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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과 바나바의 결별과 이후”

(행 15:36-41, 16:6-10)

<2025년 10월 19일 성령강림 후 제19주 설교 / 녹색>

●예루살렘 공의회 그리고 바울의 2차 선교 여행

지난주 나누었던 사도행전 15장의 “예루살렘 공의회”는 기독교 선교 역사에 있어서 획을 긋는 사건이었습니다. 세상 모든 교회의 어머니라 할 수 있는 예루살렘 교회가 바울과 바나바의 이방인 선교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일은 자칫 예루살렘 교회와 안디옥교회 사이에 분열이 될 뻔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일치와 자유 그리고 사랑의 영으로 역사하신 성령께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드셨습니다. 이로써 저 위대한 선교 역사가 흐르고 흘러서 오늘 예배하는 우리에게까지 주의 복음이 전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감격스러운 일을 뒤로하고 바울과 바나바는 안디옥교회에서 다시 말씀 사역에 전념하게 되었는데, 그러던 중, 사도 바울은 지난 1차 선교 여행 때 세운 교회들이 궁금해집니다. ‘그들은 평안한지, 말씀 안에 바로 서 있는지, 혹여 박해를 당해 시험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바울은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어진 것입니다.

이에 바울은 바나바에게 “우리가 주의 말씀을 전한 각 성으로 다시 가서 형제들이 어떠한가 방문하자”(행 15:36)라고 하면서, 두 번째 선교 여행을 제안합니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 133:1) 시편이 노래하듯이, 바울은 멀리 떨어져 있는 형제자매를 다시 찾아서 말씀 안의 친밀한 교제를 나누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에 바울은 제2차 선교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먼저 이 선교 여행의 경로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①초록색 선이 2차 선교 여행의 전체 경로인데, 맨 왼쪽 1번 지역 수리아 안디옥을 떠나서 소아시아를 가로질러 배를 타고 유럽으로 넘어가 마케도니아와 그리스를 돌아 다시 수리아 안디옥으로 돌아오는 긴 여정입니다.

②<성령>나중에 살펴보겠지만, 1번 수리아 안디옥을 떠난 바울은 2번 지역 ‘더베와 루스드라’로 갑니다. 여기서 바울은 그곳에서 칭찬이 자자한 ‘디모데’(Timothy)라는 젊은 청년을 만나, 그를 선교팀에 합류시킵니다. 이로써 ‘바울, 실라, 디모데’ 세 사람이 한 팀을 이룹니다. 그 후에 바울은 원래 아래쪽에 보이는 4번 지역 루시아, 밤빌리아, 길리기아 지역으로 가고 싶었는데, 하지만 오늘 함께 읽은 본문이 말하듯이 성령께서 가지 말라 하셔서(행 16:6) 바울은 4번 지역이 아닌 북쪽에 있는 3번 지역, 부르기아와 갈라디아 지역에 머물게 됩니다.

③<예수의 영 그리고 하나님>이어서 바울은 서쪽으로 이동하다가 맨 위쪽 5번 ‘비두니아, 본도’ 지역으로 올라가서 복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본문이 말하기를, 이번에는 예수의 영이 허락하지 않아서 바울은 6번 드로아로 직행합니다(행 16:7). 이 또한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바울은 여기서 아주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는데, 한밤에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환상을 보게 된 것입니다. 바울은 이 환상을, 성령도 아니고, 예수의 영도 아닌, 성부 하나님이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라고 믿고는 거기서 배를 타고 7번 지역인 마게도냐로 건너가서 도시 빌립보에 가게 됩니다(행 16:10).

④빌립보에서 바울은 우리가 잘 아는 루디아와 간수장을 만나게 되고,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행 16:31)는 2천 년 교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포와 함께 유럽 최초의 교회인 빌립보교회가 세우게 됩니다.

