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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제자도 강의 요목”

(눅 17:1-10절)

<2025년 4월 6일 사순절 제5주 무궁화주일 설교 / 보라색>

●복음주의 바리새인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예수께서 바리새인에게 하신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때로 예수께서는 읽기도 민망할 정도로 혹독하게 말씀하셨고, 때로는 비유로 말씀하시면서 잘 알아듣기를 바라셨습니다. 하지만 바리새인은 그냥 바리새인이 아닙니다. 주님의 주옥같은 말씀을 듣기도 하고, 때로는 주삿바늘 꽂듯 아프게 찔러도 저들은 피 한 방울 안 나오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바리새인을 향한 말씀은 누가복음 16장에서 일단락되고, 오늘 17장에 들어서, 예수께서는 이제 대상을 바꾸어서 ‘제자들’에게 말씀을 이어가십니다.

그래서 이젠 뭔가 좀 다른 말씀, 희망차고도 나긋나긋한 말씀을 주시려나 싶지만, 본문을 읽어서 아시다시피, ‘이게 제자들에게 주시는 말씀인지, 아니면 여전히 바리새인에게 주시는 말씀인지’ 헷갈릴 정도로 주님의 말씀은 준엄하기만 합니다.

영국의 마이클 리브스(Michael Reeves, 1974-)라는 교수가 오늘날 교회와 신앙인들을 바라보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말로는 은혜를 고백하면서도 실제 삶에서는 까다롭고 엄격한 언행, 약자를 업신여기는 태도를 통해 은혜의 본질을 배격한다. 미묘하게 은혜의 복음을 부정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위선의 문제가 얼마나 깊고도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복음주의 바리새인』, 복있는사람>

이 책의 제목이 『복음주의 바리새인』인 것을 생각해보면, 바리새인의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자들의 문제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 이 시간 예배하는 평범한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은 다른 어느 누가 아니라, 바로 우리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으로 받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도 강의 요목

먼저 오늘 본문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구조를 보면, 세 가지로 쉽기 구분됩니다.

첫째, “실족시키지 마라, 하루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눅 17:1-4)(연자맷돌의 비유)

둘째,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을 가지라”(눅 17:5-6)(겨자씨 한 알의 비유)

셋째, “무익한 종이라 하라”(눅 17:7-10)(종일 수고한 종의 비유)

오늘 본문은 이렇게 세 가지 굵직한 내용으로 구성되는데, 각각 아주 간단한 비유 말씀이 쏙쏙 들어가 있습니다. 비유가 아주 짧지만, 강렬하고 충격적입니다. 그런데, 세 가지 내용을 살펴보면 서로 연결하기가 어색하기만 합니다. ‘실족시키지 말라’는 말씀과 ‘하루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가르침이 쉽게 연결되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을 가지라’는 말씀은 더 뜬금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믿음을 강조하신 뒤에는 마지막으로 ‘무익한 종’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습니다.

학자들이라고 다르지 않아서 그들도 애먹기는 마찬가진데, 학자들은 이 세 가지 가르침을 그냥 ‘따로 독립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대럴 벅, 『누가복음2』, H. Marshall, J. Fitzmyer 등). 하지만 본문을 자세히 읽어가면서,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대상이 누구인가’를 놓고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드러납니다.

바리새인(15-16장) → 제자(17장1절) → 사도(17장 5절) → 종(17장 7절)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예수께서는 지난주까지 ‘바리새인’에게 엄한 말씀을 주셨다가, 오늘 17장 1절에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17:1). 그런데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5절을 보시면, 누가복음 저자는 갑자기 “사도들”이라고 호칭을 바꿔 부릅니다. 일전에 몇 번 강조했던 것처럼, 우리는 주님의 뒤를 따르는 제자가 되어야 하지만, 제자로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제자훈련을 받은 제자는 사도로 보냄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도로 보냄받은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영성은 무엇입니까? 자기가 한 일이나 업적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주님 앞에 자신을 “무익한 종”이라 고백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보면, 오늘 본문을 통해 주님이 우리에게 하시려는 말씀은 아주 간단하고 선명해집니다. 즉 “너희는 바리새인의 모습에서 벗어나 제자가 되고, 제자가 되었으면 사도가 되어야 하며, 사도로서 주어진 소명을 겸손히 받들어 일하되, 자기가 한 일을 업적 쌓듯이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무익한 종으로 여길 줄 아는 일꾼이 되어아 한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하나님 백성이 되는 일종의 ‘과정’이나 ‘단계’를 말하는 것 같은데, 이런 의미로 저는 오늘 “예수님의 제자도 강의 요목”이라는 제목으로 여러분과 은혜를 나누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오늘 본문은 연결하기 어려운 본문이 아니라 오히려 탁월한 강사이신 예수께서 우리에게 주신 ‘초급부터 고급 과정의 제자도 강의 요목’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초급반의 두 개의 강의: “실족하게 말라,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

