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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기도: 담대한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

(눅 11:1-4)

<2025년 2월 23일 주현 후 제7주 설교 / 녹색>

●성 에프렘

오늘 우리는 주현 후 제7주를 맞이해 예배하고 있는데, 2주 뒤에는 <성회 수요일> 의식과 함께 사순절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번 사순절에는 21일간의 특별 새벽기도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기간에 매일매일 여러분과 암송하듯 함께 읽으려는 기도문이 있습니다. <성 에프렘의 기도>라는 것입니다.

먼저 성 에프렘(St. Ephrem the Syrian, 306-373)에 대해 잠시 소개하면, 그는 4세기 시리아에 살았던 초대교부였는데, 기독교 영성에 있어서 그는 ‘경건의 표본’으로 손꼽히는 분입니다. 성 에프렘은 이단들의 잡설로부터 교회를 흔들리 없이 지키려 변증했기 때문에 “교회의 기둥”(Column of the Church) 또는 “교회를 지킨 박사”(Doctor of the Church)라고 불리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찬송가와 노래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이기도 해서, 사람들은 그에게 “성령의 하프”(Harp of the Holy Spirit)라는 아주 근사한 별명을 붙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는데, 어느 날 어떤 이단들이 잘못된 이단 사상을 노래로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퍼뜨리며 현혹하고 있었습니다. 이럴 경우, 보통 교회 지도자들은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해서 성도들에게 듣거나 부르지 말라고 신신당부할 텐데, 에프렘은 다른 묘안을 하나 냈습니다. 이단들의 노래를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그 노래에 자신이 직접 가사를 만들어 붙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만든 노랫말은 교리적으로도 탁월한 내용인 데다가, 문장이 너무 아름다워서, 사람들은 원래 이단이 만든 노래는 잊어버리고, 에프렘이 만든 노래를 불렀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단들조차도 에프렘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는 것입니다<“Harp of the Holy Spirit: St. Ephrem, Deacon and Doctor of the Church”, thedivinemercy.org>.

●성 에프렘의 기도

이처럼 경건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에프렘이 남긴 <에프렘의 기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오 내 생명의 주관자이신 주님! 내게 나태한 마음, 비겁한 마음, 군림하려는 마음, 그리고 허탄한 말을 주지 마시고, 정결한 마음, 겸손한 마음, 인내의 마음, 그리고 사랑을 주소서. 오 왕 되신 주님! 내게 은혜를 베푸사 나의 허물을 보게 하시고, 내 형제를 정죄하지 않게 하옵소서. 주님은 영원히 찬송 받을 분이시나이다! 아멘.”<성 에프렘은 ‘시리아어’로 썼지만, 현재 남은 가장 오래된 사본은 헬라어 사본이다. 원문의 의미를 살려 우리말로 옮긴다.>

Κύριε καὶ Δέσποτα τῆς ζωῆς μου, πνεῦμα ἀργίας, περιεργίας, φιλαρχίας, [φιλαργυρίας], καὶ ἀργολογίας μή μοι δός· πνεῦμα δὲ σωφροσύνης, ταπεινοφροσύνης, ὑπομονῆς καὶ ἀγάπης χάρισαί μοι τῷ σῷ δούλῳ. Ναί, Κύριε Βασιλεῦ, δώρησαί μοι ὁρᾶν τὰ ἐμὰ πταίσματα, καὶ μὴ κατακρίνειν τὸν ἀδελφόν μου· ὅτι εὐλογητὸς εἶ εἰς τοὺς αἰῶνας τῶν αἰώνων. Ἀμήν<‘The’ Prayer of St. Ephrem, saintephrem.org>

나중에 사순절 기간에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이 기도문에는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거부해야 할 ‘네 가지 惡’과, 반대로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할 ‘네 가지 德’에 관한 기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서 “내게 은혜를 베푸사 나의 허물을 보게 하시고, 내 형제를 정죄하지 않게 하옵소서”라는 두 가지 요청과 함께 “주님은 영원히 찬송 받을 분이시나이다! 아멘”이라는 찬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순절>이 되면 초대교회(동방교회) 모든 성도는 이 기도문을 월요일부터 목요일에 ‘열다섯 번’ 반복해서 드리고, 금요일에는 ‘스무 번’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사순절>이 지나는 동안 모든 성도는 이 기도를 대략 오백 번 정도 반복해서 드리게 됩니다<조성암, 『성 에프렘의 기도』 정교회출판사>. 기도의 내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이 기도를 자세히 보면 사도바울이 에베소서 4장에서 “우리가 …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엡 4:13)라고 말한 것처럼, 에프렘의 기도는 “그리스도인의 내적 성장”을 위한 기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성 에프렘은 우리 내면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과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을 구분해서 기도했던 것이고, 초대교회 성도들은 이러한 기도를 반복하면서 사순절을 거룩하게 보내려고 했던 것입니다.