⓹이후 바울은 빌립보에서 데살로니가와 베뢰아로 내려갔다가 8번 지역인 아덴과 고린도로 가게 되고, 거기서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를 만나서 함께 배를 타고 9번 지역인 에베소에 들렸다가 다시 배를 타고 10번 지역인 가이사랴를 거쳐, 마지막으로 출발지였던 1번 수리아 안디옥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로써 대략 5천km의 대장정을 마치게 됩니다.

●마가 요한으로 인한 갈등

이처럼 바울의 2차 선교 여행은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교 여행으로 기록됩니다. 무엇보다 디모데가 그 선교 여행에 합류하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아 마게도냐로 건너가 유럽 최초의 교회를 설립하고 돌아오는 놀라운 과정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 여행은 오늘 첫 번째 본문으로 읽은 것처럼 뜻하지 않은 갈등과 분열 속에서 시작된 여행입니다. 누구와 누구 사이에 갈등이 일어났습니까? 이제까지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한 몸 같이 붙어 다닌 역전의 용사, ‘바울과 바나바’ 사이에 불협화음이 발생한 것입니다.

본문을 보면 그들 사이의 갈등은 생각보다 심각한 것이었는데, 이 갈등의 원인은 몇 주 전에 살펴봤던 바나바의 조카 ‘마가 요한’ 때문이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그는 바울과 바나바와 함께 지난 1차 선교 여행을 함께 한 젊은이였는데, 여행 중에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자, 비겁하게도 두 사람을 놔두고 어머니가 계신 예루살렘으로 혼자 꽁무니를 빼서 도망친 전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못난 전력이 있는 마가 요한을, 바나바가 이번 선교 여행에 데려가자고 바울에게 요청한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요청이 아니었는데, 성경 원어로 보면 바나바의 요청은 집요하게 계속 물고 늘어지는 ‘고집스러운 요청’(evbou,leto, persist in, insist on, command)이었기 때문입니다(행 15:37).

물론 착하고 성품도 온화하기로 자자한 바나바가 강제로나 명령조로 거칠게 말하지는 않았겠지만, 마가 요한을 데려가자는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바울의 입장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그가 보기에 마가 요한은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예의도 없고 인내심도 없는 천방지축 젊은이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바울은 “그를 데려가는 것이 옳지 않다”(행 15:38)고 정색하면서 반대했던 것입니다.

여러분이라면 마가 요한을 데려가시겠습니까? 안 데려가시겠습니까? 바울과 바나바, 지금 둘 중 누가 고집을 피우고 있습니까? 데려가자고 고집하는 바나바입니까? 아니면 안 데려가겠다고 고집하는 바울입니까? 결별할 때까지 둘 다 고집 피우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마가 요한과 바나바의 입장에서

이런 점에서, 먼저 마가 요한의 입장에서 그리고 바나바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바나바가 마가 요한을 데려가자고 한 것이 단순히 그가 자기 조카이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 것입니다. 바나바가 그럴 정도로 분별력이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본문에서 바울과 바나바가 ‘마가 요한을 데리고 가네, 마네’ 하며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마가 요한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예루살렘에 있을까요? 그게 아니었습니다. 예루살렘 도련님 마가 요한은 지금 수리아 안디옥교회에 소리소문없이 와 있습니다.

앞서 살펴봤지만, 바나바가 바울에게 “마가라 하는 요한도 데리고 가고자 하나”(15:37)라고 할 때, 성경 원어를 보면, 여기서 ‘데리고 간다’(sumparalabei/n)는 말은 멀리 있는 누구를 불러서 같이 가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누군가와 함께 떠난다’(sum + para + lambano)는 뜻입니다<F.F. 브루스, 『사도행전』(NICNT) 부흥과개혁사>. 그러니까 마가 요한은 이미 예루살렘에서 안디옥으로 왔고, 바나바를 만나 함께 기도하면서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가 언제 예루살렘에서 안디옥으로 왔는지 성경이 전혀 언급하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예루살렘에서 수리아 안디옥까지는 육로로 500km나 떨어져 있어서 30일 이상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먼 거리인데, 만약 그렇다면 마가 요한은 무슨 이유로 이 머나먼 길을 걸어 안디옥까지 왔을까요? 여행하면서 Youtube 촬영이라도 하려고 했을까요? 아니면 삼촌이 너무 보고 싶어서 간 것일까요?

