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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문未聞, 미문美門, 미문美聞”

(행 3:1-10)

<2025년 7월 13일 성령강림 후 제5주 설교 / 녹색>

● 천양희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지난주 화요일에 마포지방회 교역자 회의가 우리 교회에서 있었는데, 장소가 우리 교회다 보니 담임자인 제가 예배 설교로 섬겼는데, 설교 중에 저는 마가복음에 나오는 바디매오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천양희 선생님이 쓰신 시를 하나 인용했습니다.

1920년 뉴욕의 어느 추운 겨울날 / 가난한 한 노인이 ‘나는 맹인입니다’(I’m blind) 작은 팻말을 들고 / 공원 앞에서 구걸하고 있었다 / 몇 사람만 동전을 던지고 갈 뿐 / 그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 그때 한 행인이 맹인 앞에 잠시 머물다 떠났다 / 그 뒤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 맹인의 적선통에 동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무엇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마음을 돌려놓은 것일까 / 팻말은 다음과 같은 글귀로 바뀌어 있었다 / “봄은 곧 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봄을 볼 수 없습니다(Spring’s coming soon. But I can’t see it). 사소한 말 한마디가 마음을 크게 벌었던 것이다.” <천양희의 “사소한 한마디” 전문 『지독히 다행한』 창비>

잔잔하게 써 내려간 글이 생각할수록 무척이나 감동적입니다. 허탕 치기만 했던 맹인의 팻말을 감동적인 문구로 바꾼 사람은 그 앞을 우연히 지나던 유명한 프랑스의 시인이었다고 합니다. 천양희 선생님이 말하는 것처럼, 구걸하는 맹인의 상황은 전혀 다를 바 없었지만, 달라진 팻말의 문구, “그 사소한 말 한마디가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던” 것입니다. 사소해 보였지만, 결코 사소한 말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 시를 곰곰이 묵상하다가 문득 ‘우리 삶의 팻말을 바꿔주신 분이 계시구나!’ 싶었습니다. 우리 생각대로 팻말에 적어서 몇 날 며칠, 아니 몇 년, 몇십 년을 죽치고 앉아 있어도 뭐하나 달라진 것 없었지만, 주님이 오셔서 그 못 자국난 손으로 적어주신 자비의 팻말로 인해 하나님의 백성이 되어 오늘 이처럼 예배하러 나왔으니 말입니다. 오늘이 은혜입니다.

●고대 사회에서 ‘걷지 못하는 것’에 관하여

오늘 본문 사도행전 3장은 방금 고백한 것처럼, 인생의 팻말, 영혼의 팻말이 달라진 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전까지 그는 ‘좌절과 절망의 팻말’을 붙들고 살았지만, 이제는 ‘그리스도의 팻말’, ‘언약 백성의 팻말’을 들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나면서부터 걷지 못해 평생을 성전 미문에 앉아 구걸하는 ‘비참한 삶’을 살았지만, 그는 이제 다리에 힘을 얻어 껑충껑충 뛰며 성전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삶’으로 변화된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어떤 이가 이런 장애를 안고 태어나면, 가족과 친척은 물론이고 사회와 국가가 돕고 응원합니다. 비록 충분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이 있긴 하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는데, 2천 년 전 사도행전 시대를 생각해보면, 그때는 원시 농경 사회였기 때문에 ‘걷지 못하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남자건 여자건 밖에 나가 ‘일할 수 없는 존재’는 사람대접을 받기 어려운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시 로마 시대의 정치와 문화를 주름잡던 철학자들(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조차 장애를 안고 태어난 사람에 대해 차마 여러분에게 인용해드릴 수 없을 만큼 잔인한 편견을 드러내기도 했고<“어떤 기형적인 아이도 양육되어서는 안 된다는 법이 있어야 한다” Aristotle, Politics Book7, Chap. 16, “갓 태어난 아기를 거름더미나 쓰레기장에 버리는 끔찍한 일이 자주 일어났다.” “Infanticide In The Ancient World” earlychurchhistory.org>, 이스라엘은 이스라엘대로 냉정했습니다.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과 접촉하지 말라’(레 21: 17-20)는 가혹한 율법 규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유대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오늘 본문에 나오는 ‘날 때부터 걷지 못한 사람’은 사회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소외되는 것은 물론이고, 남들처럼 제사 한 번 제대로 드릴 수 없는 비참하고 가련한 인생을 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가 오래전 은혜받으며 불렀던 “금과 은 나 없어도 내게 있는 것 내게 주니, 곧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는 찬양 으로도 유명한데, 그가 베드로와 요한의 손을 잡고 일어나 걷게 된 기적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이야기지만, 본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와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 일은 ‘제 구 시’에 일어났다

