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고귀한 영성의 길목에 선 사람들”

(창 44:16, 33-34)

<2024년 11월 03일 성령강림 후 제24주 주일 설교 / 녹색>

●아름다운 화해 이야기

지금까지 창세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몇 개의 화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중 대표적으로 ‘야곱’이 그의 형 ‘에서’와 화해한 이야기가 있고, 다른 하나는 역시 ‘야곱’이 그의 삼촌이자 동시에 육촌 형이었던 ‘라반’과 화해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이어서 나오는 세 번째 화해 이야기가 오늘 본문에 나오는 ‘요셉과 형제들의 화해 이야기’인데, 공교롭게도 셋 다 야곱과 관련이 있고, 셋 다 형제 사이에 일어난 갈등과 화해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고대로부터 형제 간의 갈등은 인간의 갈등과 분열을 대표할 정도로 심각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동시에 야곱의 삶은 갈등으로 점철된 파란만장한 인생이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중 오늘 우리가 나눌 요셉과 그의 형제들의 화해 이야기는 성경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화해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저는 이 본문을 통해 “가장 고귀한 영성의 길목에 선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여러분과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가장 고귀한 영성은 다른 것에 있지 않습니다. ‘화해의 길에 서 있는 모습’이야 말로 성경이 말하는 최고의 영성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가장 고귀한 영성, 곧 아름다운 화해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기독교인으로서 먼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화해의 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일’” 입니다. 잠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여러분 인생을 돌아볼 때, 갈등으로 인해 멀어진 사람이 있습니까? 가깝게는 형제나 친인척 중에, 멀게는 사회에서 만난 지인 중에, 또는 교회에서 그런 사람이 있지는 않습니까? 분명 있을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상대하고 싶지 않아서, 마음을 닫아버리는 사람, 피하고 싶은 사람, 아마 있을 것입니다. 지금 잠깐 눈을 감고 그 사람 얼굴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침묵)

이제 눈을 뜨시기 바랍니다. 때때로 우리는 원치 않는 일로 인해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사람과 멀어지고 앙심을 품는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맘 편하게, 안 보고 싶은 사람은 안 보고 살면 그만입니다. 그렇게 한다고 무슨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이라면, 화해는 우리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필수적인 일입니다. 화해는 신앙의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그걸 이루지 못해서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요셉의 첫 번째, 두 번째 시절

왜 그럴까요? 그 해답은 우리가 좋아하는 찬송가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노랫말에 담겨 있습니다. 가사를 보면, “죄 범한 영혼 구하려 그 아들 보내사 화목제물 삼으시고 죄 용서하셨네”라고 노래하듯이, 하나님은 자기 아들을 우리에게 ‘화목제물’로 내어주셨고, 그의 아들 예수께서는 스스로 ‘화목제물’이 되심으로, 회복될 수 없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화목하게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살리셨고 영원한 생명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구원받은 백성으로서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하는 신앙인이라면, 우리 삶에 화해를 이루는 것은 목적이지, 선택이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장장 창세기 42-45장에 이르는 요셉과 그의 형제 사이의 화해 이야기는 우리에게 커다란 의미를 줍니다. 그 이야기를 이 시간에 다 나눌 수는 없지만, 요셉의 인생은 크게 세 가지 시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로 요셉이 아버지 야곱의 편애를 받고 자라던 시절입니다. 어린 시절 요셉은 아버지 야곱의 편애를 받고 채색옷을 입고 자라던 밉상 요셉이었습니다. 철없던 요셉은 아버지의 편애를 있는 그대로 누렸고, 눈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철부지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형제들의 미움을 받아, 형들에게 죽을 뻔했는데, 형제 중 ‘유다’가 나서서 ‘요셉을 죽이느니 팔아서 돈이라도 벌자!’라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형들은 요셉을 애굽으로 가는 노예 상인에게 팔아버립니다. 먼저 잘못한 것은 요셉이었지만, 그렇다고 ‘동생을 죽이느니, 팔아먹자느니’ 하는 형들의 모습을 보면, 저들 사이에 얼마나 심각한 균열과 갈등이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때가 요셉의 나이 17세 때였고, 이후로 요셉은 노예 신분으로 애굽에 거주합니다.

둘째로, 요셉이 애굽의 총리가 된 시절입니다. 노예로 팔려온 요셉은 어디서건 ‘총무’ 역할을 했습니다. 보디발의 집에서는 ‘가정 총무’ 역할을 했다가, 보디발 아내로부터 모함을 받아 감옥에 갔을 때는 ‘감옥 총무’ 역할을 척척 해냅니다. 이후로 요셉은 관원장들의 꿈을 해석해 주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애굽 바로의 꿈도 해석합니다. 이로써 다가올 끔찍한 7년 기근을 위한 대비책을 만들어 제시함으로써, 요셉은 명실상부 당대 최강국 애굽의 서열 2위, ‘총리’가 된 것입니다. 이때가 요셉의 나이 30세 때였고, 요셉은 기근으로부터 애굽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주변 나라에게도 양식을 나눠 줄 정도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합니다.

