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서가 전하는 예수께 감사”

<히브리서 4장14-16절, 9장11-15절>

(July-3, 2021)

*찬송: “예수를 나의 구주삼고”(288) *기도: 유부귀장로 *성경: 히 4:14-16,9:11-15(전수아전도사)

*특별찬송: 목회부 *설교 *찬송 : “주를 향한 나의 사랑을”(서강찬양 90) *축도

지난 주 수요일부터 새벽기도 시간에 우리는 히브리서를 나누고 있습니다. 히브리서를 나누던 첫째 날, 제가 히브리서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소개해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첫째로, 히브리서는 저자가 누구인지, 수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말씀드렸지요. 저자일 것으로 추정되는 몇몇 사람들의 이름이 있기는 하지만, 누가 저자인지 확실하시는 않습니다. 둘째로, 히브리서는 고급스런 헬라어에 아주 능숙할 뿐만 아니라, 유대교와 율법, 특히 유대교의 제사법에 대해서 아주 정통한 사람이 썼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서는 “신약의 레위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히브리서에는 헬라 문화뿐만 아니라 유대교에 대해서 박식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말할 수 없는 내용들이 자주 등장하고요, 게다가 또한 유대인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는, 구전되는 얘기까지도 알고 있었으니, 저자는 유대인이 아닐 수 없다는 합리적인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독자도 유대인들로 구성된 그리스도인들이었을 것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 만약에 제가 “콩쥐 밭쥐” 얘기를 사전 설명 없이 여러분들에게 말씀을 드려도 문제없지요? 제가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이 노래를 부르면, 무슨 노랜지, 언제 하는 노랜지, 다들 아시지요? 여러분, 비가 오는 날이면 왜 청개구리가 우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지요? 이걸 외국인들에게 설명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미국에서 설교할 때, 청개구리green frog 얘기를 이해시키려고 애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히브리서에는 이방인들에겐 전혀 낯선 얘기지만, 유대인들에게는 지극히 익숙하면서도 매우 흥미롭고 신비로운 얘기들과 표현들이 왕왕 나오곤 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저자도, 독자도 유대인들이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측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지금 이 히브리서의 독자들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박해의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누구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학자들은 아마도 저 악명높은 네로 황제의 박해일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로 이런 상황 속에서 저들의 믿음을 흔드는 또 다른 요인이 있었습니다. 곧 “유대교로 회귀하라.”는 유혹이었습니다. 이것은 기독교 박해와 깊은 관련이 있었습니다. 곧 로마제국은요, 유대교는 공인된 종교로 인정해 줬지만, 나사렛 예수를 따르는 자들의 무리는 인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정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박해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대교에 정통한 사람들이, 예수가 뭐 그리 대단한 거냐고, 예수가 십자가에 피를 흘린 것이 어찌 죄를 속량해 줄 수 있는 거냐고 물었던 것입니다. 예수를 믿더라도 성전에서 제사를 드려야 한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서 그냥 그럴 것 없이 유대교로 돌아오면 어떻겠냐고 유혹한 것입니다. 로마제국이 인정하는 유대교 믿기만 하면 될 것을, 뭐 그리 예수가 대단하다고 위험을 자초하냐며 꼬드겼던 것입니다.

유혹이 될 만하겠지요? 참 그럴듯한 말로 들립니다. 사실, 유대인으로서 예수님을 구주로 믿고, 예수님께서 이루신 구원과 구속의 은혜를 믿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성전에서 희생제사를 드리는 것이 원래 죄를 용서받는 방법이었기때문에, 굳이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예수를 믿어야 하나, 이런 회의감도 들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서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저술되었습니다. 저자는 이런 문제에 봉착해 있는, 같은 유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줘야 할 위기감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히브리서가 전하는 예수님은 매우 간명합니다. 히브리서는 예수님을 소개할 때마다 “이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분”으로 소개합니다. 이것이 히브리서가 소개하는 예수님의 특징입니다. 이 세상 뿐 아니라, 저 천상의 무엇과 비교해도 예수님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지극히 높으신 이의 우편에 앉아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히브리서의 시작부터가 범상치 않습니다. 1장3절에서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선명하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곧 예수님은 “하나님 영광의 광채시요 그 본체의 형상이시며,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고, 죄를 정결하게 하시며, 높은 곳에 계신 지극히 크신 이의 우편에 앉으신 분”인 것입니다. 빌립보서 2장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신 분”이십니다. 이것이 히브리서가 말하는 예수님입니다.

우리가 새벽기도 때 종종 부르는 서강 찬양 중에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모든 능력과 모든 권세 모든 것 위에 뛰어나신 주님, 세상이 측량할 수 없는 지혜로 모든 만물 창조하셨네. 모든 나라와 모든 보좌 이 세상 모든 경이로움보다 이 세상 모든 값진 보물 보다 더욱 귀하신 나의 주님” 이 찬양의 원곡 영어 제목이 “Above All”, 곧 “모든 것보다 뛰어나시다. 모든 것 위에 있으시다.”는 고백이 히브리서의 예수님을 온전히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히브리서는 의도적으로 예수님을 다른 존재들과 비교합니다. 마치 각개격파하듯이 하나씩 하나씩 비교합니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지만요, 히브리서 기자는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비교를 해줘야 할 필요를 느꼈던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1장에서, 예수님은 ’천사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신 분‘이라 말하고요, 왜냐하면 천사를 숭배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서, 예수님도 천사 중에 하나일 것이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장에서는, 율법과 그리고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신 구원을 비교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비교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율법은 이미 그 역할을 다 했지만, 예수님은 ’큰 구원‘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3장에서는, 예수님이 모세와도 비교될 수 없는 분이시라 힘주어 말합니다. 왜냐하면 율법을 받아들고 내려온 모세 조차도 단순한 인간이라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신격화되곤 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중에 히브리서는 다른 복음서에서는 전혀 말하지 않는 히브리서만의 고유한 칭호를 예수님께 붙이고 있습니다. 히브리서 3장1절은 말하기를, “그러므로 함께 하늘의 부르심을 받은 거룩한 형제들아, 우리가 믿는 도리의 사도이시며 대제사장이신 예수를 깊이 생각하라.”고 명토 박아 말합니다.