오늘 본문은 이러한 일이 일어난 ‘시간과 장소’를 특정하며 시작하는데, 시간은 “제 구 시”(1)의 기도 시간이라 하고, 장소는 “미문이라는 성전 문”(2)이라고 합니다.

먼저 시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아침과 오후, ‘하루에 두 번’ 정기적으로 희생 제사와 함께 매일 기도했는데, 이것을 ‘타미드 제사’(Tamid Sacrifice)라고 합니다. 민수기 28장이 ‘아침과 오후에 각각 어린 양 한 마리씩 바치며 제사를 지키라’고 말하는데(민 28:3-4), 이에 따라 유대인들은 매일 ‘제 삼 시’(오전 9시)와 ‘제 구 시’(오후 3시)가 되면 어김없이 제사 하러 성전에 모였던 것입니다<아침 기도는 ‘샤카리트Shacharit’, 오후 기도는 ‘민하Mincha’. “The Unique Tamid Sacrifice – Why does it Matter?” TorahLifeMinistry.com와 “Daily Prayer: Shacharit, Mincha and Maariv” myjewishlearning.com 참조>

유대인들은 이 제사 기도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겼는데, 과장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AD 70년경 로마 군대가 예루살렘을 멸망시켰을 때, 예수님과 거의 동시대에 살았던 유대 역사학자 요세푸스(Flavius Josephus, 37-?)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이렇게 생생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사장들은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해서 제사를 중단하지 않았다. 돌이 날아오는 가운데서도 그들은 아침과 제 9시에 하루에 두 번 제단 위에 제사를 중단하지 않았다”<『요세푸스』 생명의말씀사>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한창인 데다가 이미 전세는 기울어 멸망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유대인들은 오전 9시와 오후 3시, 하루 두 번의 제사를 멈추지 않았다는 놀라운 증언인데, 오늘 본문이 말하는 성전 기도가 바로 그 기도를 뜻하는 것입니다.

●이 일은 미문에서 일어났다

본문은 시간에 이어 장소를 특정합니다. 2절을 보면 “미문이라는 성전 문”(2)이라고 합니다. “미문”(The temple gate called Beautiful, w`rai/oj)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문”이라는 뜻인데, 예수님 시대에 예루살렘 성에는 내부에서 외부로 출입하는 문이 대략 10개 정도 있고, 내부에서 다른 내부로 통하는 문도 여러 개가 있는데, 본문이 말하는 ‘미문’이 그중 어떤 건지 알려주는 문서가 없습니다. 본문이 ‘미문’이라고 하는 것은 이 문이 하도 웅장하고 아름다워서 그렇게 ‘별명’을 붙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앞서 인용했던 유대 역사학자 요세푸스의 책에 보면, 당시 예루살렘 성전에 있던 빼어날 정도로 아름다운 문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문은 성전 내부에 있는 ‘여인의 뜰’에서 ‘이스라엘의 뜰’로 들어가는 문이었는데, 우리 교회를 예로 든다면 ‘예배당 로비’에서 예배당 안으로 들어오는 ‘예배당 출입문’에 해당하는 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은 ‘고린도 지방에서 수입’한 것이기 때문에 요세푸스는 이것을 “고린도 청동 문”이라고 불렀는데, 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기증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니카노르의 문”이라고도 불립니다<Mishnah, Middot 2:3>. 당시 고린도 지역은 은-금을 비롯하여 여러 금속을 정교하게 배합하는 ‘합금 기술’로 유명했는데, 요세푸스가 본 그 문이 바로 이런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요세푸스는 이렇게 기록합니다(복잡한 서술을 풀어서 쓴다).