●요셉의 세 번째 시절: 형들과의 재회

셋째로, 요셉과 형들이 재회하게 된 때입니다. 야곱이 살던 가나안 땅에도 기근이 들자 야곱은 아들들에게 ‘애굽에 가서 먹을 양식을 사오라’(창 42:2)고 말합니다. 그런데 야곱은 다른 아들들은 애굽에 보내지만 ‘벤야민’은 보내지 않으려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성경이 “이는 그의 생각에 재난이 그에게 미칠까 두려워함이었더라”(창 42:4)고 말하는 것처럼, 야곱은 일전에 그가 끔찍이 사랑했던 아들 요셉을 잃어버린 경험으로 인해, 막내아들인 ‘벤야민’ 만큼은 잃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베냐민을 제외한 야곱의 자식들이 애굽에 내려가 거기서 애굽의 총리를 만나는데, 그가 바로 동생 요셉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42장 8절을 보면 “요셉은 그의 형들을 알아보았으나 그들은 요셉을 알아보지 못하더라”(42:8)고 말하는 것처럼, 형들을 보자 만감이 교차했던 요셉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형들을 대합니다. 급기야 요셉은 형제들에게 “당신들 애굽을 해하려고 온 정탐꾼이지!”(42:9) 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몰아세우면서 그들이 어디서 왔고, 무엇을 위해 왔으며, 가족 관계는 어떤지 마치 심문을 하듯 물어서 캐냅니다.

이윽고 요셉은 그들에게 조건을 내걸며 말하기를 너희가 만약 정탐꾼이 아니라면, “형제 중 한 사람이 남아 옥에 갇히고, 나머지는 곡식을 줄테니 가져가서 먹고, 막내아우를 데려 오라.”(창 42:19-20)고 명령합니다. 이러한 기막힌 말을 듣고, 형제들은 서로 말하며 후회하기를, “우리가 아우의 일로 말미암아 범죄하였도다. 그가 우리에게 애걸할 때에 그 마음의 괴로움을 보고도 듣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괴로움이 우리에게 임하도다”(42:21)라고 하면서, 13년 전 동생 요셉에게 한 짓으로 인해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진심으로 후회하는 형들의 모습을 지켜본 요셉은 눈물을 참지 못해 잠시 자리를 벗어나 울고는 다시 돌아옵니다. 비록 늦었지만 자기에게 한 일을 후회하는 형들의 모습을 보니 벅찬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던 것입니다(42:24). 하지만 눈물을 닦고 돌아온 요셉은 마음을 다잡고, 자기가 말한 대로 형제 중 “시므온”(Simeon)을 볼모로 남아 옥에 가두고, 나머지 형제들은 많은 곡식을 얻어 가나안 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유다: 재등장하다

그들이 가나안에 돌아가고 시간이 지나자 다시 양식이 떨어졌습니다. 이에 야곱은 자식들에게 말하기를 “다시 가서 양식을 조금 사오라”(창 43:1)고 말하는데, 이때 형제 중 아버지 야곱 앞에 나서는 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야곱의 넷째 아들 “유다”였습니다. 유다는 요셉에게 어떤 형이었습니까? 다른 형제들이 요셉을 죽이려 할 때, ‘죽이느니 팔아서 돈을 벌자!’고 한술 더 떠 제안했던 형입니다.

이랬던 유다가 ‘애굽에 가서 양식을 사오라’는 아버지 야곱과 옥신각신하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내용인즉슨, 유다는, ‘애굽에 가서 양식을 사려면 애굽 총리가 요청한대로 막내아들 벤야민을 데려가야 합니다.’라는 것이고, 야곱은 ‘그건 말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왜 쓸데없이 애굽 총리한데 막내아들 얘기를 꺼내서 이 사달을 만들었냐!’며 야곱은 막무가내였습니다. 하기야 야곱은 그토록 사랑했던 아들 요셉을 13년 전에 잃어버렸으니, 이제 막내 베냐민마저 잃는다면, 그보다 비참한 일은 또 없으리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아버지 야곱이 너무 완강하게 고집하자, 유다는 야곱을 설득하며 말하는데, 함께 읽겠습니다. “내가 그를 위하여 담보가 되오리니 아버지께서 내 손에서 그를 찾으소서. 내가 만일 그를 아버지께 데려다가 아버지 앞에 두지 아니하면 내가 영원히 죄를 지리이다”(창 43:9) 실로 놀라운 말이었습니다. 전에는 동생 요셉을 돈 받고 팔아먹자고 제안했던 유다였으나, 이제는 아버지를 생각할 줄 알고, 동생을 보호할 줄 아는, 그리하여 가족을 구하고자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유다: 활약하다

