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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주목하라”

(눅 22:54-62, 행4:1-14)

<2025년 7월 20일 성령강림 후 제6주 설교 / 녹색>

● 사르트르의 『닫힌방』

안 그런 척해도 사람은 누구나 주목받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잘난 점, 좋은 점 등을 주목하고 인정하면서 칭찬까지 해 주면 날아갈 듯 기분도 좋고 자신감도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일이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일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주목받고 싶지 않은 욕망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 그럴까요? 방금 이야기한 것의 반대 경우입니다. 만약 사람들이 자신의 못난 점에 주목하고, 감추고 싶은 것을 들추면서 지적한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일 것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가 쓴 『닫힌 방』(민음사)이라는 희곡에 보면, 어느 날 세 사람이 죽어서 ‘닫힌 방’에 갇히게 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문이 안으로도 밖으로도 굳게 ‘잠긴 방’입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죄를 짓고 죽었는데, 그 방이 그들에게 주어진 지옥 형벌이었습니다. 이 방에서는 나갈 수 없는 것은 기본이고, 창문도 없고 거울도 없어서(당연히 인터넷도 없고 유튜브도 없고), 방에 갇힌 세 사람은 서로에게 최소한의 것도 숨길 수 없고 모든 것이 노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방은 지옥이 되어 갑니다. 세 인물은 서로를 끊임없이 주목하는데 피차 그 시선을 피할 수 없어 괴로워합니다. 서로를 향한 과도한 시선과 주목은 이미 죽은 사람을 또다시 죽고 싶게 만들 정도로 살인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희곡 마지막에 가서 주인공의 입을 통해 저 유명한 말을 합니다.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말입니다. 이처럼 누군가를 주목하고 주목받는 것은 생각보다 사람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3장과 4장, 주목한 것들

지난주 나누었던 사도행전 3장에서 우리는 성전 미문에 앉아 평생 구걸하던 한 걸인이 베드로와 요한을 만나 치유 받고 성전 안에 들어가 기뻐 찬미하며 예배하게 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사건은 베드로와 요한이 그 걸인을 “주목하면서” 시작된 일입니다(행 3:4). 그들이 걸인을 주목하지 않았다면, 이 일이 일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난주 나누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에서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베드로와 요한은 반대로 사람들에게 ‘주목받게’ 됩니다. 걸인을 고쳐주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크게 놀라면서”(11) 베드로와 요한에게 모여들었는데, 그때 베드로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왜 놀랍게 여기느냐? 우리 개인의 권능과 경건으로 이 사람을 걷게 한 것처럼 왜 우리를 주목하느냐?”(12)

이처럼 사도행전 3장은 베드로와 요한이 “주목한 일”로 시작해서 “주목받은 일”로 인해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베드로와 요한은 자기들을 주목하는 사람들에게 ‘이 일을 행하신 분은 너희가 십자가에서 죽인 그 이름 예수, 그러나 사흘 만에 부활하신 그 이름 예수께서 친히 행하신 기적이니, “회개하고 돌이켜 너희 죄 없이 함을 받으라!”(행 3:19a)고 설교합니다. 성전에서 행한 설교로 인해 바야흐로 복음의 시대가 활짝 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오늘 본문 사도행전 4장은 시작부터 긴박하게 흐릅니다. 성전 미문 앞의 걸인이 자유를 얻고, 베드로가 설교하면서 이제 막 복음의 시대가 출범했는데,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범상치 않습니다. 그들은 “제사장들과 성전 맡은 자와 사두개인들”인데(1), 당시 예루살렘 성전의 모든 권력을 쥐고 있던 자들입니다. 본문 2절에서 그들은 베드로와 요한이 “예수 안에 죽은 자의 부활이 있다는 것을 백성에게 가르치고 전하는 것을 싫어했다”(2)고 말하는 것처럼, 자기들이 관장하는 성전에 웬 놈들이 들어와서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가 부활했다”고 떠드는 것이 몹시 못마땅했던 것입니다. 이에 급기야 저들은 베드로와 요한을 감옥에 가두었다고 합니다(3).

그런데 아뿔싸! 저들이 베드로와 요한을 구금한 것은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어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섬뜩합니다. 5절 이하에 보면, “이튿날 관리들과 장로들과 서기관들이 예루살렘에 모였는데 대제사장 안나스와 가야바와 요한과 알렉산더와 대제사장의 문중이 다 참여했다”(6)는 것입니다. 왜 모인 것입니까? 재판을 위해서 모인 것입니다.