그런 이유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가 안디옥으로 찾아간 이유는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 한 가지뿐입니다. 그는 분명 바나바와 바울을 찾아서 지난 1차 여행에서 보여준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고하고 용서받기 위해서 갔을 것입니다. 자신이 보여준 인간적인 배신과 신앙적 미숙함을 두 사람 앞에 낱낱이 고하면서 잘못을 빌고자 했을 것입니다.

마가 요한이 고개를 숙였을 때, 바나바는 분명 넉넉한 마음으로 그를 용서하고 안아주었을 것인데, 그가 조카라서 그러기도 했겠지만, 사도들에게 “위로의 아들”이라 불릴 정도로 마음 따뜻한 바나바가 그를 냉정하게 내칠 리는 없습니다.

이처럼 수리아 안디옥의 어느 집에서 마가 요한과 바나바 사이에 사죄와 용서, 그리고 화해와 일치가 일어나던 중에, 마가 요한은 바울이 두 번째 선교 여행을 떠나려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이내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강하게 요청하며 매달렸을 것입니다.

이 여행은 무슨 ‘관광 여행’이 아닙니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역시나 목숨 걸고 감행해야 하는 ‘선교 여행’입니다. 그러므로 마가 요한이 바나바에게 자기도 이 여행에 데려가 달라고 요청한 것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실수를 만회하려는 간절함이고, 이제 고난 앞에서 다시는 굴하지 않겠다는 마가 요한의 신앙적 결단이었던 것입니다. 마가 요한을 데려가려는 바나바의 결단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삼촌이라서가 아니라, 넘어진 한 신앙인을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그를 새로운 신앙의 길로 인도하려는 사도 바나바의 신앙적 결단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바울의 입장에서

이번에는 바울 입장에서 한번 생각 해보겠습니다. 바울이 바나바의 요청을 거절한 것도 단순히 마가 요한이 ‘괴씸하다’는 이유로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 험한 선교 여행을 다니려면 체력도 좋아야 하고, 경험도 많아야 하고, 겁도 없고 담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바울도 잘 알고 있었기에, 전에도 마가 요한이 결국 견디다 못해 예루살렘으로 도망친 것처럼, 이번에도 데려가면 그 녀석은 다시 도망치고 말 것이라고 바울은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다 떠나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바울은 그러면 안 됩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가 ‘사도’라 불리기 전에, ‘바울’이라 불리기 전에, 그는 누구였고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그의 이름은 ‘사울’, 주의 복음을 믿는 자들을 죽이려고 살기등등했던 자입니다. 사도행전이 그를 처음 소개할 때 그는 ‘스데반을 죽어 마땅히 여기던 사울’이었고 ‘교회를 잔멸하러 다니던 사울’이었습니다(행 7:58-8:1).

거런 전력이 있는 사울에게 주님이 기회를 주셨고, 다메섹 도상에서 그를 만나주셔서 그로 하여 주의 복음을 전하는 사도로 삼아주신 것입니다. 이런 자신의 과거를 기억한다면, 바울은 마가 요한이 아무리 마뜩하지 않더라도, 아무리 부족함이 많고 철없는 젊은이라 할지라도, 바나바의 요청을 귀담아들었어야 합니다. 마가 요한을 받아들였어야 옳습니다. 과거 바울의 허물에 비하면, 마가 요한의 허물은 鳥足之血, ‘새 발의 피’에 불과한 것 아니겠습니까?