이로써 야곱의 형제들은 베냐민과 함께 애굽에 내려갑니다. 거기서 형제들은 요셉 앞에 도착해 엎드렸는데, 요셉의 눈에는 오직 한 사람만 보입니다. 누구였을까요? 13년 전 헤어진 동생 “베냐민”입니다.(29) 자기와 어머니가 같은 유일한 혈육, 생사조차 알 수 없었던 동생이었는데, 이제 자기 앞에 어엿한 청년이 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동생을 본 요셉에 대해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요셉이 아우를 사랑하는 마음이 복받쳐 급히 울 곳을 찾아 안방으로 들어가서 울었다”(30)고 합니다.

벤야민을 만나니 요셉은 ‘반드시 동생과 같이 살아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요셉은 벤야민을 돌려보내지 않고, 붙잡아 둘 꾀를 부립니다. 그것이 지난주 새벽에 나누었던 창세기 44장의 내용이었는데, 요셉은 형제들의 자루에 두둑이 양식을 넣어주고, 돈도 넣어주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채워주었는데, 벤야민의 자루에 자신의 ‘은잔’을 몰래 넣은 것입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형제들이 가나안으로 돌아갈 때, 그들을 뒤쫓아가 자루 검사를 해서, ‘은잔’을 빌미로 벤야민에게 죄를 씌워 애굽에 붙잡아 두려고 했던 것입니다. 기막힌 작당이지만, 요셉은 이런 일을 벌일 정도로 동생과 더는 헤어지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요셉의 작당은 적중했습니다. 그가 예상한 대로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고, 요셉의 형제들은 가던 길을 돌이켜 다시 애굽에 붙잡혀 와 요셉의 집 마당에 당도했습니다. 이때 요셉은 형제들에게 어찌하여 그런 일을 벌였느냐고 호통을 집니다. 그러자 그때, 감히 누구도 나서기 어려울 때, 형제 중 한 사람이 나섭니다. 누구였을까요? 그는 가나안에서 아버지 야곱과 잠시 실랑이를 벌이며, ‘동생 벤야민을 데려가겠으니, 만일 벤야민에게 문제가 생기면 제가 동생 대신 담보가 되겠다’고 말했던 사람, 바로 “유다”였습니다.

유다는 지금 자기 앞에 있는 애굽 총리의 정체를 모릅니다. 그가 자기 동생인 줄 꿈에도 모릅니다. 그는 그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애굽의 총리에게, 자기들의 생사를 놓고 호통치는 애굽의 총리에게, 말할 뿐이었습니다. 유다가 말합니다. “우리가 내 주께 무슨 말을 하오리이까 무슨 설명을 하오리이까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정직함을 나타내리이까 하나님이 종들의 죄악을 찾아내셨으니 우리와 이 잔이 발견된 자가 다 내 주의 노예가 되겠나이다”(44:16)

이 말 중에 “하나님이 종들의 죄악을 찾아내셨다”는 말에 주목합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13년 전, 형제들이 동생 요셉을 죽이려다가 애굽에 종으로 팔아먹은 그 죄를 하나님이 지금 심판하고 있다는 고백입니다. 그 사실을 굳이 지금 꺼내 말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유다는 지금 자기들 앞에 닥친 알 수 없는 불행이 바로 그 때문이라고 하면서 “우리가 다 주의 노예가 되겠나이다”고 말하며 통렬히 참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요셉은 ‘다른 형제들은 그냥 돌아가라’고 합니다. 오직 ‘은잔이 발견된 자’ 곧 ‘베냐민’만 남으라고 합니다. 요셉의 목적은 분명했던 것입니다. 그는 오직 베냐민만 원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옥신각신하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오늘 읽은 창세기 44장 마지막 절에서 유다는 애굽의 총리에게 이렇게 감동적으로 말합니다. 함께 읽습니다. “33 이제 주의 종으로 그 아이를 대신하여 머물러 있어 내 주의 종이 되게 하시고 그 아이는 그의 형제들과 함께 올려 보내소서 34 그 아이가 나와 함께 가지 아니하면 내가 어찌 내 아버지에게로 올라갈 수 있으리이까 두렵건대 재해가 내 아버지에게 미침을 보리이다”(창 44:33-34)

