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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같이 떨어진 사탄의 행방”

(눅 10:17-20)

<2025년 2월 16일 주현 후 제6주 설교 / 녹색>

●사탄은 누구인가?

구약성경 욥기를 보면, 어느 날 하나님이 하늘에서 회의를 소집하십니다. 이 천상회의에 참여한 자들을 욥기는 “하나님의 아들들”(욥 1:6)이라고 하는데, 학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이 천사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과 함께하는 이 거룩한 천상회의에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존재 하나가 불쑥 들어오는데, 천사들도 그렇고 하나님도 그렇고, 그가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는 걸 보면, 적어도 이때까지 그는 회의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욥기서는 그를 “사탄”(Satan, !j'f')이라고 부릅니다.

“사탄”이라는 말은 “대적자, 반대하는 자, 고소하는 자”라는 뜻인데, 구약성경에는 말 그대로 누군가에게 ‘대적하고 반대하는 사람’에게 이 단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이 단어는 ‘사악한 영적 존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럴 경우, 이 말은 하나님을 대적한 악한 영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사탄이 바로 그런 존재인데,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눅 10:18)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악한 영의 우두머리가 측량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땅에 내팽개쳐졌다는 통쾌한 표현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오늘 설교 제목을 “번개같이 떨어진 사탄의 행방”이라는 제목으로 여러분과 은혜를 나누고자 하는데, 오늘 말씀을 나누는 중에 사탄이 어디 있는지 보거나 들은 것이 생각나신다면, 조속히 그가 자수하여 광명을 찾을 수 있도록 하나님이 주재하시는 천상회의에 신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칠십 인의 선교와 선교 보고

오늘 우리가 나눈 본문은 누가복음 10장인데, 지금까지 누가복음에는 예수께서 “열두 제자” 또는 “그 열둘”을 부르시고 보내신 이야기가 몇 번 나왔는데, 누가복음 10장 1절을 보면, 예수께서는 “따로 칠십 인을 세워사 각 동네와 각 지역으로 둘씩 앞서 보내셨다”(눅 10:1)고 합니다. 이제까지 나왔던 열둘이라는 숫자가 증폭되어서 “70명”의 제자를 파송하신 것입니다(사본에 따라서는 “72명”). 예수께서 70명을 보내신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라 할 수 있는데, 창세기 46장을 보면, 애굽에 내려간 야곱의 가족 숫자가 “70”이었습니다(창 46:27). 이들은 훗날 출애굽 백성의 선조로서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은 ‘하나님 언약’에 따라 가나안 땅에 들어간 사람들이고, 이로써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주체가 된 사람들’입니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볼 때, 예수께서 ‘칠십 명’을 파송하신 것은 이제 모세로 인한 <옛 언약>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새 언약>, 모세로 인한 <옛 이스라엘>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새 이스라엘>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입니다. 바야흐로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하나님 나라 선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파송된 70명의 제자들이 돌아와서 예수께 선교 보고를 하는 장면인데, 17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칠십 인이 기뻐하며 돌아와 이르되 주여 주의 이름이면 귀신들도 우리에게 항복하더이다”(17) 칠십 인의 선교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뛸 듯이 기뻐하면서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에게 명하였더니, 그들이 항복했다’라고 자기들이 행한 일이 믿기 어렵다는 듯이 흥분하면서 주님께 자랑합니다.

이에 예수께서 대답하십니다.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18) 일전에 주님이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기도를 가르쳐주신 것처럼, 그리고 “(땅에서)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면 하늘에서는 회개할 것 없는 의인 아흔아홉으로 기뻐하는 것보다 더 기뻐하리라”(눅 15:7)고 말씀하신 것처럼, 제자들이 <땅에서> 귀신을 내쫓았더니 <하늘에 있던>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졌다는 통쾌한 대답이면서도 문학적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주님의 말씀입니다.