“성전의 다른 문들은 단순히 은과 금으로 덮여 있지만, 이 문은 ‘고린도 청동 문’(Corinthian brass)인데 전체 높이가 23m에 문짝은 18m나 된다. 다른 문들보다 훨씬 육중해서 20명이 함께 열고 닫아야 할 정도다.”<요세푸스 『유대 전쟁사』 5장, 6장, 생명의말씀사>

당시 헤롯대왕이 지은 예루살렘 성전은 그 어떤 건축물보다 화려했습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황금처럼 보일 정도로 예루살렘 성전은 온통 은과 금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던 것입니다. 역사학자 요세푸스는 살다 살다 이런 문은 처음 봤다는 듯이 자기 앞에 있는 이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성전 문에 압도됩니다. 은이나 금으로 된 문 여느 문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황홀한 색감과 질감으로 구성된 문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예루살렘 성전 이미지를 잠시 보겠습니다. 아래쪽에 있는 ‘여인의 뜰’(예배당 앞 로비)은 유대인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고, 거기를 지나 반원 형태로 된 계단을 올라가면 ‘이스라엘의 뜰’(예배당)로 들어가는 거대한 문이 나오는데, 그것이 요세푸스가 언급한 문입니다. 이 문을 통과해야 이스라엘의 뜰로 들어가서 제사장이 집례하는 제사 행위를 눈앞에서 지켜보면서 예배할 수 있었던 것인데, 성경학자들은 요세푸스가 언급한 문이 바로 그 문이며, 그 문이 오늘 본문에 나오는 ‘미문’(예배당 출입문)일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입니다.

지난 5월에 나누었던 누가복음 21장에 나오는 “가난한 과부 이야기”를 기억하십니까?(5월 11일 설교 “예수께서 보신다 예수께서 아신다”) 이 과부는 여성이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뜰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그저 여인의 뜰 양쪽 벽에 있는 ‘헌금함’에 겸손히 두 렙돈을 드리고 거기서 예배했다고 했습니다. 우리 교회로 치자면 예배당에 들어오지 못하고 예배당 로비에서 예배했다는 것입니다.

방금 보여드린 그림 일부를 확대해보면, 양쪽으로 보이는 헌금함 위치가 그녀가 예배드렸던 장소였습니다. 그러면 오늘 본문의 걸인이 앉아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저 거대한 미문 옆 어느 구석에 앉았을 것입니다. 유대 남성이긴 해도 장애를 안고 태어난 사람이 함부로 미문을 통과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를 도왔던 고마운 친구들도 그것을 잘 알았기에, 매일같이 그를 성전으로 메고 왔으면서도 이스라엘 뜰이 아니라 미문 옆에만 내려 주었던 것입니다. 그가 앉은 곳은 누가복음에 나왔던 가난한 과부가 있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 안을 보시오!

그런데 본문을 보면 미문 옆에 그가 앉아 있을 때 베드로와 요한이 거기를 지납니다. 수많은 사람이 지나가는데 본문은 말하기를 걸인의 눈에 베드로와 요한, 두 사람이 들어왔고(3), 이에 그는 그들에게 구걸합니다. 그들에게 자비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었을 텐데, 그러자 4절에서 베드로와 요한은 의미심장하고도 아주 기막힌 말을 합니다. “우리를 보라”(Look at us!)

