긴 말입니다. 빌립보 가이사랴에서 베드로가 예수님을 향해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 16:16)라고 고백한 뒤로, “예수 그리스도”라는 고백은 모든 믿는 그리스도인에게 절대적이며 표본이 되는 고백이 된 것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2천 년 전 베들레헴에서 태어나 갈릴리를 거니셨던 예수가 그토록 기다리던 메시아 그리스도인 것을 고백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본문의 배경

오늘 우리는 지난주에 이어서 누가복음 9장의 말씀을 나누고자 하는데, 본문은 예수께서 몇몇 제자들과 함께 산에 올라가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하신 사건을 전해줍니다. 평범한 목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 하늘의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하셨으니, 그야말로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름에 걸맞은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몇 주 째 계속 말씀드리지만, 예수께서는 누가복음 6장에 나오는 <평지설교>에서 “듣고 행함”에 대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7장, 8장 그리고 오늘 본문이 속해 있는 9장으로 이어지는 본문을 보면, 예수께서는 ‘잘 듣고 행하라’는 가르침을 계속해서 주십니다. 앞서 그림책과 비교해서 잠시 말씀드렸지만, 예수께서는 많은 경우 직설적인 “말씀”으로 가르치시면서도 때로는 귀신을 내쫓고 병자를 고치는 “행동”으로 가르치셨습니다. 그래서 7장부터 오늘 본문인 9장까지를 살펴보면, 너무나도 주옥같은 주님의 “말씀”이 있고, 깜짝 놀랄만한 주님의 기적적인 “행동”이 즐비합니다.

하지만 답답하게도 제자들은 요지부동입니다. 표를 잠깐 보시면, 누가복음 9장 전반부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으로는 “병 고치는 능력과 권위”(1절)을 주시기도 하고, ‘행동’으로는 오천 명을 먹이십니다(10절). 이어서 저 유명한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9:23)는 제자도의 핵심적인 가르침도 주시지만, 주님의 말씀과 행동이 위대할수록 제자들은 그만큼 형편없습니다. 주님은 갖은 방법을 다 사용해서 참된 제자를 양성하려 하지만 저들은 마이동풍이요 우이독경이기만 합니다.

●제8일에 오르심

이러한 일들 후에 예수께서 오늘 본문에서 보듯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9:28)를 데리고 산에 올라가셔서 하늘의 휘황찬란한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신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주님이 세 명의 제자에게 이런 일을 행하신 것은, 어쩌면 ‘하다 하다 안 되니까’, 곧 아무리 말씀을 가르치고 행동으로 보여줘도 안 되니까, 주님이 하늘의 영광을 보여주시려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본문은 예수께서 제자에게 행하신 매우 특별한 가르침입니다. 열두 명 전체를 데려가시는 것보다는, 세 명만 골라서 특수훈련을 시키시려는 뜻이 담겨 있을 법합니다. 이런 눈으로 본문을 읽으면서 주목해야 할 것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본문에 보면, 예수께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9:23)는 특별한 가르침을 주신 지 “제 팔일이 되어” 산에 오르셨다는 점입니다. 성경이 안식일인 토요일을 ‘제 칠일’이라고 부르는 걸 생각하면, 여기서 ‘제 팔일’이라고 하는 것은 일요일을 뜻합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형용할 수 없는 하늘 영광으로 변모된 것은 딱 두 번입니다. 한번은 오늘 본문이고, 다른 한 번은 주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셨다가 부활의 모습을 입고 나타나신 때입니다. 주님은 ‘안식 후 첫날’ 곧 “제 팔일”인 “주일”에 부활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제 팔일’에 영광의 모습으로 변화하신 것은 훗날 안식 후 첫날에 입게 될 ‘영광의 부활 모습’을 미리 보여주신 사건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셨다

둘째로 예수께서는 “모세와 엘리야”를 만났습니다. 보통 예수께서 이때 모세와 엘리야를 만난 것을 두고 ‘율법의 대표자인 모세와 선지자의 대표자인 엘리야를 만났다’고 해석하곤 하는데, 모세는 분명 율법을 대표하는 게 맞지만, 엘리야가 선지자를 대표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선지자를 대표한다면 ‘이사야’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둘은 분명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두 사람은 모두 하나님의 성산에 올라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출애굽기 19장을 보면, 모세가 시내산에 올랐을 때 그는 빽빽한 구름과 연기와 나팔 소리가 들리는 영광스럽고 신비로운 현상을 목도합니다. 그러던 중에 “여호와께서 산에서 그를 불러 말씀하셨다”(출 19:3)고 합니다. 시내산에서 모세가 경험한 것은 <말씀 사건>이었습니다.