●첫째, 항상 기도하신 예수님

오늘 본문 누가복음 11장에는 우리에게 <주의 기도> 또는 <주기도문>이라고 알려진 기도로서, 주님이 제자들에게 친히 “이렇게 기도하라”고 알려주신 기도가 나옵니다. 물론 본문에 나오는 주기도문은 우리가 줄곧 암송하는 <마태복음>에 나오는 주기도문에 비해 사뭇 짧은데, 함께 읽겠습니다.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우리에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오니

우리 죄도 사하여 주시옵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소서”<누가복음 11:2-4>

앞서 소개한 성 에프렘의 기도를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내적 성장을 위한 기도”라고 불렀는데, <주기도문>은 초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성 에프렘의 기도가 “내면과 씨름하여 성찰하는 기도”라고 한다면, 주기도문은 “하나님과 씨름하고 하나님께 집중하는 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살펴보려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아쉬운 것은 기도문을 한 구절 한 구절 풀어 볼 시간이 없어서, 다만 주기도문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체적으로만 살펴보려 합니다. 이를 위해서 다음의 네 가지를 주목해야 합니다.

첫째로, 예수께서는 항상 기도하시는 분이셨다는 점입니다. 본문 1절을 보면 “예수께서 한 곳에서 기도하시고 마치실 때”(1a절) 제자들이 예수께 나아가는 것으로 본문이 시작합니다. 몇 주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예수님은 항상 기도하신 분입니다. 세례받으실 때도 기도하셨고, 광야에서 금식으로 기도하시기도 했습니다.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도 기도하셨고, 사역을 마친 뒤에도 기도하셨습니다. 한적한 곳을 찾아가셔서 기도하셨고, 산에 오르셔서 밤이 새도록 기도하시기도 했습니다.

겟세마네 정원에서는 땀이 핏방울처럼 될 때까지 통성으로 기도하셨고, 심지어 십자가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실 때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께 맡기나이다”라는 마지막 기도가 예수님의 마지막 숨이었을 정도입니다(‘세례, 3:21’, ‘한적한 곳에서, 5:16, 9:18’ ‘산에서 밤이 새도록, 6:12’, ‘겟세마네, 22:44’, ‘십자가, 23:34, 23:46’).

다시 말하자면, 주님은 항상 기도하셨습니다. 그냥 잠깐 눈 감고 무상무념으로 앉아 있는 걸로 ‘기도한 셈’ 치는 게 아니라, 주님은 언제나 일부러 ‘기도의 시간’을 마련하셨고, ‘기도의 장소’를 애써 찾아가셔서 아바 아버지께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펴볼 주기도문은 이처럼 매 순간 아바 아버지께 항상 기도하신 주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기도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둘째, 기도를 가르쳐달라 요청한 제자들

둘째로, 제자들이 예수님에게 “기도를 가르쳐달라”고 요청했다는 점입니다. 본문을 보면 아마도 제자들은 ‘예수님은 틈만 나면 기도하시는데, 도대체 뭐라고 기도하실까?’하고 궁금했던가 봅니다. 그래서 제자 중 하나가 예수님이 기도를 마치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가서 ‘예수님, 주님은 뭐라고 기도하세요? 뭔가 특별한 기도 방법이라도 있나요?’라고 말하며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한 것인데, 복음서에서 제자들이 예수님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곳이 유일합니다<대럴 벅, 『누가복음2』 부흥과개혁사>. 그만큼 매우 이례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는데, 본문 1절을 보면, 제자 중 하나는 예수님에게 가서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친 것과 같이 우리에게도 가르쳐 주옵소서.”(1절)라고 하면서, 세례자 요한의 기도와 예수님의 기도를 비교해가며 요청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례자 요한은 기도에 대해 어떻게 가르쳤을까요? 우리가 알다시피 세례자 요한은 엘리야의 복장을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 “회개의 세례”(눅 3:2)를 전파했던 인물입니다. 학자들은 세례자 요한에 대해서 “회개를 외친 종말론적 예언자”라고 정리해 말합니다<E.P.샌더스, 『예수운동과 하나님나라』 한국신학연구소>.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례자 요한이 기도에 대해 무엇을 가르쳤는지는 성경에 나오지 않아서 우리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회개를 외친 종말론적인 예언자로서 그의 사역은 주로 ‘회개의 세례’에 집중된 것을 생각해보면, 모르긴 몰라도 그는 제자들에게 “참회의 기도”를 가르쳤을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여러 가지 죄악들을 열거하면서, ‘이런 죄를 지었을 때는 이렇게 회개하고, 저런 죄를 지었을 때는 저렇게 회개해야 한다’라고 하면서 아주 꼼꼼하고도 엄격하게 참회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쳤을 것입니다.