대제사장의 문중이 다 참여했다는 걸 보니, 저들이 이 일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는데, 그중 “안나스와 가야바”란 이름을 ‘주목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이 자들의 이름을 언제 들었습니까? 누가복음 22장을 보면,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던 예수님을 붙잡아 때리고 모욕하고 재판을 벌여서 십자가 처형 판결을 내린 대제사장의 이름입니다(마 26장, 요 18장 // 눅 3장 참조). 정말이지 섬뜩합니다. 누가복음에서 예수님을 재판하여 십자가 처형에 이르게 한 자들이 이제 사도행전에서 예수의 부활을 증언하는 사도 두 사람을 재판하기 위해 또다시 나타났으니 말입니다.

● 여종과 베드로 그리고 사모님

예수님이 재판받기 전날 밤으로 잠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밤에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예수님이 대제사장 가야바의 뜰에 잡혀 들어가서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는 그 시각, 베드로는 문밖 숯불 앞에 앉아 불을 쬐고 있습니다. 성경은 말하기를 이때 “한 여종이 베드로가 불빛을 향하여 앉은 것을 보고 주목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 사람도 그와 함께 있었다”(눅 22:56)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어느 화가가 이 장면을 다음과 같이 그렸는데, 그림 속에 있는 베드로를 이왕이면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성경이 말하듯이 여종은 숯불에 얼굴이 비친 베드로를 ‘주목’하면서 “이 사람도 그와 함께 있었다”(56)고 몰아세우는데, 여종이 유대인 남성인 베드로에게 삿대질까지 하는데도 베드로는 자신의 과거를 들추는 여종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숨기고 싶은 사실을 여종이 사람들 앞에서 떠들고 있기 때문인데, 이에 베드로는 얼떨결에 이렇게 말해버립니다. “이 여자여! 내가 그를 알지 못하노라”(57) 이 대답을 잘 보시기 바랍니다. 베드로를 추궁한 여자의 신분은 무엇이었습니까? ‘여종’(paidi,skh)입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여종의 말은 당시에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여종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도 없습니다. 만약 조선 시대 사극 드라마였다면, ‘네 이년,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게냐!’하고 호통 한번 치고 쫓아버리면 그만일 그런 상황입니다.

하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베드로는 여종의 말에 당황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온다는 말이 ‘여종’ 대신에 “여자여”(gunh,)라고 합니다. 이 말은 보통 ‘남성/여성’ 할 때처럼, 성인 여성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긴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부인’을 지칭하면서 높여 부를 때도 사용됩니다. 이 말을 조금 과장해서 익살스럽게 옮기자면, 베드로는 지금 여종에게 “사모님, 저는 그를 알지 못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 비겁한 베드로, 통곡하다

네덜란드의 카렐 듀자르댕(1626-1678)이라는 화가는 이 장면을 주목하면서 앞서 본 화가와는 다르게 해석했는데, 그림 속 여인은 아무리 봐도 전혀 ‘종’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님’이라든가 아니면 기가 센 ‘사모님’으로 보입니다. 눈을 치켜뜨고, 삿대질하면서 베드로를 위협적으로 쏘아보는데, 마치 피고를 심문하는 ‘검사’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베드로는 ‘아차!’ 싶은 마음에 쿵쾅거리는 심장을 손으로 매만지면서 동시에 자기를 쏘아보는 싸-모님에게 지지 않으려고 애써 눈을 부라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눈에 힘을 주어도 지금 베드로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베드로의 속마음은 어쩌면 그의 등 뒤에 마치 분신처럼 바짝 붙어 서 있는 저 흐리멍덩한 군인의 표정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습니다. 베드로는 자신을 주목하며 도발하듯 묻는 여종의 물음에 아주 힘들게 주님을 모른다고 부정했지만, 두 번째는 능숙했고, 세 번째는 익숙했습니다. 예수께서 닭이 울기 전 ‘네가 나를 세 번 부인하리라’고 말씀하신 그대로 된 것인데, 누가복음은 이때의 베드로에 대해 아주 신랄하게 기록합니다. 곧 베드로가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예수님을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닭이 울었다”는 것입니다. 베드로의 마음이 비참하고 참혹합니다.

그런데 베드로의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 말씀에 이어서 누가복음은 베드로의 인생을 통틀어 씻을 수 없는 장면을 고스란히 증언하며 말합니다. “주께서 돌이켜 베드로를 보시더라(evmble,pw, 주시하다, 주목하다)”(61) 베드로가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째 부인하는 말이 끝나기 전에 닭이 우는 그 순간, 닭이 다 울기도 전에 주님이 베드로를 바라보십니다. 여기서 주님이 베드로를 보셨다는 말도 “주목하다, 주시하다”는 뜻입니다(헬라어는 다르지만 뜻은 대동소이하다).

이처럼 주님이 안나스와 가야바에게 재판을 받기 전날 밤, 베드로는 여종에게 주목받았고, 주님께도 주목받은 것인데, 여종은 표독스러운 눈으로 베드로를 고발하기 위해 주목했지만, 주님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주님은 자신을 배신하고 돌아서는 베드로를 향한 긍휼의 눈으로 그를 주목하셨을 뿐입니다.