●바울 vs 바나바 격돌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실랑이가 오가면서 바울과 바나바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집니다. 생각 차이는 물과 기름처럼 변해갑니다. 루스드라에서 돌에 맞아 죽는 고난 앞에서 그토록 의연했던 사도 ‘바울’은 어디 가고, 따뜻하고 넉넉한 “위로의 아들”이자, “착한 사람이요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자라”(행 11:24)고 불린 사도 ‘바나바’는 어딜 가버렸는지, 이들에 대한 환상과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그리하여 본문이 말하듯이 두 사람은 “심히 다투어(paroxusmo,j, 2회) 피차 갈라서게”(행 15:39) 되는데,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구브로로 가고, 바울은 실라와 함께 수리아와 길리기아로 따로따로 선교 여행을 떠났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여기서 “심히 다투다”는 말은 “도발하다, 격노하다, provocation, rage, hearted conflict”<TDNT>의 뜻인데, 성경에 딱 두 번 나오는 희귀한 단어입니다.

심각하게 말싸움을 하게 되면, 예쁜 말, 예의를 갖춘 말은 사라집니다. 흥분이라도 하게 되면, 상대방이 싫어할 말, 상대방이 아파할 말을 귀신같이 찾아내서 공격합니다. 피차 말로 도발하다가, 끝내 욕설이 튀어나옵니다. 지금 바울과 바나바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하늘과 땅 사이에 다리를 놓는 듬직한 사람들이요, 하나님과 이방인 사이에 다리를 놓는 충실한 사도들이었지만, 갈라진 마음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만 있었던 것입니다.

●디모데를 합류시키시다

이러한 결과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지난주 살펴본 것처럼 예루살렘 교회와 안디옥교회 사이에 있었던 심각한 분열과 갈등을 ‘성령께서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해 주셨더니’, 정작 ‘그 결과의 수혜 당사자인 두 사람이 갈등으로 결별한 것’입니다. 성령은 사랑이요 일치였지만, 인간 바울, 인간 바나바는 갈등으로 비참하기만 한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2차 선교 여행은 실패를 예고한 채 떠난 여행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살펴본 것처럼, 바울은 제2차 선교 여행을 통해 말로 다 할 수 없는 놀라운 선교 열매를 맺게 되는데, 그렇다면 이 선교가 성공적으로 마감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일을 위해 주님이 하신 일은 무엇입니까? 크게 보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주님이 바울에게 디모데를 붙여주셨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부-성자-성령 하나님이 바울에게 강하게 역사하셨고, 바울이 그런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정직하게 응답했다는 것입니다.

첫째로, 오늘 읽지는 않았지만, 주님은 바울에게 ‘디모데’를 붙여주셨습니다. 하나님이 바울과 디모데가 함께 선교 여행을 떠나게 하신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성경이 디모데에 관해 “루스드라와 이고니온에 있는 형제들에게 칭찬받는 자”(행 16:2)라고 소개하는 것처럼, 우리는 디모데가 완벽한 바울의 제자인 것처럼 종종 말하지만, 어디 디모데라고 문제가 없을까요? 디모데도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중 세 가지만 간단히 꼽겠습니다.

첫째, 그는 너무 젊고 경험이 부족합니다. 디모데전서 4장에서 바울은 디모데에게 “누구든지 네 연소함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라”(딤전 4:12)고 당부합니다. 아직 경험도 없고 나이도 어리니, 어디가서 실수하지 말고 하나를 해도 꼼꼼히 하라는 당부입니다.

둘째, 디모데는 체질이 허약합니다. 그래서 바울이 “네 위장과 자주 나는 병을 위해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딤전 5:23)고 권면했을 정도입니다. 누군가 잦은 병치레를 한다면, 여행하기에는 결격 사유가 너무나 큽니다. 디모데가 그랬다는 것입니다.

셋째, 디모데는 담대하지 못하고 소심한 사람입니다.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이 소심한 디모데를 보낼 때, 얼마나 걱정이 되었는지 이렇게 씁니다. “디모데가 이르거든 너희는 조심하여 그로 두려움이 없이 너희 가운데 있게 하라. 그도 나와 같이 주의 일을 힘쓰는 자임이라. 그를 멸시하지 말고 평안히 보내어 내게로 오게 하라”(고전 16:10-11) 디모데는 겁이 많고 소심한 사람이니, 너무 그를 몰아붙이지 말고, 그가 아무리 부족해도 나를 대하듯이 해달라고 특별 주문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런 이유로 어느 학자는 디모데를 “용기 박약한 인물”(deficient in courage)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하기도 합니다<J.J. Lias, The First Epistle to the Corinthians(CBSC)>.