성경 원어로 보면 이 말은 “우리의 안을 보라”(Look into us!, Ble,yon eivj)는 뜻입니다. 베드로와 요한, 그들 속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무엇이 있길래 ‘안을 보라’고 말했을까요? 베드로가 이어서 그에게 하는 말에 해답이 있습니다. 6절을 다같이 읽습니다. “베드로가 이르되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6)

베드로 안에는 무엇이 있었습니까?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지금 저들은 문이며 벽이며 천장이며 기둥이며 심지어 바닥까지, 곳곳마다 온통 은과 금으로 도배한 예루살렘 성전에 있습니다. 게다가 저들 앞에는 요세푸스가 모든 것보다 아름답다고 넋을 잃고 칭찬하는 ‘미문’이 있습니다. 베드로와 요한이 걸인과 눈이 마주쳤을 때 하나님이 그들에게 주신 마음은 은이나 금이나 청동문 따위가 아닌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들 안에 활활 타오르는 무엇을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에 본문은 아주 놀라운 장면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7-8절을 함께 읽습니다. “오른손을 잡아 일으키니 발과 발목이 곧 힘을 얻고 뛰어 서서 걸으며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가면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하나님을 찬송하니”(7-8)

참으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람은 날 때부터 걷지 못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발과 발목에 힘이 들어가는 기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일어선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직립보행’의 기쁨을 평생토록 누려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본문이 말하듯이, 베드로와 요한은 그에게 “우리 안을 보시오!”라고 말했고, 이에 그들 안에 샘솟듯이 넘쳐나는 성령의 힘으로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 그 이름의 능력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말하자, 그가 일어납니다. 베드로와 요한 때문이 아니라, 그들 안에 있던 예수 그리스도, 그 이름의 능력이 그를 일으켜 세웠던 것입니다. 할렐루야!

●그 시각 ‘제 구 시’에 성전 되신 예수 안에 들어가다

이 사건의 결과는 무엇입니까? 그가 일어나 걸었다는 것입니까? 물론 그것만으로도 믿을 수 없는 꿈만 같은 일입니다. 그러나 본문이 우리에게 말하는 그게 다가 아닙니다. 7-8절을 다시 읽겠습니다. “오른손을 잡아 일으키니 발과 발목이 곧 힘을 얻고 뛰어 서서 걸으며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가면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하나님을 찬송하니”(7-8)

본문은 날 때부터 걷지 못했던 이 사람, 단 한 번도 직립보행을 해보지 못했던 그가 자유롭게 걷고 뛰게 되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제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붙잡고 당당히 ‘미문을 통과하여’ 단 한 번도 구경해보지 못한 “성전 안에 들어가” 거기서 기쁨으로 예배하는 예배자가 되었다고 증언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유독 “성전”(누가는 건물로서의 성전 ‘nao,j’가 아닌 “그 거룩한 곳”으로 ‘i`ero,j’라는 표현을 쓴다)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본문 1-10절 중에 ‘1, 2, 3, 8, 10절’ 다섯 번이나 나옵니다. 그만큼 성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무엇이 성전입니까? 누가 성전이 되셨습니까?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요 2:19) 주님이 성전 되십니다.

예수께서는 언제, 어떤 사건으로 성전이 되셨습니까?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소의 휘장을 정 중앙으로, 위로부터 아래로 찢어 우리로 하여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게 해 주신 사건(히 10:19)은 무엇입니까? 주님의 ‘십자가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기억하는 우리에게 오늘 본문은 “그 십자가 사건은 몇 시에 일어났는가?”를 묻습니다. 누가복음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온 땅에 어두움이 임하여 제구시까지 계속하며 성소의 휘장이 한가운데가 찢어지더라.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이르시되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숨지시니라”(눅 23:44b-46) 그 시각 “제 구 시”에,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거룩한 성소의 휘장을 찢고 스스로 성전이 되신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 오늘 성전 미문에서 일어난 이 놀라운 사건은 몇 시에 일어났습니까? “제 구 시”(1)였습니다. 주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바로 그 시각이었습니다. ‘제 구 시’가 되어 걸인이 베드로와 요한의 손을 붙잡았을 때, 그는 ‘제 구 시’에 십자가 구원을 완성하신 주님의 못 박힌 손을 붙잡은 것입니다.

