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가 전하는 예수께 감사”

<마 5장17-20절>

(June-29, 2021)

▶찬송: “예수를 나의 구주삼고”(288) ▶기도: 이용재장로 ▶성경:마 5:17-20(고경희권사)

▶특별찬송: 권사일동 ▶설교 ▶ 찬송 : “맘 가난한 사람”(427장) ▶축도

오늘 말씀에 앞서 여러분들에게 고대 유대인들이 드리던 기도문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비르카트 하-마님’Birkat Ha-Minim라는 이 기도문은 “유대교를 배반한 기독교인들을 향한 기도”로서도 더 유명한데요, 기독교인들을 향한 섬뜩한 저주가 담겨 있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For the apostates let there be no hope, and uproot the kingdom of arrogance speedily and in our days. May the Nazarenes and the sectarians perish as in a moment. Let them be blotted out of the book of life!

“신앙을 버린자들은 아무런 소망도 없을 것이며, 오만한 나라는 우리 시대에 속히 뿌리 뽑힐지어다. 나사렛 사람들과 파당들은 이제 곧 멸망하고, 생명책에서 지워질지어다.”

나사렛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유대교인들은 불안했던 것입니다. 그 숫자가 미미했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그러다 말겠거니 했는데, 저들의 모의가 먹혀들어 그 주동자였던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였을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은 다 끝났고, 이제 시끄러운 것들이 완전히 정리되었다 쾌재를 부르며 안심했을 무렵, 별안간 저 예수 추종자들이 다시 일어선 것이었습니다.

저들은 말하기를 십자가에서 죽은 자기들의 우두머리 예수가 다시 부활했다는 것입니다. 죽은 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났다는 예수는 그가 생전에 약속한 대로 하나님의 영을 그 추종자들에게 부어주었다 하고, 그러자 흩어져 있던 제자들은 불 일 듯 일어나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더이상 목숨을 구걸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목숨을 내놓으려 작심한 사람들처럼, 예수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다녔던 것입니다.

처음엔, 유대인들 중에서만 예수를 따르는 자들이 있었더니, 이제는 이방인 중에서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따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처음엔 유대교인들 중에서 별종들이 나와 새로운 종파를 만들었나 싶었는데, 이제는 유대인들뿐만이 아니라 지역에 상관없이, 언어에 상관없이, 신분에 상관없이 점점 예수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예루살렘에만 예수를 따르는 공동체가 있었지만, 이제는 소아시아 지역으로 널리 곳곳마다 예수 공동체가 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오늘날 터어키에 있는 ’안디옥‘이란 도시에 예수를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생겼고요, 바울이 그곳을 찾아가 1년간 머무르며 목회를 한 뒤로는, 사람들이 그 예수 공동체의 사람들을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제 세상 사람들은 저들을 특정해서 부를 명칭을 만든 것입니다. 곧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저들은 더 이상 유대 성전에 나와 제사를 드리지 않았고요, 처음엔 그래도 ’회당‘에 와서 함께 예배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분리된 ’교회‘란 것을 가정에 세우고 그곳에 따로 모여 예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안식일‘에 같이 모였지만, 이제는 자신들의 추종자인 예수가 부활했다는 ’주일‘에 따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저들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가치관도 달라졌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삶을 대하는 자세가 완전히 뒤바뀌어, 이제는 저 예수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멈출 방법을 찾지 못하겠는 겁니다. 그리하여 유대인들은 예수와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증오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더러는 예수님이 말하지 않은 것까지도 덤터기를 씌우며 예수에 대한 곡해를 조장하는 사람들도 생겨났고요, 자신들이 예수님을 멸시하고 조롱했고, 끝내 십자가에 못박으라 소리쳤던 과거를 깡그리 잊어버리고는, 거꾸로 예수가 유대인들을 비하했으며, “예수는 유대인 존재를 부정했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령을 받고 하나님이 명령하신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고자 했던 당시 기독교인들은 이제 거꾸로 유대인들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을 말해야 했던 것입니다. 사도행전 1장8절,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신 것처럼, 유대인들의 본거지 예루살렘과 온 유대를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전해야 할 응당한 책임이 있기도 했던 것입니다.

마태복음은 이런 배경에서 저술됐습니다. 곧 마태복음은 유대인들을 향한 복음서라 말해도 무방합니다. 물론 모든 복음서들이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을 위한 하나님의 말씀이긴 하지만, 마태복음은 유대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보다 더 잘 설명해 주고, 저들이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을 바로 잡아 주며, 예수님은 반-유대적인 분이 아니라, ’오히려 너희들이 예수님을 반대했던 것 아니냐‘며 사실관계를 바로 잡아 줄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마태복음은 매우 전략적인 글쓰기를 자랑합니다. 우리들이 읽을 때는 고리타분하고 의아할 만한 내용들이 많지만, 유대인들이 읽을 때는 눈에 불을 켜고 읽게 되는 말씀투성입니다.