열왕기상 19장을 보면 엘리야는 아합왕과 그의 부인 이세벨을 피해 광야에 있는 로뎀나무 아래에서 하나님께 죽기를 청하다가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의 도움을 받습니다. 이에 엘리야는 힘을 내어 벌떡 일어서서 40일 밤낮으로 걸어 호렙산에 도착했는데(왕상 19:8), 모세가 시내산에 올랐을 때처럼, 이때도 역시 바위를 부술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고, 지진이 나고 불이 나는 신비롭고 영광스러운 현상 중에 “여호와의 말씀이 그에게 임하니라”(왕상 19:9)고 말합니다. 엘리야가 호렙산에서 경험한 것도 <말씀 사건>이었습니다.

이처럼 모세와 엘리야는 둘 다 ①산에 올랐고, 거기서 ②하나님의 영광을 경험했으며 ③말씀 사건을 경험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본문을 보면 예수께서 산에 올라 영광 중에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서 하신 일에 대해서 이렇게 씁니다. “문득 두 사람이 예수와 함께 말하니 이는 모세와 엘리야라”(30) 본문에서 일어난 일도 다름 아닌 <말씀 사건>인 것입니다.

모세와 엘리야, 두 사람은 공통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둘 다 “어디에서 어디로 떠난 사람들”입니다. 모세는 어디에서 어디로 떠났습니까? 출애굽기가 말하는 것처럼 그는 애굽을 떠나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간 사람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출애굽”(Exodus)이라고 부릅니다. 그의 최종 목적지는 ‘하나님이 약속하신 땅’이었습니다. 그러면 엘리야는 어디에서 어디로 떠났습니까? 열왕기하 2장을 보면 그는 회오리바람을 타고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로 직행한 사람입니다(왕하 2:11).

이처럼 모세와 엘리야 둘 다 최종 목적지로 떠난 사람들인 것을 생각하면, 본문 31절에서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서 장차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엑소더스’, e;xodoj, departure)하실 것을 말했다”(31절)는 것의 의미가 드러납니다. 여기서 ‘별세’라는 우리말은 보통 ‘자기보다 어른이 세상을 떠났을 때 사용하는 말’인데, 성경 원어로 보면 흥미롭게도 이 표현을 ‘출애굽’을 의미하는 ‘엑소더스’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그러면 모세가 약속의 땅으로 떠났고, 엘리야가 하나님 나라로 직행했던 것처럼, 이제 예수께서 예루살렘을 떠나 최종적으로 행하실 일은 무엇입니까?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주님은 거기서 십자가 사건을 당하셨고, 이후 제 8일에 부활하십니다. 그리하여 누가복음 24장 51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께서 축복하실 때에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지시니”(눅 24:51) 주님이 최종적으로 지상에서 행하신 일은 “승천”이었던 것입니다.

●한발 늦는 제자들

세 번째로 본문에서 우리는 “한발 늦는 제자들”을 봅니다. 설교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본문에서 예수께서 제자 셋을 골라 산에 오르신 것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과 행동으로 제자들을 가르치셨지만, 전혀 반응도 없고 알아듣지 못하는 그들에게 주님은 하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시는 특별한 훈련을 위해 가셨습니다.

그러면 본문에서 예수님이 무엇하실 때 하늘의 영광이 나타났습니까?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원더우먼처럼 빙그르르 한 바퀴 돌면서 모습을 바꾸셨던가요? 슈퍼맨처럼 회전문을 돌면서 변하셨던가요? 아닙니다. 본문은 예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산에 올라가신 목적이 “기도”였고, “기도하실 때 용모가 변화되고 그 옷이 희어져 광채가 났다”(29절)고 말합니다. 땅에 계신 ‘예수’께서 기도하시자 하늘 영광의 ‘그리스도’의 몸을 입으신 것입니다. 무엇을 통해서? 기도를 통해서!

그러므로 저는 “기도는 이-세상에서 저-세상으로 넘어가는 유일한 비밀 통로”라고 정의합니다. 또한 “기도는 땅의 것과 하늘의 것을 맞바꾸는 유일한 교환소”라고도 정의해봅니다. 기도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 마음에 들어오는 근심, 걱정, 두려움과 같은 땅의 것들을 믿음과 소망과 용서, 그리고 사랑과 같은 하늘의 것으로 교체하는 시간이요, 장소인 것입니다. 예수께서 기도하실 때 영광의 모습을 입었다는 것은 그런 뜻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중요한 순간에 제자들은 “깊이 졸았다”(32)는 것입니다. 그 중요한 장면을 조는 바람에 못 보고 놓친 것입니다. 그러더니 33절을 보면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떠날 때”가 돼서야 베드로는 황급히 깨어서 ‘초막 셋’을 짓겠다면서 횡설수설을 늘어놓습니다. 그런 베드로의 모습을 성경은 고발하기를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도 알지 못하더라”(33)고 비틀어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였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제자들은 그렇게 많이 늦은 것은 아닙니다. 한발 늦은 겁니다. 축구 경기에서 골키퍼가 골을 먹는 것은 한발 늦기 때문입니다. 전철을 놓치는 것도, 마감을 제때 지키지 못하는 것도 많이 늦어서가 아닙니다. 대부분 한발 늦어서 그렇습니다. 격렬하게 주먹과 발을 주고받는 격투기 종목을 생각해보십시오. 한발이 뭡니까? 반발, 반의 반발로 승패가 결정됩니다. 기도는 그런 것입니다.