이에 성경은 베드로가 “밖에 나가서 심히 통곡”(눅 22:62)했다고 말합니다. 베드로는 비참한 마음을 가눌 수 없습니다. 자신을 주목해 바라보시는 주님의 그렁그렁한 시선이 잊히지 않아서 그림처럼 질끈 두 눈을 감고 손으로 눈을 가려도 보지만, 흐르는 건 눈물입니다. 저 뒤쪽으로 배신의 횃불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눈치 없는 닭은 계속 울어대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베드로는 주님을 버리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마음으로 ‘주님 용서하세요!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외치지만, 그 소리는 칠흑같이 깊은 밤 속으로 사라지고, 이날 이 사건은 눈물로도 씻기지 않는 상처로 남은 것입니다. 이러한 누가복음 22장의 베드로에게 누군가 다가가 ‘두려움, 비겁함, 나약함,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어도 그는 유구무언이기만 할 것입니다.

● 성령의 사람 베드로

이런 누가복음 22장의 베드로를 기억할 때, 오늘 함께 읽은 사도행전에서 만나는 베드로는 어떻습니까? 두 달 전 산헤드린 법정을 열어서 주님을 잔인하게 심문하고 십자가 처형을 당하게 했던 안나스와 가야바가 이제 다시 법정을 열어서 베드로에게 칼을 겨누고 있습니다(15). 탈무드에 따르면 당시 산헤드린 법정은 “사람들에게 주먹과 몽둥이를 함부로 휘두르고, 거짓을 말하고 판결하는 법정”으로 후세에 이르도록 악명 높았고<Pesachim 57a>, 그중 악질 중 악질의 이름이 ‘안나스 가문’이었습니다. 저들의 이름은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은 기세로 성전을 장악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들의 이름 앞에 선 베드로의 목숨은 파리 목숨에 불과합니다.

이제 베드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달 전으로 돌아가 다시 “나는 예수를 모른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들의 권위 앞에 주눅 들어서, 여종을 사모님이라 부른 그 횡설수설을 반복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베드로는 달라졌습니다. 베드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7절에서 산헤드린 법정이 “너희가 무슨 권세와 누구의 이름으로 이 일을 행하였느나?”(7)라며 사나운 짐승 이빨을 드러낼 때, 누가복음에서 본 ‘비겁한 베드로, 나약한 베드로’는 온데간데없고 전혀 다른 베드로를 만나는데, 그에 대해 본문은 “성령이 충만한 베드로”라고 말합니다(8).

이어지는 본문에서 베드로는 성령이 말하는 대로 거침없이 말합니다.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나사렛 예수가 부활하셨고, 우리는 그 이름의 능력으로 걸인을 일으켰다!”(10) “예수는 너희 건축자들이 버린 돌이었지만, 이제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셨다!”(11) “하나님은 너희 대제사장 안나스와 가야바처럼, 세상 권력을 탐하는 자들에게서 구원받을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적이 없다. 우리의 주님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다!”(12)

● 담대한 베드로

이처럼 ‘사도행전의 베드로’는 이제 더는 ‘누가복음의 베드로’가 아닙니다. 성령의 사람이 된 것입니다. 이에 13절은 베드로를 심문하던 공회원들조차 놀라는 모습을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이 베드로와 요한이 담대하게 말함을 보고 그들을 본래 ‘학문 없는 범인’(unschooled, ‘문맹인’)으로 알았다가 이상히 여기며”(행 4:13) 제대로 된 학교 한번 다니지 못한 어부에 문맹인에 불과한 베드로가 법정에 서서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에 저들은 기이하게 여겼던 것입니다.

그러면 성령의 사람이 된 베드로는 무엇이 달라진 것입니까? 배운 것 하나 없던 일자무식이 갑자기 유식해진 것입니까? 아닙니다. 본문은 베드로의 달라진 모습을 “담대해졌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누가복음 베드로와 사도행전 베드로의 차이입니다. 그것은 복음서의 제자와 사도행전의 사도가 보여주는 결정적인 차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성경이 말하는 “담대함”(parrhsi,a)은 무엇입니까? 때때로 담대함을 ‘용기’와 같은 뜻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성경이 말하는 의미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합니다. 만약 담대함이 용기와 같은 뜻이라면, 베드로는 일전에 겟세마네 정원에서 담대한 적이 있습니다. 가룟 유다 일당이 쳐들어 왔을 때, 베드로는 ‘담대히’ 칼을 들어 대제사장의 종을 쳐서 오른쪽 귀를 베어버렸으니 말입니다(마 26:52, 요 18:10, 눅 22:49-53).