이러한 소식을 듣게 된 제자들은 요한의 제자들이 무척이나 부러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우리에게도 선생님이 있으니 한번 물어보자’ 하면서 저들은 예수님이 기도를 마치실 때를 기다렸다가 ‘요한은 제자들에게 회개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데,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합니까?’라고 물었을 것입니다.

●셋째, 기도의 대상을 ‘사람’에게서 ‘하나님’에게로 옮기셨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가 본문에서 주목해야 할 세 번째로, 예수께서는 기도의 대상을 내면이 아닌 하나님에게로 옮겨주셨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성 에프렘의 기도가 “내면과 씨름하여 성찰하는 기도”이고, 세례자 요한의 기도가 자기 안의 죄를 “참회하는 기도”라고 한다면, 그래서 둘 다 기도하는 사람의 내면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기도라고 한다면, 주님이 가르쳐주신 기도는 “하나님과 씨름하고 하나님께 집중하는 기도”인 것입니다. 하나님을 먼저 바라보는 기도입니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기도는 포인트가 완전 달랐던 것입니다.

기도할 때 우리 자신을 점검하며 돌아보는 것이야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내면에 들끓는 죄의 문제로 인해 번민에 휩싸이게 되면, 자칫 기도하다가 자기연민에 빠져 우울해지고, 기도하다가 자존감을 잃고 무기력해질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어디-어디 기도원을 다니면서 기도를 오래 했다든지, 기도하다 무슨-무슨 은사를 받았다든지 하면서 기도하다가 교만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둘 다 하나님께 기도하지만, 하나님에 대한 집중력을 상실한 결과입니다.

이런 이유로 예수께서는 단도직입적으로 기도는 우리 내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전적으로 집중하고, 너희 모든 문제를 하나님께 직접 고하라고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누군가 이렇게 질문합니다. ‘어떻게 하면 자전거를 탈 수 있나요?’ 성 에프렘이나 세례자 요한은 아마도 ‘자전거의 작동 원리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자전거를 타려면 수평대 위에서 수평 잡는 것부터 연습하십시오’라는 식으로 가르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이라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대답은 ‘자전거를 타고 싶습니까? 지금 밖에 나가서 그냥 자전거를 타십시오!’라는 대답하셨을 것입니다.

누군가 이렇게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나요?’ 성 에프렘이나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어느 나라 영어를 배우고 싶습니까? 영국식 영어? 미국식 영어? 호주식 영어?’ ‘아니오, 그게 아니라 그냥 영어를 배우고 싶습니다!’라고 재차 물으면 그들은 이렇게 황당하게 말할지 모릅니다. ‘영어는 원래 AD 5세기 경 영국의 앵글로 색슨족이 사용하던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이라면 이렇게 대답하실 것입니다. ‘지금 바로 영어 책을 펴고 그냥 ABC부터 읽고 말하십시오!’

또 누군가 만약 이렇게도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나요?’ 사실 이 말은 제가 미국에서 만난 어떤 사진작가에게 물었던 말입니다. 그가 찍는 사진이 너무 예술적이고 훌륭해서 제가 감탄하며 물었던 것인데,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그분은 ‘씩~’ 하고 웃으면서 제게 말하기를 “지금 바로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사진을 찍으세요”(Just take your camera and go out and shoot!)라고 했습니다.

체이스 자비스(Chase Jarvis, 1971-)라는 미국의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그는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작가 중 한 사람인데, 그가 찍는 사진들이 너무 멋진 것들이 많아서 언젠가 사람들이 그에게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떤 카메라를 써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의 대답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지금 당신이 들고 있는 카메라가 제일 좋은 카메라입니다”(The best camera is the one that’s with you) 실제로 그는 아이폰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사진을 찍었던 사람으로 유명합니다.<chasejarvis.com>

또한,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당신 사진이 그처럼 창의적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창의성,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습관’입니다.”<mitchmatthews.com> 사진을 창의적으로 찍는 것에 무슨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게 아니라, 늘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대답입니다.