이처럼 기도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 ‘한발 앞서 나가게 하는 것’이고, 기도하지 않는 것은 언제나 ‘딱 한발 늦는 일’입니다. 한발 차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기도하는 사람과 기도하지 않는 사람이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진 뒤에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그 한발의 차이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오늘 제자들이 보여준 모습이 그랬던 것입니다. 한발 늦었을 뿐인데 주님이 모세와 엘리야와 이 중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기도로 땅과 하늘을 연결하신 예수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누가복음은 다른 복음서에 비해서 유독 예수께서 기도하신 것을 두드러지게 강조합니다. 다른 복음서에서는 굳이 말하지 않지만, 누가복음은 기도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아주 많이 알려주고 있는데, 예수님은 세례받으실 때 기도하셨고(3:21), 사역을 마치신 뒤에도 한적한 곳에 가셔서 기도하셨습니다(5:16, 9:18). 산에 가셔서 밤이 새도록 기도하신 적도 있고(6:12),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기도하시기도 했습니다(9:18, 11:1).

십자가를 앞두시고 겟세마네 정원에 가셔서는 땀이 핏방울같이 될 정도로 간절히 기도하셨고(22:44), 심지어 십자가에 달리셔서 죽어가실 때도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라고 용서의 기도를 하셨고(23:34), 숨을 거두실 때는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23:46)라는 마지막 기도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이처럼 기도하신 예수님을 생각해보면,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이 굳이 기도하실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앞서 누가복음 본문에서 살펴본 것처럼, 예수님은 ‘항상’ 기도하셨습니다. 오히려 ‘기도하지 않고 행하신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도하셨습니다. 때로는 조용히 기도하셨겠지만, 때로는 땀이 핏방울이 될 정도로 힘쓰고 애쓰며 기도하시기도 했습니다. 기도는 예수님의 삶이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러한 본문 말씀을 몇 가지로 요약하며 설교를 마치고자 합니다. 첫째로, 믿음 있는 사람은 기도하는 사람이고, 기도하는 사람이 믿음 있는 사람입니다. 종교개혁가인 존 칼빈(John Calvin, 1509-1564)은 기도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기도는 믿음을 실천하는 최상의 방법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 매일 하나님 은혜를 받습니다.”<『기독교 강요』 복있는사람>

믿음 있는 사람은 즉흥적으로 기도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기도할게요’ ‘기도하고 있어요’라는 말로 때우는 사람이 아닙니다. 믿음 있는 사람은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기도의 자리’와 ‘기도의 시간’을 철저하게 구별해서 기도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도합니다. “오, 나의 자비로운 예수 그리스도시여! 나를 붙드소서!”

둘째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도는 이-세상에서 저-세상으로 넘어가는 유일한 비밀 통로”입니다. 예수께서 기도로 영광의 모습으로 변하신 것은 ‘이-세상과 저-세상을 연결하신 일’이었습니다. 오직 기도로만 그런 일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가르쳐주신 것은 기도하는 사람은 하늘의 것을 이 땅에서 미리 맛보아 알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도합니다. “오, 나의 자비로운 예수 그리스도시여!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내게서도 이루어 주소서!”

마지막 셋째로, 기도하는 일은 한발 앞서는 일이요, 기도하지 않는 일은 한발 늦는 일입니다. 신학자 칼 바르트는 “악의 권세가 위험한 것은 그것이 음흉하고 교활한 권세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기도』 복있는사람>. 사탄은 우리를 잘 압니다. 그는 교활하게도 우리로 하여 꼭 한발만 늦도록 방해하는데, 한발 정도는 괜찮지 않겠냐고 안심을 시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발 늦어서 허탈합니다. 한발 늦어서 무기력해집니다. 한발 때문에 신앙이 자라지 못하고 언제나 제자리를 맴돌기만 합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절대 한발 늦지 않습니다. 항상 기도하는 사람은 항상 이길 만큼 언제나 반발 앞서고 반발 빠릅니다. <기도의 사람>으로 알려진 E. M. 바운즈(E.M. Bounds, 1835-1913)라는 미국감리교회 목사님이 있습니다. 그분이 쓰신 대표적인 책이 『은혜는 기도를 타고 내려온다』(브니엘)라는 이미 기도에 관한 고전이 된 책인데, 책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제목처럼 예수께서 기도하신 것은 땅에서 하늘로 향하는 기도의 사닥다리를 놓으신 것입니다. 이로써 하나님 은혜는 언제나 기도를 타고 오기에, 하나님을 향해 세워진 기도의 사닥다리가 끊겨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처럼 기도할 때, 나약하고 초라한 우리의 일상은 기도를 타고 내려온 은혜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구원 역사의 장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기도합니다. “오, 나의 자비로운 예수 그리스도시여! 험한 세상에서 인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