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의 영광이 하늘에만 고여 있으면
아니 될 것 같아서
그 영광은 하늘의 문을 밀쳐 열고
하늘의 휘장을 찢어
허옇게 물들인 채로 이 땅으로 내려왔다.
허나,
그 영광은 이 추악한 땅에 고스란히 내려앉지 못한다.
영광이 본 모습 그대로 내려온 순간
이는 필경 오염된 응고물로 치부될 것이 뻔한 것이었기에
저는 또 다른 이름, ‘평화’를 입는다.
영광이 평화의 이름을 입는 그 순간,
저 주체할 수 없는 천상의 존재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하늘과 땅 그 어중간한 허공에 발을 딛고
이 휘둥그래진 상황을 놓고
무엇 해야 하나 하던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휘자조차 없었으나
홀.연.히. 노래를 시작한다.
.
목자들은 어떠한가.
모두가 저주받은 인생이라 하였고
정결례의 문턱에도 가 보지 못한 까닭에
더러운 죄인의 딱지가 손등과 손톱 사이
그리고 이마에 버젓이 붙여진 그, 땅.의.사.람.들.
그 땅의 사람들에게 쏟아진 준엄한 영광은
저들의 감격과 기쁨의 눈물에 녹아 평화로 젖어든다.
첫번째 성탄절,
가장 깨끗한 존재가 그렇지 못하다 하는 존재를 찾아 내려 온 그 날,
그리하여
비로소 우리가 거룩함의 의미를 참으로 알게 된 날.
"홀연히 수많은 천군이 그 천사와 함께 하나님을 찬송하였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누가복음 2장13-14>
주후 2021년 12월 10일
임태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