먼저 본문 1절을 보면, 예수께서 말씀하신 초급반의 첫 번째 강의 제목이 나옵니다. 함께 읽습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실족하게 하는 것이 없을 수는 없으나 그렇게 하게 하는 자에게는 화로다”(눅 17:1)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은 사람을 잘 아십니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얽히고설킨 것이라서, 사람은 본의 아니게, 서로가-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그런 일에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반복해서 다른 사람을 실족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한 가지 비유를 드시는데, 2절에서처럼 “이 작은 자(‘미크로스’) 중의 하나를 실족하게 할진대 차라리 연자맷돌이 그 목에 매여 바다에 던져지는 것이 나으니라”(2)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작은 자’는 영어로 아주 작은 것을 뜻하는 ‘micro’의 어원이 되는 말인데, 작은 자를 실족시키는 사람은 누구겠습니까? ‘큰 자’입니다. 권력이 있고 직급이 높은 사람입니다. 이미지로 보시는 것처럼 예수님이 말씀하신 ‘연자맷돌’은 옛날 아낙네들이 마당에 앉아 콩을 갈 때 사용하는 조그마한 맷돌이 아니라, 장정 몇 사람이 달려들어도 들기 어려운 커다란 맷돌입니다. 누군가에게 말로나 행동으로 상처를 주는 것은 그 사람에게 이런 연자맷돌을 목에 매어 바다에 던지는 것보다 끔찍한 일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그만큼 주님의 제자로 산다는 것은 ‘자기가 하는 말 한마디에 무게를 실어서 신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영성가였던 프란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 1912-1984)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 속에 있는 것이 사람들의 행동 방식을 결정합니다. --- 사람의 생각은 손가락이나 혀를 통해 외부 세계로 흘러 들어가기 마련인데, 그리하여 이것은 미켈란젤로의 끌이 되기도, 독재자의 칼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프란시스 쉐퍼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생명의말씀사>

아름답고 고운 생각은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손에 들린 ‘조각도’가 될 수 있지만, 거칠고 사나운 생각은 독재자의 손에 들린 ‘흉기’처럼 사람에게 작용할 것이란 뜻입니다. 잠언서 18장 20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입에서 나오는 열매로 말미암아 배부르게 되나니 곧 그의 입술에서 나는 것으로 말미암아 만족하게 되느니라”(잠 18:20) 에베소서 4장 29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엡 4:29) 이처럼 예수님의 초급반 첫 번째 강의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행동으로 인해 타인을 실족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예수님의 초급반 두 번째 강의 요목은 3절입니다. 함께 읽습니다. “만일 네 형제가 죄를 범하거든 경고하고 회개하거든 용서하라.”(3) 여기까지는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어지는 4절에서 주님은 ‘하루에 일곱 번이라도 죄를 짓고 일곱 번 돌아와서 회개한다고 말하면 용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부분이 어렵습니다. 특별히 교육학적으로 보면, 아무리 주님의 말씀이라 해도 이걸 바람직하다고 여겨야 할지 의문이 갑니다.

그런데 사실 이건 약과입니다. 마태복음에 보면, 예수께서는 ‘겨우 일곱 번’이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용서하라고 말씀하시니 말입니다(마 18:21-22). 그러므로 예수께서 말씀하신 뜻은 일곱 번이니, 일흔 번이니 하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세상 사람이 흔히 그러하듯이, 누군가 자기에게 잘못을 하면 마음에 ‘앙심’이라든가 ‘복수심’ 같은 것을 품지 말고, 제자의 마음은 언제나 ‘용서’를 향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주님이 강의하신 초급반의 두 번째 강의였습니다.

●중급반: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을 가지라”

이제 초급 단계는 지났습니다. 초급이 하기에는 너무 어려웠지만, 원래 초급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입니다. 이제 중급 단계로 훌쩍 뛰어넘어가는데, 제자들의 요청으로 시작됩니다. 5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사도들이 주께 여짜오되 우리에게 믿음을 더하소서”(17:5)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초급과정은 예수께서 ‘제자들’(마테테스)에게 말씀하신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이제 중급 과정에 들어서 누가는 ‘사도들’(아포스톨로스)이라고 호칭을 바꿉니다. 제자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사도는 ‘예수님을 대리하는 사람’입니다. 제자로 행할 때는 실수가 많습니다. 제자란 원래 배울 게 많은 사람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복음서에 나오는 제자들이 그처럼 좌충우돌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사도가 되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사도는 ‘보냄받은 사람’이라서, 어지간한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초급 ‘제자반’에서 중급 ‘사도반’에 올라온 이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믿음”이었습니다. 초대교회 교부였던 존 크리소스톰(John Chrysostom, ?~407)은 믿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설령 만 년 동안 나팔을 불어도, 나팔 소리가 성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그러나 믿음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Homily 27 on Hebrews, newadvent.org> 이처럼 믿음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인데, 본문 6절에서 주님은 믿음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 있었더라면 이 뽕나무 더러 뿌리가 뽑혀 바다에 심기어라 하였을 것이요 그것이 너희에게 순종하였으리라”(6절)

