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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허벅지에서 난 언약 백성들”

(창 46:1-6, 26-30)

<2024년 11월 10일 성령강림 제25주 선교사복지주일 설교 / 녹색>

●‘예레크’의 의미(허벅지, 허벅다리, 허리)

오늘 본문 창세기 45장과 46장에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요셉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 아버지 야곱이 드디어 애굽에 내려가 요셉을 만나는 감동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저는 이 본문으로 “어긋난 허벅지에서 난 언약 백성들”이란 제목으로 여러분과 은혜를 나누고자 하는데, 제목에 ‘어긋난 허벅지’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을 생각하면, 야곱과 관련해서 어떤 사건이 떠오르십니까? 야곱이 ‘얍복강에서 하나님과 씨름한 사건’이 생각납니다. 창세기 32장을 보면, 형 에서에게 죽을까 두려워서 얍복 강을 건너지 못하는 야곱에게, 느닷없이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그의 샅바를 붙잡고 씨름을 겁니다. 그 장면을 성경이 묘사하기를 “그가 야곱의 허벅지(‘예레크’ 허벅다리, 허리) 관절을 치매 야곱의 허벅지 관절이 그 사람과 씨름할 때에 어긋났더라”(창 32:25)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허벅지’를 뜻하는 히브리어는 “예레크”(%rey")라고 합니다.중요한 말이라서 조금 설명을 드리자면, 이 말은 “허벅지, 허벅다리, 허리” 등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이처럼 허벅지가 어긋난 야곱이 똑바로 걸을 수 없어서 성경이 “허벅다리(예레크’)로 말미암아 절었더라”(32:31)고 말할 때도 같은 단어입니다. 고대 농경 사회에서 허벅다리나 허리가 고장 나는 것은 치명적인 일입니다. 밖에 나가 일하기 어려운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긋난 허벅지’는 야곱의 ‘연약함’, 야곱의 ‘부족함’, 그리고 ‘야곱의 결핍’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창세기 35장을 보면, 하나님이 ‘벧엘’에서 야곱을 축복하시는데, 그 축복하는 내용이 참으로 역설적이면서도, 경이롭습니다. 창세기 35장 11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이 그(야곱)에게 이르시되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생육하며 번성하라. 한 백성과 백성들의 총회가 네게서 나오고 왕들이 네 허리(‘예레크’, 허리, 허벅지, 허벅다리)에서 나오리라”(창 35:11)

하나님의 백성이 어디에서 나온다고 합니까? 하나님과 씨름하다가 어긋난 야곱의 허리(허벅지, 허벅다리)로부터 나온다고 합니다. 멀쩡한 허벅지였으면 좋았겠지만, 어긋난 허벅지로부터 났으니 저들은 태생부터 연약합니다. 태생부터 부족하고, 언제나 결핍 속에 있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언약 백성으로 살고자 하면서도, 매일 실패를 경험하는 우리처럼 말입니다.

그러면 이처럼 연약한 언약 백성이 강하고 담대하게 살아갈 방법은 무엇일까요? 허벅지나 허리 수술이라도 받아야 할까요? 그것이 하나님의 방법일까요? 이런 점에서 저는 오늘 본문 말씀을 통해서, 어긋난 허벅지에서 나온 연약한 백성들과 함께하시고, 우리가 약할 때, 우리의 강함이 되어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에 대해 여러분과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루리의 『긴긴밤』처럼

지난 2021년에 출간되었다가 올해까지 꾸준히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긴긴밤』(루리, 문학동네)이라는 아동소설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얼마 전까지 총 50만 부가 팔릴 정도로, 어린이는 물론이고 전 세대에 걸쳐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책입니다. 책의 내용은 아주 단순합니다. 소설에는 ‘노든’이라는 이름의 코뿔소와 ‘치쿠’라는 이름의 펭귄이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주인공 노든은 인간에게 학대받아서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고 동물원을 탈출한 코뿔소인데, 그렇게 탈출해서 길을 가다가 치쿠라는 펭귄을 만나서, 둘이 함께 바다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에 마치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노든과 치쿠는 서로를 의지한 채 여행하면서, 소설 제목처럼 ‘긴긴밤’을 함께 보냅니다. 때로는 무섭고,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막막하기만 했던 ‘긴긴밤’이었지만, 그 긴긴밤을 통과해서 저들은 마침내 바다에 도착하게 됩니다(치쿠는 죽고, 알에서 태어난 ‘나’가 바다에 도착한다). 코뿔소 노든과 펭귄 치쿠가 긴긴밤을 보내며 나누는 대화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 몇 주간 만나고 있는 요셉의 삶을 생각해보면, 애굽에 노예로 팔려온 뒤로 요셉은 ‘얼마나 많은 긴긴밤을 보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고향에 계신 아버지 생각에 잠 못 이뤘을 것이고, 자기를 노예로 팔아먹은 괘씸한 형들 생각에 울화가 치밀기도 하는 시리고 아픈 ‘긴긴밤’을 보냈을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노예가 되어,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을 강제로 해야 하는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생각하면, 그는 하얗고 긴 밤을 보내야 했을 것입니다.