이 구절에 대해서 학자들이 다양한 해설을 내놓곤 했는데, 분명한 것은 “70명 제자들의 사역으로 인해 사탄이 패배했다”는 것이고<대럴 벅, 『누가복음2』 부흥과개혁사>,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70인의 제자로 인해 “영적 대반전”(마이클 하이저, 『보이지 않는 세계』 좋은씨앗)이 시작된 것입니다. 제자들의 선교로 인해 하늘의 사탄이 날개 힘을 잃고 땅바닥에 곤두박질치게 된 것입니다.

●존 밀턴의 『실락원』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같이 떨어진다’는 말이 잘 와닿지 않는 분도 계실 텐데, 영국의 시인인 존 밀턴(John Milton, 1608-1674)이 쓴 『실락원』(Paradise Lost, 라이프북)을 보면, 이런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을 보면 한쪽에는 천사장 미카엘이 이끄는 천사 부대와 다른 한쪽에는 사탄이 이끄는 타락한 영들의 부대 사이에 거대한 전쟁이 벌어집니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서로 마주 보더니, 이윽고 두 부대는 서로 뒤엉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싸우는데, 하늘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립니다.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영적 전쟁이 벌어졌는데, 전세가 밀린 사탄은 겁을 집어먹더니 소설이 말하기를 사탄과 그의 졸개들은 “천국의 벼랑 끝에서” 뛰어내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 그들은 천국에서 도망쳐 “무저갱”이라고도 하는 “지옥”으로 도망치지만, 미카엘 군단은 지옥까지 쫓아갑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지옥까지 쫓아가겠다”라는 말의 원조가 이겁니다. 마침내 전쟁의 결과에 대해 소설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 반란군들은 아홉 날 동안 내내 추락했고, 그들의 대규모 패배로 인한 추락은 혼돈이 다스리는 저 광활한 무질서의 왕국 전체를 초토화시켰지. 지옥은 입을 벌려 그들 모두를 받아들였고, 그런 후에 입을 닫아 버렸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 가득 차 있는 재앙과 고통의 집이었던 지옥은 그들이 거처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지.”<존 밀턴의 『실락원』 중에서>

시인 존 밀턴은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처럼 지옥으로 떨어진 사건을 이러한 문장으로 묘사한 것인데, 17세기 이탈리아의 루카 지오르다노(Luca Giordano, 1634-1705)라는 화가는 이 장면을 생생하게 화폭에 담기도 했습니다. 시인과 화가의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천사와 사탄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 어떤 것인지 우리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위대한 예술가들이 보여준 상상력으로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본 것만 같습니다.

●교만하지 말라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예수께서 ‘사탄이 떨어졌다는 선언’을 언제 하셨고, 왜 하셨는가? ‘칠십 인의 제자가 선교하고 돌아왔을 때’ 그들에게 축복으로 주신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제자들이 <땅에서> 예수의 이름으로 귀신을 내쫓고 복음의 말씀으로 선교한 결과가 무엇이냐? <하늘에서>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진 것입니다. <하늘에서> 천사장 미카엘이 그토록 강력하게 사탄을 밀어붙이고 사탄에게 치명상을 입혀 지옥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그 동력은 무엇이냐? <땅에 있는> 제자들이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선교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을 하신 뒤에 예수께서는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으며 원수의 모든 능력을 제어할 권능을 주었으니 너희를 해칠 자가 결코 없으리라”(19)고 제자들을 축복하시고, 이어서 “그러나 귀신들이 너희에게 항복하는 것으로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20)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씀을 듣고 보니 오늘 나눈 본문 17절에서 제자들이 와서 한 말이 왠지 마음에 걸립니다. 제자들은 예수께 득달같이 달려와서 말하기를 “칠십 인이 기뻐하며 돌아와 이르되 주여 주의 이름이면 귀신들도 우리에게 항복하더이다.”(17)라고 했습니다. 이 말 속에 담긴 제자들의 속내는 무엇입니까? 귀신이 “우리에게 항복했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만약 겸손히 예수님의 권능을 찬양하고 예수님의 이름만 높이려 했다면 이렇게 말했어야 합니다. “주여, 귀신들이 주의 이름 앞에 항복하더이다!”