●미문未聞, 미문美門, 미문美聞(The Unheard, The Beautiful Gate, The Beautiful Tidings)

이런 점에서 저는 오늘 설교 제목을 “미문未聞, 미문美門, 미문美聞”(The Unheard, The Beautiful Gate, The Beautiful Tidings)이라 했습니다. 이제까지 그는 아름다운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未聞’입니다. 그리하여 그저 ‘아름다운 문’, ‘美門’ 앞에만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구 시’에 베드로와 요한을 통해 드디어 아름다운 소식, ‘美聞’을 듣게 됩니다. 이로써 이제껏 들어갈 수 없던 성전 미문이었지만, ‘제 구 시’에 휘장을 찢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미문을 듣고 그는 성큼 걷고 뛰면서 미문을 통과해 그 거룩한 곳에 들어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미지 하나를 더 보겠습니다. 이 그림은 미문을 통과해 성전 안에 들어가면 보이는 ‘이스라엘의 뜰’과 ‘제사장의 뜰’의 모습입니다. 오른쪽을 보시면 이스라엘 사람들이 도열해 서 있는데 거기까지가 ‘이스라엘의 뜰’입니다. 저들은 저기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오면 안 됩니다. 거기서부터 보이는 넓은 광장은 ‘제사장의 뜰’이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저기 도열한 상태로 제사장들의 예배 의식을 지켜보면서, 건너편으로 보이는 성소에 계신 하나님을 상상합니다. 그것만으로도 황홀하고 감격스럽기 그지없었던 것입니다.

이 그림을 기억하면서 다시 오늘 본문 8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뛰어 서서 걸으며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가면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하나님을 찬송하니라” 이사야가 “저는 자는 사슴같이 뛸 것이라!”(사 35:6)고 예언한 것처럼, 본문의 주인공은 처음 일어섰을 때만 아니라 성전 안에 들어가서도 사슴처럼, 말처럼 뜁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큰 기쁨의 예배자가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설교 제목처럼, 어쩌면 우리의 신앙은 세 가지 ‘미문’ 중 하나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릅니다. 첫째는 아름다운 소식을 들어도 듣지 못하는 단계요(未聞), 둘째는 본문의 주인공처럼 미문 앞에 앉아 아름다운 소식을 들을 기회가 주어진 단계입니다(美門). 세 번째는 아름다운 소식을 듣고 받아들여서, 제 구 시에 십자가로 이루신 주님의 못 자국난 손을 붙잡는 단계입니다. 영혼에 힘이 붙어, 걷고 뛰면서 미문을 통과할 뿐만 아니라, 주님의 피로 이루신 성전에 들어가 참 기쁨의 찬송으로 예배하는 단계입니다(美聞).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의 신앙은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으십니까? 이름을 “미문”(The Temple gate called Beautiful)이라 짓는다고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것은 아니듯이, 우리가 피차 “성도”(聖徒)라 부른다고 하나님 보시기에 모두가 거룩한 백성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집으로 믿고 “교회”를 다니지만, 그런다고 저절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교회가는 기쁨과 예배하는 기쁨은 다릅니다.

우리가 큰 기쁨으로 걷고 뛰며 하나님을 찬미하는 예배자가 될 때 성도가 성도 되는 것입니다. 본문이 말하는 것처럼, 세상을 향해 주님이 십자가에서 이루신 “제 구 시의 구원”을 ‘증언’하며 아낌없이 ‘선교’할 때, 주님이 기뻐하는 교회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설교 제목처럼, 처음에는 ‘미문’이었다가, 미문 앞에 앉았다가, 드디어 ‘미문’을 듣고 변화된 주인공처럼, 지금 여러분이 어느 단계에 있더라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지 않으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믿음의 여정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오순절 강림하신 성령으로 충만한 베드로와 요한이 “우리 안을 보라!”고 말한 것에서 이 놀라운 기적이 시작된 것처럼, 여러분 안에 가득 찬 못난 자아를 버리고, 비겁한 아집을 버리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와 사랑만이 가득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