첫째로, 마태복음 1장은 어떻게 시작하고 있던가요?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 이렇게 시작하고 족보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이름만 들어도 껌뻑 죽는 구약의 몇몇 인물들이 있지요. 첫째는 아브라함이요, 둘째는 다윗입니다. 모세며, 솔로몬이며, 그 밖의 인물들은 서열 3위 밖으로 밀려납니다. 누가 뭐래도 첫째는 아브라함, 둘째는 다윗입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조상 계보를 아브라함에게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늘 언제나 다윗왕조의 부활을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과거의 뿌리는 아브라함이고, 미래의 소망은 다윗이란 말입니다. 21세기인 지금도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마태복음은 세상의 구세주이신 예수께서, 어디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처럼 유대적인 족보 안에 태어나신 분이며, 그분은 아브라함과 다윗의 가문에서 태어나신 분으로서, 너희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메시아 가문, 곧 ’아브라함과 다윗 가문‘ 바로 거기서 태어난 분이셨음을 알려주려는 것입니다. 이런 가문에서 태어난 예수가 유대인들을 멀리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오히려 거꾸로 묻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공생애 기간 동안 ’나사렛 출신 예수’로 불렸습니다. 이것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대인들이 기다리는 메시야는 다윗처럼 ’베들레헴 출생‘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마태복음은 예수님이 왜 ’나사렛 출신‘으로 불리게 됐던 것인지, 그리고 예수는 본래 ’베들레헴 출생’이었음을 말해줘야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임의로 된 것이 아니요, 우연히 일어난 사건도 아니라, 바로 선지자 미가서 5장2절이 예언했던 바, “유대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대 고을 중에서 가장 작지 아니하도다 네게서 한 다스리는 자가 나와서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리라” 이 말씀이 예수님에게 오롯이 성취된 것이라 선포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마태복음의 두 번째 특징이 바로 예수께서 말씀하시고 보여주신 그 모든 것들은 구약 성경의 예언들이 성취된 것임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태복음에는 “이것은 선지자들이 말한 것을 이루려 함이러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동정녀 탄생, 애굽으로의 피신, 베들레헴에서 일어난 유아 살해, 나사렛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신 것, 갈릴리에서 사역을 시작하신 것, 병을 고쳐 주신 사건들, ‘고난당하는 종의 모습’, 나귀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신 것, 그리고 은 30냥에 배신을 당하신 것 등등에 관해서 마태는 하나하나 구약성경을 인용하면서 이 모든 것들이 그냥 일어난 일이 아니라, 모두 다 구약 성경이 말하는 그 예언들이 성취한 것이었음을 유대인들에게 알려 주려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는, 이런 점에서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어떻게 생각하셨는지를 말해줘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이 목숨처럼 여기는 모세의 율법을 과연 예수는 존중했는가, 아니면 마치 폐기처분 하듯 내팽개쳐 버렸는가.... 이것이 초미의 관심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것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이 오늘 말씀 마태복음 5장17-20절의 말씀입니다. 일전에 예수께서 율법에 대해서 선명하게 말씀하셨던 것을 마태는 기억합니다. 예수님은 율법을 폐하러 오신 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오늘 말씀에서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며 가르쳐 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예수님께서 정말 원하셨던 것은, 유대교의 서기관들이나 바리새인들보다 더 의로워야 하나님나라에 들어갈 것이라 말씀하셨듯이, 예수, 그가 선포했던 하나님나라는 반-유대적이라든가, 혹은 율법을 폐기하자는 그 어떤 가르침이 아니라, 오히려 이것을 완성하려 했던 분이었음을 마태는 힘주어 유대인들을 향해 선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어제 마가가 전해준 예수님을 만났었습니다. 마가가 힘주어 전해 준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을 하나님 나라로 이끌어 가시고자 몸소 고난을 당하시고 끝내 승리하신 그리스도였습니다.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게 아니라, 오히려 섬기러 오셨다는, 세상이 알 수 없는 신비롭고 놀라운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알려주었습니다. 이에 “나를 따라오라” 말씀하시며, 어떻게 하면 제자가 될 수 있는지를 마가는 강조했습니다.

마가복음이 “어떻게 하면 예수의 제자가 될 수 있는가”를 말했다면, 이제 마태복음은 “어떻게 하면 제자의 자격과 신분을 보존할 수 있는가”를 말해줍니다. 마가복음이 “어떻게 믿음을 가질 수 있는가?”를 말해줬다면, 마태복음은 “어떻게 믿음을 발전시킬 수 있는가”를 말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고, 더 강한 믿음을 갖고 살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으라 소리쳤던 유대인들을 향해 제자들을 보내셨습니다. 제자들의 우선순위는 그들을 잡아 죽이려고 했던 원수들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원수들이 득실거리는 예루살렘에 제일 먼저 기독교 공동체가 생겨났던 것입니다. 이것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말씀하신 마태복음 5장 산상수훈의 가르침이자, 사실상 기독교의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본문의 말씀도, “너희 의가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않으면 안 된다” 엄히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마태복음 5장1절 이하로, 예수께서는 산에 오르셔서 저 유명한 “팔복”을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기독교 윤리의 시작이자 끝이 됩니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는 모든 믿는자들을 위한 기독교 윤리인 것입니다. 저는 이번 맥추감사절을 맞이하면서 이 팔복의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우리는 주님의 영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처럼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애통할지라도 위로를 받을 소망으로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에 갈 때까지 온유한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으로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향해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청결한 마음으로, 깨끗한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어 주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평화가 무엇인지 말과 행실로 보여주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설사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이 위대한 가르침을 주신 마태복음의 예수께 감사하십시오. 그리고 이 말씀에 힘입어, 성령 안에서 사랑으로 역사하는 교회를 만들어 나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