이런 점에서 제자들이 세례자 요한과 비교하면서 예수께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을 때, 예수께서는 어떤 별스러운 기도 방법이나 기도의 비법이 아니라,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렇게 기도하라. 아버지여~”(11:2)라고 “지극히 단순하고도, 직접적인”<새라 코클리, 『십자가, 사랑과 배신이 빚어낸 드라마』 비아>, 그러나 ‘가장 강력한’ 기도의 방법을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이로써 너희 삶에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 ‘생각하고, 고민하고, 평가하고’, 그러다가 ‘우쭐하거나 교만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우울하고, 비관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먼저 모든 일로 인해 하나님께 직접 구하는 ‘거룩한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넷째, 아버지께 기도하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마지막 네 번째로 예수께서는 우리가 기도할 대상을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설정해 주신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 그동안 많은 설교를 들으셨을 것인데, 구약성경에는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것이 손에 꼽습니다. 웬만해서는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리고 오늘 예배하는 우리에게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이 아버지가 되신다는 것에 관해 어느 학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섬긴다는 것은 내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 하나님은 우리를 홀로 외롭게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우주에서 버림받아 길을 잃고 헤매는 존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발터 카스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분도출판사>

이처럼 하나님이 우리의 “아버지” 되신 것은, 과거 여성 신학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성차별적인 것이 아닙니다. 때로 어떤 분들은 육신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좋지 못해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남성으로서의 성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에 나오는 이방 신들은 ‘바알’처럼 대놓고 ‘남성 神’이고, ‘아세라’처럼 대놓고 ‘여성 神’이어서 끼리끼리 짝을 맺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라는 호칭은 특정 성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학자의 말처럼 우리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하셨고, 우리를 돌봐주시는 사랑의 창조주 하나님을 뜻하는 것입니다.

●담대한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 주기도문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얼마 전 소천하신 프레드릭 비크너(Frederick Buechner, 1926-2022)라는 미국의 저명한 기독교 작가는 주기도문에 대해서 말하기를, “주기도문은 우리가 그저 대수롭지 않게 드릴 수 있는 기도가 아닙니다. 이 기도는 담력이 필요한 기도입니다.”<스탠리 하우어워스, 『주여, 기도를 가르쳐 주소서』 복있는사람>라고 했습니다. 왜 기도할 때 담력이 필요한지 그는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우리는 ‘나라가 임하옵시며’라고 기도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십시오. 만일 이런 일이 정말 불현듯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어떤 것이 유지되고, 어떤 것이 끝장날까요? … 주기도문을 입 밖에 내는 것은 사자를 우리 밖으로 꺼내는 것이며, 원자폭탄의 위력도 무색하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힘을 폭발시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주여, 기도를 가르쳐 주소서』>

그렇습니다. 주기도문은 실로 담대한 마음 없이는 드릴 수 없는 기도입니다. 주기도문은 죄에 물든 우리가 낯뜨겁게도 ‘아버지의 거룩한 이름’을 찬양해야 하는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주기도문은 ‘나의 뜻을 이루어 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라’는 마음에도 없는 말로 하는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대로 이루어지면 어쩌려고 말입니까? 주기도문은 용서하는데 한없이 서툴기만 한 우리가 감히 하나님께 ‘우리에게 죄를 지은 자를 모두 용서했으니’라고 뻔뻔스럽게 말하면서, 내가 그 조건을 충족했으니 ‘나도 용서해달라’고 에둘러 말해야 하는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렇게 말하고 보니, 우리는 주기도문에 합당한 것 같지 않아서, 차라리 성 에프렘의 기도나 세례자 요한의 기도로 만족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지간한 철면피나 강심장 아니면 주기도문으로 기도할 수는 없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그걸 이미 아시는 주님은 우리의 자신감과는 상관없이, 주기도문을 통해 우리가 아바, 아버지께 기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신 것입니다. 비록 우리가 주기도문에 합당한 사람은 아니지만, 전혀 다른 기도의 경지로 나아가도록 주님이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고 우리 손을 붙잡아 이끌어 주신 것입니다. 이 기도를 고백하는 것이 고통스럽더라도, 담대한 마음으로, 그러나 겸손히 기도하라고 주님이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우리가 담대하게, 그러나 겸손하게 주기도문으로 기도할 때, 아바, 아버지 되신 하나님이 우리의 신음에 귀를 기울여 주십니다.

우리가 담대하게, 그러나 겸손하게 주기도문으로 기도할 때, 아바, 아버지 되신 하나님이 죄 많은 우리를 버려두지 않으시고, 우리의 마음을 고쳐 주시고, 우리가 볼 수 없는 상처까지를 어루만지시며, 우리를 용서와 구원의 길로 이끌어 주십니다.

우리가 담대하게, 그러나 겸손하게 주기도문으로 기도할 때, 아바, 아버지 되신 하나님이 우리 삶에 동행하시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해 방황하는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시고, 바짝 말라버린 광야의 뼈다귀 같은 우리로 하여, 하나님 백성의 군대로 일어설 수 있는 거룩한 힘을 허락해 주실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다같이 담대하게, 그러나 겸손하게, 주님이 가르쳐주신 기도로 기도하겠습니다.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우리에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오니

우리 죄도 사하여 주시옵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소서”<누가복음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