하지만, 제자들은 “우리가” 예수의 이름을 사용하니, 귀신들이 “우리에게” 항복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신기하고 기뻤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저들은 예수님의 이름을 자신들의 기쁨과 만족을 위한 수단으로 여긴 것입니다. 그들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말입니다. 우리는 이런 제자들의 모습을 ‘교만’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아신 주님은 새 이스라엘 백성의 주체가 될 70명의 제자들에게 “귀신들이 너희에게 항복하는 것으로 기뻐하지 말라”(17a)고 경고하신 것입니다. 주님은 제자들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해 수고하고 봉사하더라도, 그 일을 ‘자기가 한 일로 여기는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으셨던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순간 <옛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들어간 뒤로 하나님 은혜를 잊고 교만한 백성이 된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새 이스라엘 백성들>이라 하더라도 ‘교만에 있어서는 예외가 없다’는 말씀이었던 것입니다.

정리해보면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두 가지 메시지를 듣습니다. 첫째는 사탄을 이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선교하는 일이고, 주님은 이것을 가장 기뻐하신다는 메시지입니다. 두 번째 메시지는 교만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주의 일을 성실하게 준행하더라도, 교만에 빠지게 되면 치명적이란 뜻이었습니다. 선교로 인해 번개같이 떨어진 사탄이 우리의 교만으로 인해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귀신들이 너희에게 항복하는 것으로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20)고 꼬집어 말씀하신 것입니다.

●사탄은 어디에?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저는 오늘 예수께서 말씀하신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같이 떨어졌다”는 말씀을 묵상하다가 ‘땅에 떨어진 사탄은 지금 어디 있을까?’ 문득 궁금했습니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사탄을 본 적 없으신가요? 그는 분명 치명적인 외상을 입고 흙투성이가 되었을 텐데, 이 녀석을 보신 분 안 계시나요?

요한계시록 20장에 보면 “그들을 미혹하는 마귀가 불과 유황 못에 던져지니 거기는 짐승과 거짓 선지자도 있어 세세토록 밤낮 괴로움을 받으리라”(계 20:10)고 말하는데, 이것은 훗날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셔서 이루실 “최후 승리”를 의미합니다. 앞서 존 밀턴의 [실락원]에서 사탄이 “무저갱”이라 하는 “지옥”에 떨어진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을 묘사한 것입니다. 이때가 되면 사탄은 완전히 끝장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사탄은 무저갱에 들어가지 않았기에, 하늘로부터 떨어진 사탄은 이 세상을 어딘가를 활보하며 다닐 것입니다. 다시 여쭙습니다만, 지금 사탄은 어디 있습니까? 누가 사탄을 본 적이 없으신가요?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은 이렇게 쓴 적이 있습니다. “마녀의 마법에는 계보가 없다. 그것은 우리가 숨쉴 때부터 존재했고 그것이 나갈 때 문상객들이 그것과 마주치는 우리 죽음의 순간 --”<에밀리 디킨슨, 『마녀의 마법에는 계보가 없다』(파시클)> 시인은 ‘마녀’라고 했지만, 이 말을 ‘사탄’이라고 바꾸면, 사탄은 ‘우리가 숨 쉴 때부터’ 우리를 유혹하고 괴롭히고 있으며, 그러한 유혹은 우리가 ‘죽음의 순간’을 맞이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받습니다. 베드로전서가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벧전 5:8)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탄은 지금 여기에

만약 사탄이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는다면, 오늘 본문을 통해 우리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있고, 그가 어디 있는지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사탄은 분명 우리를 꼬드겨 선교하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아니, 선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 대놓고 티 내는 일이니까, 선교의 우선순위를 하나씩 하나씩 교묘하게 뒤로 미룰 것입니다. 현실을 앞에 세우고, 선교는 다음 그리고 다음으로 미루어 나중에 하면 된다고 속일 것입니다. 그 녀석은 제자들이 선교할 때 하늘에서 번개처럼 떨어진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우리를 집요하게 방해할 것입니다.