전에는 동생을 팔아먹는 유다였더니, 이제는 동생을 구하고 대신 남겠다 자청하는 유다입니다. 게다가 아버지의 안위까지도 걱정합니다. 참으로 놀라운 화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고귀한 영성의 길목을 위한 세 가지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본격적인 화해는 다음 장인 창세기 45장에서 극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요셉과 그의 형제들 사이에 일어난 일만으로도 참으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셉은 물론이지만, 그의 형제들도 “화해”, 곧 성경이 말하는 “가장 고귀한 영성의 길목”에 이미 서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장 고귀한 영성의 길목에서 화해를 위한 세 가지 요인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화해에는 반드시 ‘뉘우침’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예일대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 1956~)라는 학자는 뉘우침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잘못한 일이 잘못한 일로 인정되고, 그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 회복되기 전에는 진정한 화해도, 참된 포옹도 있을 수 없다.”(There can be no genuine reconciliation, nor can there be true embrace, until wrongdoing is identified as wrongdoing and the resulting damage is repaired in some measure)<Miroslav Volf, Exclusion & Embrace, Abingdon Press>

본문에는 어떤 ‘뉘우침’이 있었습니까? 요셉의 형제들이 처음 애굽에 가서 요셉에게 ‘정탐꾼’이라며 궁지에 몰렸을 때, 그들은 “우리가 아우의 일로 말미암아 범죄하였다.”(42:21)고 말하며 뉘우쳤습니다. 두 번째로 애굽에 가서 ‘은잔을 훔쳤다’는 누명을 썼을 때도 저들은 말하기를 “하나님이 종들의 죄악을 찾아내셨다”(44:16)고 하면서 그들이 전에 요셉에게 한 일로 인해 뉘우쳤습니다. 이처럼 형제들이 뉘우치는 말을 요셉이 고스란히 들었고, 그로 인해 화해의 물꼬가 트였던 것을 보았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둘째로, 화해를 위해서는 철저한 내적 변화가 있어합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형제들은 궁지에 몰렸을 때, 그 일에 대한 변명하지 않았고, 오히려 동생 요셉에게 행한 ‘범죄’를 고백하는 기이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시계를 훔치다 잡혀서 재판을 받게 됐다면, 판사 앞에서 ‘내가 오늘 이렇게 붙잡힌 건, 한 달 전에 다이아몬드를 훔친 죄 때문이라’고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판사 앞에서는 어떡해서든 죄를 숨길 일이지 죄를 드러낼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셉의 형제들은 그랬습니다. 당장 애굽 총리에게 붙잡힌 일만으로도 생사가 걸린 위급한 죄목이었지만, 그들은 순간 죄책감이 몰려왔고, 이로써 과거에 동생 팔아먹은 죄를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형제들의 “자기 인식”, 내면의 변화로 인해 동생 요셉과의 아름다운 화해를 이루는 “중요한 전환점”(significant turning point)이 된 것입니다.<Walter Brueggemann, Genesis, John Knox Press>

마지막 셋째로, 화해를 위해서는 ‘희생’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화해 이야기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누구입니까? “유다”였습니다. 그는 아버지 야곱에게도 스스로 ‘담보’가 되겠다고 말하더니, 생사가 걸린 위태한 상황에서도 애굽의 총리에게 말하기를 “내가 벤야민을 위해 대신 머물테니, 나를 노예로 삼고 내 동생은 풀어주십시오”라고 했던 것입니다. 다음주 창세기 45장을 통해서 알아보겠지만, 사실상 요셉의 마음을 뜨겁게 감동시킨 결정적인 요인은 ‘동생 대신 머물겠다’고 말하는 유다의 희생 때문인 것입니다.

●화해는 하나님의 비전이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앞서 저는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화해의 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일’”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이 자기 아들을 우리에게 ‘화목제물’로 내어주심으로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관계를 화목하게 만들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화해는 인간의 비전이 아니라 하나님의 비전입니다. 화해는 하나님이 이끄시는 일이고 우리는 그 길의 동행자”<에마뉘엘 카통골레, 크리스 라이스, 『화해의 제자도』 Ivp>일 뿐인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화해의 길, 곧 “가장 고귀한 영성의 길목에 선 사람들” 곧 요셉의 형제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비록 완벽한 사람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그 길은 그래서 더 고귀해 보였습니다. 그 길목에서 우리는 ‘뉘우침’을 보았고, ‘눈물’을 보았고, 소중한 ‘희생’을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화해로 변해가는 아름다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끝으로 요한 1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10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요1 4:10-11) 이 말씀에 힘입어 여러분 삶에, 여러분 가정에, 우리 교회에 한국 교회 그리고 우리나라에, 그리스도께서 이루시는 참된 화해와 화목을 이루며 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