이런 긴긴밤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긴긴밤을 보내는 방법은 딱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 시간을 불평과 불만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뒤에 더 삐뚤어지고, 더 비관적이고, 더 사납고, 비판적인 사람이 되는 방법입니다. 자기 영혼에 상처를 내는 경우입니다. 요셉도 그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셉은 이 방법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소개한 소설에서 코뿔소 ‘노든’에게 펭귄 ‘치쿠’가 함께한 것처럼, 그래서 코뿔소 노든이 화를 참지 못할 때마다 펭귄 치쿠가 그를 위로하고 달래주었던 것처럼, 요셉이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그 ‘긴긴밤’을 통과할 때, 그에게는 하나님이 함께하셨습니다. 요셉은 기를 쓰고 하나님의 임재를 인식하면서 ‘하나님 나와 함께하시니, 나도 하나님과 함께하리라!’ 다짐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신세가 아무리 비참하고 처량해도, ‘하나님은 지금 나와 함께하신다!’고 선포하며 사는 방식, 그것이 요셉이 택한 길이었습니다. 그 결과 요셉이 형제들을 만나 화해할 때, 요셉의 삶이 ‘증오와 갈등’이 아니라 ‘화해와 용서’로 자리매김하는 그 감동적인 모습에 우리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요셉, 형제들을 만나 울다-1

이러한 감동적인 내용을 보여주는 창세기 44장을 넘어 창세기 45장으로 넘어오면, 드디어 요셉은 꿈에 그리던 형제들 앞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형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자 시험했었지만, 요셉은 이제 더는 자기 정체를 숨길 수 없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감동적인 장면 중에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는 그 장면을 조금 길지만 함께 읽겠습니다.

“1 요셉이 시종하는 자들 앞에서 그 정을 억제하지 못하여 ①소리 질러 모든 사람을 자기에게서 물러가라 하고 그 형제들에게 자기를 알리니 그 때에 그와 함께 한 다른 사람이 없었더라 2 요셉이 큰 소리로 우니 애굽 사람에게 들리며 바로의 궁중에 들리더라 3 요셉이 그 형들에게 이르되 나는 요셉이라 ②내 아버지께서 아직 살아 계시니이까 형들이 그 앞에서 놀라서 대답하지 못하더라 4 요셉이 형들에게 이르되 내게로 가까이 오소서 그들이 가까이 가니 이르되 ③나는 당신들의 아우 요셉이니 당신들이 애굽에 판 자라 5 당신들이 나를 이 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④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창 45:1-5)

이 장면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로 요셉이 우는 모습이 이전과 다릅니다. 창세기 전체에서 요셉은 총 ‘다섯 번’ 눈물을 흘리는데, 그중에 지금 ‘세 번째’로 눈물을 흘립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요셉이 형제들을 만나 마음이 북받쳐서 “사람을 피해 다른 곳에 가서 울고” 돌아왔는데(창 42:24, 43:30), 지금 세 번째로 요셉은 사람들에게 소리를 질러 “자기에게서 물러가라” 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다른 방으로 피하고 자시고 할 겨를조차 없었던 요셉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마음에 폭풍 눈물을 흘렸던 것입니다.

둘째로 요셉은 아버지의 안위를 묻고 있습니다. 요셉이 아버지와 헤어진 지 벌써 20년이 넘었고, 헤어질 당시 아버지 야곱의 나이는 벌써 110세였습니다. 이미 돌아가셨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던 상황에서 요셉은 “내 아버지께서 아직 살아 계시니이까?”라고 묻습니다. 그 목소리에 절규가 묻어있는데,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이것은 단지 골육지정으로 그리운 아버지를 찾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요셉과 형제들, 요셉과 아버지 야곱이 만나는 장면을 그저 눈물바다를 이루는 ‘신파극’으로만 이해하면, 그것은 본문의 내용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야곱은 누구입니까? 그는 요셉의 아버지이기 이전에, 아브라함, 이삭으로 이어지는 ‘하나님 언약 백성의 조상’입니다. 그러므로 요셉이 야곱을 찾고, 그를 만나려는 것은, 이제 요셉과 그의 형제들이 ‘언약 백성의 후예’로서 자리매김할 것을 예표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셉, 형제들을 만나 울다-2