‘겨자씨와 뽕나무’는 고대 사회에서 비유와 격언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 식물인데<조엘 그린, 『누가복음』>, 주님이 요구하시는 ‘믿음’은 크고 화려한 믿음이 아니라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입니다.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만큼 순도가 높냐, 얼마만큼 진실한 것이냐를 물으신 것인데, 이와 관련해서 영국의 C.S. 루이스(Lewis, 1898-1963)는 믿음을 두 가지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했습니다. 하나는 ‘동의로서의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신뢰(맡김)로서의 믿음’입니다<『순전한 기독교』 홍성사>. 예를 들어, 하나님이 나의 창조주인 것을 믿고, 예수님이 나의 구세주인 것을 믿는 것은 일종의 ‘동의’입니다.

결혼을 예로 들면, 주례자가 ‘이 사람을 당신의 신랑, 신부로 맞이하겠습니까?’로 물었을 때, 그 물음에 동의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동의해서 이루어진 결혼이 시간이 지나고 오래되면 서로를 더 신뢰하게 되나요? 그런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지날수록 신뢰하는 마음이 점점 사라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동의는 신뢰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동의로 태어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님을 신뢰하는 것이 흐릿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C.S. 루이스는 ‘신뢰(맡김)로서의 믿음’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께 맡긴다는 것(신뢰)은 노력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신뢰하는 분의 충고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신뢰하는 사람도 노력해야 합니다. 다만, 이때는 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즉 전만큼 안달하지 않으면서 노력하게 됩니다.”

마지막 구절을 보십시오. “전만큼 안달하지 않으면서 노력하게 됩니다.” 평상시에는 괜찮다가도, 삶에 문제가 생기면 두렵고 무서워서 벌벌 떠는 신앙인이 있지만, 그럴 때, 더 담대하고 의연한 신앙인도 있습니다. 주님이 말씀하시는 믿음은 단순한 동의도 아니고, 허황한 맹신은 더욱 아닙니다. 삶의 모든 순간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잠잠이 신뢰하는 품격이 다른 믿음’일 뿐입니다. 어느 주석가도 말하지만, 이런 믿음은 주님과 신실한 관계를 맺고 있는 성숙한 사도들만이 가질 수 있는 믿음이고, 주님을 의지하고, 신뢰하고, 주님이 행하실 일을 기대하는 신앙인이 누릴 특권인 것입니다<Trent C. Butler, Luke, vol 3, Holman New Testament Commentary (Nashville, TN: Broadman & Holman Publishers, 2000>. 그것이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이었던 것입니다.

●고급반: “무익한 종”

이제 예수께서 마련하신 마지막 강의, 고급 단계 강의 제목은 “무익한 종”입니다. 내용을 읽어서 아시겠지만, 어느 종이 있었는데, 그가 온종일 들에서 일하다 피곤해 지쳐 들어와도, 집에 오자마자 먹을 것을 준비하고, 주인이 먹는 동안 수종 들고나서야 먹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에 이어서 주시는 말씀 10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17:10)

오늘날로 비추어 보면 이것은 ‘인권유린’이라고 당장 고소당할 일겠지만, 예수님 시대는 주인이 종의 생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던(생사여탈권) 때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 말씀은 당연한 일입니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만약 어떤 사람이 처음엔 바리새인과 같은 인생이었다가, 예수님을 믿고 ‘기초반’을 지나 ‘제자반’에 들어와서 훈련을 받습니다. 이어서 영광스럽게도 ‘사도반’에 진급해서 직분도 높아지고 주님의 일을 믿음으로 감당하게 되었다면, 그는 얼마나 자기의 믿음과 업적이 자랑스럽겠습니까?

그런데 이러한 ‘사도반’ 과정을 훌륭하게 마친 자에게 주님이 마련하신 최고급 과정 강의 요목은 “무익한 종의 수업”이었습니다. 이로써 주님이 만드신 제자도 수업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는 기독교 영성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겸손의 단계”였던 것입니다.