둘째로 사탄은 그 옛날 아담과 하와에게 그랬던 것처럼, 우리를 교만하게 만들려 할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교만은 다른 악에 비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독특한 성격’ 정도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기독교 사상가인 C.S. 루이스(C. S. Lewis, 1898-1963)는 교만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이보다 더 싫어하는 악이 없으면서도, 이보다 더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악도 없습니다. 이 악이 많이 있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이 악이 나타나면 더 싫어합니다. 이 악이란 바로 교만(pride) 또는 자기기만(self-conceit)입니다.”<『순전한 기독교』 홍성사>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교만은 본질적인 악입니다. 이에 비하면 음행과 분노와 탐욕과 술 취함 등은 다 새 발의 피입니다.”

교만한 사람치고 교만한 걸 아는 사람이 없다는 말입니다. ‘작정해서’ 교만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칠십 인의 제자들이 “주의 이름이면 귀신들도 우리에게 항복하더이다.”(17)”라고 말한 것도 작정해서 자기들을 앞세우려 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순수한 마음에 자기들이 주를 위해 헌신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서 말했을 것이지만, 그들은 자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던 것입니다. 지난주 본문에 나왔던 베드로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어느 학자는 이 구절을 주석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헌신’이 ‘업적’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예수님의 길은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의 문제일 뿐 아니라, 또한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 하는 문제가 아닌가?”<마이클 윌코크, 『누가복음 강해』 Ivp> 수십년 신앙 생활하면서 교회 봉사를 많이 했다면, 우리가 주님께 무엇을 남겨야하겠습니까? ‘내가 이거 했다 저거 했다’라는 업적을 남기면 주님이 기뻐하실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께 참된 헌신으로 섬긴 사람은 ‘업적’이 아니라 주님의 ‘성품’을 닮아있을 것입니다.

●네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이 주를 위해 헌신하는 것을 주님이 아십니다. 여러분이 얼마나 주님을 사랑하고 얼마나 교회를 위해 애쓰고 섬기는지 주님은 다 아십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우리는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이걸 내가 했다’고 ‘내가 이만큼 헌신하고 봉사했다’고 은연중에 드러냅니다. 아찔한 것은, 불행하게도 바로 그런 마음에서 ‘끔찍한 교만’이 싹튼다는 것입니다.

앞서 여러분에게 혹시 사탄이 어디 있는지 아시냐고 다소 익살스럽게 물었는데, 프랑스의 어느 작가가 그의 행방을 알려주면서 이렇게 씁니다. “사탄은 수도자의 기도에 있다. 그가 행하는 금식에, 마음의 고요 속에 사탄이 존재한다. … 무엇 때문에 사탄이 짐승처럼 꿈틀거리는 인간들과 싸우려 하겠는가? 그들은 저절로 운명을 향해 가는 것을 … 사탄은 의인을 쫓아다닌다. 사탄은 성자들만 노린다”<조르주 베르나노스, 『사탄의 태양 아래』 문학과지성사>

이처럼 사탄은 결코 사악하고 음습한 곳에 있지 않습니다. 그런 곳은 굳이 사탄의 도움 없이도 파멸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을 그가 일기 때문입니다. 비록 우리가 의인도 아니고 성자도 아니지만, 오히려 사탄은 여러분처럼 매일매일 힘들고 고달픈 삶을 사는 중에도 기를 쓰고 주의 말씀을 들으려 하는 사람들 곁을 찾습니다. 사탄은 여러분처럼 겸손히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려고 애쓰는 사람들 마음의 문을 교묘하게 두드립니다. 사탄은 주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의 옆구리를 쑤시며 ‘그 일은 네가 한 거다!’ ‘네가 얼마나 수고하고 헌신했는지 사람들이 모르지 않느냐? 알게 하라!’고 꼬드기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늘로부터 번개처럼 떨어진 사탄이 여러분의 마음을 뒤흔들고, 옆구리를 쑤셔대며, 여러분의 영적 시선을 가로막으려 할 때,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고 하신 주의 말씀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로써 주님의 나라를 위한 여러분의 모든 수고와 헌신을 하나님이 꼼꼼이 기록하시고, 그 모든 것을 기쁘게 받으신다는 것을 믿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중에 여러분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더욱 겸손하게, 기쁘게 감당해서, 주님 마음에 흡족한 여러분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