여러분, 대제사장high priest은 어떤 사람인가요? 아시다시피, 유대 백성이라면 누구라도 예외없이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제물을 들고 대제사장을 찾아 제사를 드려야 합니다. 이때에 대제사장은 유대 백성들의 죄를 위해 제사를 집례하는 사람입니다. 곧 대제사장은 유대교의 희생제사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런 대제사장 제도에 허점이 많았던 것입니다.

첫째로 대제사장도 한 인간에 불과하기에, 그는 자신을 위해서도 제사를 드려야 했던 것입니다. 더 나아가 때로는 대제사장이면서도 그 직분을 감당하지 못하고, 타락해버린 제사장들도 속출했었지요. 우리가 잘 아는 엘리 제사장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처럼 말입니다. 그러니까 제사가 죄를 씻는 유일한 행위이긴 했어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둘째로 이런 제사는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드려야 했던 것입니다. 한 번의 제사는 다음번 죄를 지을 때까지만 유효합니다. 그러니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예를 들어, 아침에 제사를 드렸는데, 제사를 드리고 나오다가 집에 가는 길에 죄를 지었습니다. 원칙적이라면 다시 가서 제물을 바치고 또 제사를 드려야지요. 그런데, 어디 현실이 그렇던가요. 그럴 수 없으니, 죄를 쌓아놓고 기다리는 겁니다. 그리고 다음번 제사를 드릴 때, 한꺼번에 묵혔던 죄를 쏟아 놓는 형국이었던 겁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요? 제사의 참된 의미는 사라지고 형식적인 행사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예배할 때에, 주님의 임재 앞에 감격하는 마음이 없고, 예배를 사모하는 마음 없이 습관적으로 예배를 드리게 되면 벌어지는 일과 똑같은 것입니다. 하나 마나 한 제사, 하나 마나 한 예배가 되는 것입니다. 죄의 용서는커녕, 하나님이 전혀 기뻐하지 않는 제사, 그런 예배로 전락해버리기 십상인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본문은, 대제사장이신 예수님에 대해서 무어라 설명을 해주고 있던가요? 4장14절 이하입니다. “14 그러므로 우리에게 큰 대제사장이 계시니 승천하신 이 곧 하나님의 아들 예수시라 우리가 믿는 도리를 굳게 잡을지어다 15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16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고 합니다.

히브리서가 말하는 대제사장이신 예수께서는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셨으나, 여느 그 어떤 대제사장들과는 달리 죄는 없으신 분이라고 합니다. 이 대제사장이신 예수께서는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며, 시시때때로 우리를 지켜주시고 그 놀라운 은혜의 보좌로 우리의 손을 잡고 이끌어 주시는 분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주저하지 말고, 대제사장의 손을 잡고 담대히 나가자고 합니다.

아울러 오늘 읽은 또 다른 말씀, 히브리서 9장12절은,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14-15절은 “영원하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흠 없는 자기를 하나님께 드린 그리스도의 피가 우리로 양심의 죽은 행실에서 깨끗하게 하고, 살아 계신 하나님을 섬기게 한다.” 말합니다. 그는 우리에게 “새 언약을 가져다 주신 분”이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자격도 되지 않고, 허물투성이일뿐만 아니라, 함량에 모자라도 많이 모자란 우리들이 어떻게 이 서강 예배당에서 이처럼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된 것인지, 그 연유에 대해서 히브리서는 말해줍니다. 곧 대제사장이신 예수께서 친히 속죄의 제물이 되었기 때문이란 것입니다. 대제사장이신 예수께서는 근엄한 척, 거룩한 척, 도포 자락이나 휘날리며 앉아계신 분이 아니라, 유월절 어린양으로 이 세상에 오심으로, 우리를 위해 고꾸라지셨고, 우리를 위해 도리깨질을 당하셨으며, 끝내 십자가에서 ’단번에‘ 그 구속의 역사를 이루셨음을 히브리서는 선포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 예배당에 들어올 때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대속의 은혜, 구속의 은혜를 얼마나 기억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예배하고 있습니까? 대제사장이신 예수께서는 그 십자가의 피흘림으로, 단번에 그 거룩한 성소의 휘장을 찢어버리셨고, 우리로 하여 담대히 성전에 나아오도록 초대해 주셨는데, 혹여 우리는 이러한 주님의 초대장을 잊고, 예배하는 것조차도 게을리하며 살았던 것은 아닌가요? 이 예배당을 찾는 우리들의 마음에 어느샌가 겸손은 사라지고, 마치 우리가 이 예배당의 주인인 것처럼 행세한 나머지, 우리 주님을 한구석으로 밀쳐버리거나 하지는 않았겠지요?

맥추감사절을 준비하는 오늘 새벽기도 마지막 날, 우리가 이런 물음 앞에 겸손히 회개하는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기를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감사의 제목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 우리가 주께서 온전히 이루신 저 놀라운 구속의 은혜를 회복하고, 예배의 감격을 회복하고, 그리하여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그리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주님을 위한 산제사로 드려지는 예배자가 될 수 있기를 원합니다.“ 히브리서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예배의 감격을 회복하십시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단번에 여러분들의 죄를 위하여 자신의 피로 희생하셨습니다. 그 위대한 구속의 역사를 가슴에 품고 새롭고 아름다운 예배자로 거듭나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