●바리새인 니고데모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앞서 바리새인이 얼마나 뻣뻣한 사람들인지 잠시 나누었는데, 드렸는데, 그래서 그런지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 말씀을 들었던 수많은 바리새인 중에 삶이 변화된 바리새인은 딱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바리새인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바리새인에게는 예수님도 꼼짝 못하는가 봅니다. 그런데 정말이지 기적적으로 딱 한 사람의 바리새인이 예수님을 만나 변화되었는데, 그는 요한복음에 나오는 ‘니고데모’였습니다. ‘니고데모’라는 이름은 ‘정복자’란 뜻인데, 이름 따라 이제껏 사람들을 정복하고 살아왔던 그의 인생이 ‘예수님에게 정복당한’ 놀라운 변화를 경험한 것입니다. 그 어려운 것을 니고데모가 해낸 것입니다. 니고데모는 예수님의 제자도 강의를 단번에 마친 ‘천재 신앙인’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성경에 보면, 비록 예수님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영적으로 예수님을 만나서 변화된 또 다른 바리새인이 있습니다. 누굴까요? 바울입니다. 니고데모가 예수님의 제자도 강의를 단번에 마친 천재적인 학생이었다면, 그에 비해 바울은 주님의 강의를 하나씩-하나씩 차근차근 순서를 밟은 평범한 인물입니다.

●바리새인 바울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실족시키지 말라”고 말씀하셨지만, 바울은 실족이 아니라 아예 예수 믿는 사람들을 잡아 죽이려고 다녔던 사람입니다. 연자맷돌을 목에 매어 죽이라고 하면 ‘옳다구나!’ 하고 그대로 따랐을 법한 사람이 바울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예수님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뒤로 그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본문에서 예수께서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 말씀하셨는데, 골로새서에서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누구에게 불만이 있거든 서로 용납하여 피차 용서하되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 같이 너희도 그리하고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더하라”(골 3:13-14) 바울은 하루에 일곱 번이 아니라, 칠천 번이라도 용서하시는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피차 용납하고 용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교인의 도리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렇게 제자반을 훌륭하게 마친 뒤에 사도반에 들어갑니다. 본문에서 예수께서 사도는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바울은 로마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로 말미암아 우리가 은혜와 사도의 직분을 받아 그의 이름을 위하여 모든 이방인 중에서 믿어 순종하게 하노라”(롬 1:5) 사도가 된 바울은 믿음의 사람이었고, 믿음을 전하는 것이 그의 삶이었습니다. 신약성경 전체에서 ‘믿음’이라는 단어는 243회나 사용이 되었는데, 그중 바울의 편지에서만 142회나 사용될 정도로, 바울에게서 믿음을 빼면 시체입니다. ‘믿음’은 바울의 삶과 신앙에 있어 전부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제자반에 이어 바울은 사도반도 훌륭하게 마쳤습니다. 주님의 마지막 강의 주제는 무엇입니까? “무익한 종”이었습니다.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바울은 뭐라고 고백했습니까?

“나는 사도라 칭함 받기를 감당하지 못할 자니라”(고전 15:9)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딤전 1:15)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라”(엡 3:8)

바울은 이처럼 오늘 주님이 말씀하신 “제자도 강의 요목”을 겸손하게, 그러나 온전하게 수강했던 주님의 신실한 제자요, 사도며, 종이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본문에 나오는 ‘주님의 제자도 강의 요목’과 그에 부응한 ‘바울의 삶’을 비교할 때, 여러분은 지금 어느 수업을 듣고 있습니까? 혹시 주님이 여러분의 삶을 구원하신 주님이라는 것을 아직도 동의하지 못해서 방황하고 있는 분이 계십니까? 혹시 사람들을 반복적으로, 습관적으로 실족시켜서, 오래도록 초급 단계에 머물러 계신 분은 안 계십니까? 혹시 수만 번 용서하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한다고 기도는 하면서도, 용서가 아닌 미움과 증오를 품고 사는 초급반 재수강생은 안 계십니까?

혹시 여러분 중에 초급반은 겨우 했지만, 주님이 말씀하신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 없어서, 매 순간 풍성한 은혜로 돌보시는 주님의 돌보심을 신뢰하지 못하고, 삶이 불안하고 불만스러워 고급반은 고사하고 중급반에 오래도록 머물러 계신 분은 안 계십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사순절 다섯째 주로 예배하는 오늘, 예수님의 제자도 강의 요목 중에 여러분이 머물러 있는 곳은 어디인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비록 우리가 니고데모처럼 천재 수강생은 되지 못하겠지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주님이 물어보실 때, 바울이 그랬던 것처럼, “무엇을 얻었다 함도 아니고,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고, 무엇을 잡은 줄로 여기지 않고 오직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저 앞에 서 있는 십자가 푯대를 향하여”(빌 3:12-14) 묵묵히 걸어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