셋째로 요셉은 과거에 형들이 행한 일을 가감 없이 말합니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일 뿐, 숨기지 못합니다. “복수불수”(覆水不收)라 했다고, ‘엎지른 물’은 다시 담지 못합니다. 형들이 요셉을 노예로 판 일은, 그것이 실수였든 뭐였든, 피해 당사자인 요셉이 용서하기 전에는 그대로 남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일을 당한 요셉의 반응에 우리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런 점에서 마지막 넷째로, 요셉은 자신에게 일어난 불행을 자신의 눈이 아니라 하나님의 눈으로 해석합니다. 요셉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 이 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이 말은 어느 날 하나님이 갑자기 나타나셔서 ‘요셉아, 사실 말이지, 내가 많은 생명을 구원하기 위해 너희 형제들을 시켜서 너를 애굽에 팔아먹게 했노라!’고 말씀하셨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요셉이 이렇게 생생하게 고백할 수 있는 것은, 그 처참한 긴긴밤을 보낼 때, 그와 ‘함께 하신 하나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요셉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아니라, 그 힘겨운 상황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과 하나님의 계획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지난주 우리가 살펴본 “요셉의 형통”이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감동적으로 형제들과 화해한 요셉은 집착이라도 하듯이 ‘아버지’를 연거푸 찾습니다. “형님들, 속히, 지체 말고, 아버지를 내게로 데려와 주시오!”라고 요청합니다. 그래서 이어지는 창세기 45장 9-11절을 보면, 요셉이 아버지를 모시고 내려오라고 형들에게 요청하는 이 짧은 구절에서 ‘아버지’를 아홉 번이나 부를 정도입니다.

이후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되어서, 형들은 다시 가나안에 올라가 아버지 야곱에게 “요셉이 살아있고 애굽 총리가 되었다”(45:26)고 전합니다. 그 믿을 수 없는 말을 듣고, 아니나 다를까 처음에 야곱은 믿지 못했지만, 드디어 믿게 됩니다. 20년 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요셉이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감격하는 야곱의 심경에 대해 성경은 말하기를 “이스라엘이 이르되 족하도다! 내 아들 요셉이 지금까지 살아 있으니 내가 죽기 전에 가서 그를 보리라!”(45:28)고 말합니다.

●드디어 브엘세바, 하나님이 언약을 갱신하시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본문은 여기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야곱, 곧 ‘이스라엘’은 모든 소유를 이끌고 가나안을 떠나 그리운 아들 요셉이 있는 애굽으로 향합니다. 본문 1절을 보면, 애굽으로 가던 중 야곱은 “브엘세바”에 이르러서 그의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께 희생제사를 드렸다고 성경은 말합니다(46:1).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언약 백성의 조상으로서 야곱의 여정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완성된다고 했습니까? “브엘세바에서 브엘세바까지”입니다. 브엘세바를 떠나 그 머나먼 여정을 걸었던 야곱이 드디어 브엘세바에 온 것입니다.

여기 브엘세바에서 하나님은 야곱의 환상 중에 나타나셔서 그에게 마지막 언약을 주십니다. 3-4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3 하나님이 이르시되 나는 하나님이라 네 아버지의 하나님이니 애굽으로 내려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①거기서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4 ②내가 너와 함께 애굽으로 내려가겠고 ③반드시 너를 인도하여 다시 올라올 것이라”(창 46:3-4)

하나님이 ‘애굽까지 함께 가겠다’는 실로 놀라운 약속입니다. 본문에 밑줄을 그었지만, 이 언약은 어디서 많이 보던 언약입니다. 오래전 야곱이 벧엘에서 돌베개를 베고 잠들었을 때, 하나님이 꿈속에 나타나 그에게 주신 “벧엘 언약”입니다. 창세기 28장 14-15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14 ①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 … 복을 받으리라 15 ②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③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28:14-15, ‘벧엘언약’) 지금 브엘세바에서 야곱에게 주신 하나님의 언약은 생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하나님은 그 옛날 벧엘에서 주신 언약을 브엘세바에서 다시금 ‘갱신’해주신 것입니다.

이렇게 브엘세바에서 언약을 갱신한 야곱은 그 명령에 복종하여 그의 자손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데리고 애굽으로 갑니다(6절). 애굽에 내려간 야곱 자손의 명단이 46장에 이어서 나오는데, 오늘 함께 읽은 본문 27절을 보면, 그 자손들의 숫자를 총 몇 명이라고 합니까? “칠십 명”이라고 합니다(“야곱의 집 사람으로 애굽에 이른 자가 모두 칠십 명이었라”, 27절). 그러니까, 오늘 설교 제목에 따르면 “어긋난 허벅지에서 난 언약 백성들”의 숫자는 총 “칠십 명”이 되는 것입니다. 그들은 강하고 담대한 자들이 아니라, 혼자 놔두면 금세 토라지고, 죄에 빠지고, 불평하기만 하는, ‘어긋난 허벅지에서 태어난 불완전한 자들’인 것입니다.