이렇게 보니, 디모데는 우리가 확인한 바나바의 조카 마가 요한의 단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습니다. 마가 요한보다 나은 게 별로 없습니다. 그도 언제, 어디서, 마가 요한처럼 선교 여행을 포기할지 모르는 연약한 존재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디모데는 마가 요한과는 달리 끝까지 선교 여행을 완주합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선교 여행 내내 디모데를 향한 바울의 격려와 특별한 가르침, 그리고 돌봄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울이 선교 여행 중에 썼던 편지인 <로마서, 고린도전서, 데살로니가전서, 빌립보서>를 보면, 바울은 그곳 성도들에게 디모데를 소개하면서 그를 대할 때 ‘나를 대하는 것 같이 해주십시오’라고 특별 요청도 아끼지 않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바울은 디모데를 돌보면서, 1차 선교 여행 때 마가 요한을 그만큼 돌봐주지 못했던 것으로 회개했을 것입니다. “밤빌리아에서 우리를 떠난 자를 데리고 가는 것이 옳지 않으니라(de. hvxi,ou, ‘그럴 가치가 없다’)!”(행 15:38)라고 차갑게 말했던 자신을 부끄러워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사도 바울은 선교 여정 속에 디모데를 돌보고 양육하면서, 그 자신도 영적으로 성장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주님이 디모데를 사도 바울의 여정에 붙여주신 가장 소중한 뜻이었고, 이로써 바울과 디모데 모두 끝까지 믿음의 경주를 완주하게 된 것입니다.

●성부-성자-성령 하나님의 역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끝으로 바울의 선교 여행이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두 번째 이유는 ‘성부-성자-성령 하나님의 안내와 도우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읽은 본문 사도행전 16장 6-10절을 보면, 바울이 선교 여행 목적지를 정할 때마다 주께서 친히 개입하십니다. 바울은 아시아로 가고 싶었지만, 처음엔 성령 하나님이 막으셔서 그를 브루기아와 갈라디아 땅으로 가게 하셨습니다. 바울은 그것에 복종했습니다.

바울은 비두니아로 올라가려고 ‘애썼을 때’는 성자 예수님이 거기로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셔서 바울은 이에 복종하여 드로아로 갔던 것입니다. 거기서 바울이 한밤중 환상 중에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도우라”는 소리를 듣자, 바울은 이 말을 성부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었던 것입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이 바울의 선교 여행 일정 속에서 역사하셨고, 바울은 그때마다 복종하며 방향을 바꿨던 것입니다.

갈등과 분열의 위기 속에 있던 예루살렘 공의회를 성령께서 친히 개입하셔서 일치와 화해를 이루신 것처럼, 성부-성자-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이 사도 바울의 여정에 깊이 개입하셨고, 바울은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이에 복종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바울과 바나바의 결별을 통해 보았듯이, 하나님은 완전무결한 영웅을 찾지 않습니다. 다만 주어진 길에서 성부, 성자와 성령 하나님의 역사 앞에 복종하는 사람을 찾으실 뿐인 것을 믿으시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결정이, 그것이 아무리 옳은 것이라 하더라도, 성령께서 하지 못하게 하시고, 예수의 영이 허락하지 않으면 방향을 바꾸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이 ‘건너가라’ 하시면 건너가시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주의 뜻을 더 알기 위해 더욱 기도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사도 바울의 편지를 보면, 그의 모든 편지에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축복을 말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삶에 어려운 일을 당할 때, 그의 믿음이 약해질 때,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지하며 멈춤 없이 걸어간 것처럼, 여러분 삶에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축원합니다.”(고후 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