하지만 주님은 그에게 ‘담대하다’고 칭찬하시기는커녕, 오히려 도로 칼집에 꽂으라고 명령하시면서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마 26:52)고 경고하셨습니다. 베드로가 주님을 위한답시고 칼을 든 것은 일반적으로 볼 때 용감한 일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혈기를 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주님이 원하는 담대함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 담대함의 두 가지 의미: ①특권 ②친밀함 또는 솔직함

이런 점에서 성경이 말하는 담대함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째로 담대함은 특권입니다. 본래 그리스 로마 사회에서“담대함”(parrhsi,a)이란 말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원하는 말을 할 수 있는 권리”(the right to make one’s thoughts known, to say what one will)를 뜻합니다<TLNT, Tyndale House Publishers>. 당시 이런 특권을 갖는 사람은 권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힘이 있으면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힘이 없으면 아무리 할 말이 있어도 말할 수 없는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힘이 없는 사람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가 산헤드린 공회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자들 앞에 서 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말할 자유가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저들이 ‘일자무식’ 운운하며 조롱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베드로가 담대히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받은 권세가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주님에게 받은 권세였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담대함은 친밀함과 솔직함을 뜻합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친밀함이고,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의 솔직함을 뜻합니다. 베드로가 담대해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남으로 그 앞에서 더는 감출 것이 없어졌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미국의 어떤 신학자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초대교회 교부들은 에덴 정원에 살았던 아담과 하나님 사이의 친밀함을 ‘담대함’으로 설명하곤 했다. 담대함은 하나님과 타인 앞에서 우리의 숨겨진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다. 아담이 벌거벗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완전히 노출된 것을 뜻한다. 그것이 담대함이다.”<John Newton, New Clothes, Morehouse Publishing>

그렇습니다. 하나님과 친밀한 사람이 담대한 사람이며, 하나님 앞에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담대한 사람입니다. 이런 점에서 누가복음의 베드로가 사도행전의 베드로로 변화된 것은 단지 없던 용기가 생긴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겁을 상실한 인간이 되었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와 더욱 친밀한 신앙인이 된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히브리서는 말합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우리가 예수의 피를 힘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었나니!”(히 10:19) 이 말씀은 공포 영화를 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겁 없는 자가 성소에 들어간다는 말이 아닙니다. 자격 없는 우리를 자녀 삼아주신 그 놀라운 특권에 감사하며, 하나님 안에 친밀한 교제를 나누려는 담대한 자들이 성소에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이 사람의 담대함에 주목하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과 “이 사람을 주목하라”는 제목으로 은혜를 나누었는데, 그는 베드로였습니다. 우리가 주목한 베드로는 첫째로 누가복음의 베드로였고, 둘째는 사도행전의 베드로였습니다. 우리가 주목한 바, 그의 변화는 놀랍고 경이롭습니다. 안나스와 가야바의 법정이 무서워 3년간 동고동락했던 주님을 배신한 베드로가 이제는 그 법정에 당당히 서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 그리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담대히 전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오늘 읽지는 않았지만, 이어지는 사도행전 4장 뒷부분을 보면, 베드로를 위시해서 사도들이 모여서 한마음으로 하나님께 소리 높여 기도하는데, 그들은 이렇게 기도합니다. “대주재여, 천지와 바다와 그 가운데 만물을 지은 이시여, 종들로 하여금 담대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게 하여 주옵소서”(행 4:29) 2천 년 교회 역사상 최초의 기도 제목이 무엇입니까? “주여, 담대한 믿음 주옵소서!”입니다. 이러한 사도들의 기도로 인해 ‘담대한 믿음’은 초대교회로부터 오늘날까지 모든 믿는 자들이 기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도 제목이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가 주목한 변화된 베드로처럼,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말고 담대한 신앙으로 사시기를 바랍니다. 담대함은 ‘특권’이라 했던 것처럼, 하나님이 여러분에게 부여하신 자녀로서의 특권, 언약 백성으로서의 특권을 소중히 여기시기를 바랍니다. 주님이 말씀하십니다.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는데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마 7:9-11) 이 말씀을 믿고 하늘 아버지께 무엇이든 담대히 구하며 기도하는 특권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둘째로 담대함은 주님과의 친밀함이라 했던 것처럼, 주님께 나아가는 것을 게을리하거나 소홀히 여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성령 안에 사시기를 바랍니다. 항상 우리 삶의 여정에 동행하시는 주님을 거부하지 않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주님이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 앞에서 떨지 말라 이는 네 하나님 여호와 그가 너와 함께 가시며 결코 너를 떠나지 아니하시며 버리지 아니하실 것임이라”(신 31:6)

이처럼 우리의 모든 형편을 아시는 주님이 이제 여러분을 주목하십니다. 여러분을 주목하시는 주님이 항상 지키시고 돌봐주심을 믿고-의지하는 담대한 믿음으로 사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