이후로 야곱과 그의 가족은 애굽에서 400년이라는 그야말로 긴긴밤을 보냅니다. 그 400년의 긴긴밤이 흘러, 방금 확인했듯이 하나님은 브엘세바에서 주신 “내가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하리라”는 언약의 말씀처럼, 자신의 백성들을 애굽에서 구출하여 다시 언약의 땅 가나안으로 데려가시고자 저 위대한 구원 사건을 일으키십니다. 그것이 이름하여 “출애굽 사건”(The Exodus)인 것입니다. 비록 저들은 ‘어긋난 허벅지에서 태어난 자’답게, 40년 광야 생활 내내 끊임없이 불평과 불만을 토로했지만, 하나님은 그 모자라고, 아둔하고, 뻣세고, 목이 굳은 당신의 백성들을 끝끝내 언약의 땅 가나안으로 이끌어주신 것입니다.

●열둘이건 칠십이건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어긋난 허벅지에서 난 언약 백성들”이란 제목으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원래 야곱의 어긋난 허벅지에서 난 자들은 열두 아들로서 “열두 명”이었습니다. 이후 그들은 “열두 지파”의 원형이 됩니다. 그런데 야곱의 어긋난 허벅지에서 난 자들이 열둘인 줄로만 알았더니, 오늘 본문은 열두 명이 아니라 “칠십 명인 것을 기억하라”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열두 명이건, 칠십 명이건, 그들은 모두 연약하고, 허물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야곱의 어긋난 허벅지로부터 나온 자들과 언약을 세워주셨고, 피차 화해시키셨으며, 그들로 하여 언약의 땅 가나안에 들어갈 언약 백성으로 삼으셨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가 알다시피 우리 주님 예수께서는 갈릴리에서 “열두 제자”를 부르셨습니다. 열두 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자가 없습니다. 저들은 천방지축이었고, 성질이 급했습니다. 주님 말씀을 이해하는데 더뎠고, 복종하는 것엔 염소 고집이었으면서도, 주님을 배신할 때는 전광석화였습니다. 그야말로 어긋난 허벅지에서 난 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처럼 부족한 열두 제자가 뭐가 그리 좋으셨는지, 누가복음 8장을 보면, 예수께서는 어딜 가시든 열두 제자를 데리고 다니셨습니다.(“각 성과 마을에 두루 다니시며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시며 그 복음을 전하실새 열두 제자가 함께 하였다”, 눅 8:1) 예수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을 보호하셨고, 어리석고 모자란 그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전할 사명을 부여하신 ‘위험천만한 모험’을 거셨습니다.

그런데 누가복음 10장에 보면, 예수님의 제자가 열둘 말고 “칠십 명”이 더 있습니다. 본문은 말하기를 “따로 칠십 인을 세우사 친히 가시려는 동네와 각 지역으로 둘씩 앞서 보내시며 이르시되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주소서 하라.”(눅 10:1)고 합니다.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만이 아니라 칠십 명의 제자에게도 하나님 나라를 위한 추수꾼의 사명을 부여하시는 ‘기상천외한 모험’을 거십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제자가 열두 명이건, 칠십 명이건, 그들은 모두 연약하고, 부족하고, 허물투성이인 자들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들도 야곱의 어긋난 허벅지에서 태어난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난 일 년 동안 우리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 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말씀을 이해하고자 열심히 성경을 읽고 배우고, 말씀에 복종하려고 예배와 기도를 통해 우리의 신앙을 다잡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을 통해 기억할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 된 것은 무슨 자격이나 조건을 갖추어서가 아니란 점입니다. 오히려 어긋난 허벅지에서 나온 연약한 존재이기에, 그만큼 볼품없는 존재인 것이, 은혜 아니면 살 수 없다는 것이, 언약 백성의 조건이라면 조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어긋난 허벅지에서 나온 연약한 우리가 온전하고, 강해질 방법은 무엇입니까? 로마서 5장에서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기약대로 그리스도께서 경건치 않은 자를 위하여 죽으셨도다.”(롬 5:6) 또한 고린도후서 12장에서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의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 이는 내가 약할 그때에 곧 강함이니라.”(고후 12:9-10) 이와 관련해서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은 연약한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에 지침이 될만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승리하려 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승리를 신뢰하십시오!”<『디트리히 본회퍼의 설교』 복있는사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어긋난 허벅지에서 난 언약 백성이 강해질 방법은 유일합니다. 우리가 강해지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의 강함을 온전히 신뢰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승리하려 아등바등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승리를 믿고 선포하며 사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승리를 입으로만 아니라, 참으로 믿고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약할 때, 주님이 우리의 강함이 되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믿음으로, 얼마 남지 않은 2024년 끝까지, “생명의 영으로 하나님의 언약을 살아내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약할 때 우리의 강함이 되어 주시는 주님이 여러분 삶의 구석구석 어루만지시는 은혜가 넘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