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을 들으라”

<마가복음 9장2-9절>

Ⅰ설교에 들어가며

할렐루야, 여러분 반갑습니다. 구정을 보내고 신축년 새해에 드리는 첫 예배에 나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예배당에서, 그리고 온라인으로, 또한 예배 후에 동영상으로 함께 말씀을 나누시게 될 분들도 주의 이름으로 환영을 드립니다. 이번 명절은 온 가족이 함께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다소 서운한 맘으로 명절을 보내신 분들도 더러 계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 명절을 맞이할 때는 어서 이 바이러스 국면이 잡혀서, 만나고 싶은 분들과 마음껏 정을 나눌 수 있는 풍성한 명절이 되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온 성도님들이 함께 모여 예배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제 지인 중에 미국에서 바이러스 백신 연구를 하고 계신 분이 있는데요, 얼마 전 그분이 이런 말을 하는데 참 희망적으로 들렸습니다. “작년 이 맘 때는 바이러스에게 정복당했던 인류였다면, 현재는 바이러스의 머리끄덩이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따라잡고 있다.”고 말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난 1년 간, 어찌했던 여러분들 모두 참 잘 견뎌내셨습니다. 쉽지 않은 시간, 답답했던 시간, 또 때로는 우울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했던 시간들을 잘 이겨내신 여러분들을 축복하고 싶습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서, 한분도 빠짐없이, 오늘이 아니고서는 받을 수 없는 주의 말씀에 새 힘을 얻고 돌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Ⅱ설 교

1. 모세와 엘리야 등장의 두 가지 의미

오늘 우리는 주현절의 마지막 주일인 “변화주일”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의 말씀은 저 유명한 “예수님의 변화산 사건”이고요, 여기서 예수께서 ‘변화하셨다’는 것은요, 영어로 표현하면, ‘change’가 아니라, ‘transfiguration’이라고 해서, 마치 마스크나 변장을 하는 것처럼 그런 단순한 변화를 뜻하는 게 아니라, 예수님의 ‘겉모습은 물론이고 그분의 존재가 완전히 변모’ 했음을 기억하는 주일입니다.

오늘 이 변화산에서 두 명의 구약 인물들이 함께 등장합니다. 한 사람은 모세이고요, 다른 한 사람은 엘리야였습니다. 이 두 사람이 하나님의 영광중에 나타나 예수님과 말을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여러분, 모세와 엘리야가 무엇을 상징하는 인물인지 아마 잘 아실 텐데요,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모세는 “율법”을 상징하고요, “엘리야”는 선지자를 상징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이 의미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드리자면, 마태복음 22장에 보면 한 서기관이 예수님을 시험하면서 “어느 계명이 가장 큰 계명이냐”고 묻자,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을 말씀하신 뒤에,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고 못박아 응대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온 율법과 예언서가 본질적으로 말하려 했던 것이 이 두 계명에 담겨 있다는 얘깁니다. 그러므로 오늘 변화산에서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모세와 엘리야라는 두 인물을 통해 현시되고 있는 장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유대인들은요, 세상의 종말이 이르러 하나님이 세상을 심판하실 때가 오면, 모세와 엘리야가 다시 올 것이라는 민간 신앙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오늘 성서일과 구약성경 열왕기하 2장에 보면, ‘엘리야는 죽지 않고 불수레와 불말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인물’이었기 때문에, 종말의 때가 이르면 그 엘리야가 다시 오로 것이라는 신앙이 유대인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던 것입니다. 또한 신명기 34장6절에 보면, 모세는 모압 땅에서 죽었는데, “그가 묻힌 곳을 아는 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까닭에 유대인들은요, 종말의 때가 이르면 하나님께서 모세 또한 이 세상으로 다시 되돌려 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종합해보면, 모세와 엘리야, 이 둘은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예표하는 인물들임과 동시에, 눈앞에 다가온 하나님의 심판을 알려주는 전령들이기도 한 것입니다.

2. 영광을 입으신 주님과 제자들의 반응

저는 이 본문의 말씀을 읽을 때마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때에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지를 살짝 엿볼 수 있다고 믿는데요,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갈 때에는,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갈 이 육신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하나님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존재의 모습으로 우리의 영혼을 변모시켜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본문에 나오는 ‘변모된 예수님의 모습’은 갈릴리를 걸으셨던 ‘지상에서의 예수님’과는 전혀 다른, ‘천상의 모습’이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인간의 언어로는 뭐라 표현할 길이 없었는지, 3절에서는 다소 익살스런 표현으로, “그 옷은 세상의 어떤 빨래꾼이라도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다, 광채가 났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또한 오늘 성서일과 신약성경의 말씀인 고린도후서에서 사도바울이 가르치고 있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난”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살아생전에 이처럼 변모된 예수님을 만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하나님 나라에서 뵐 때까지 기다리시렵니까? 살아생전 예수님을 만나 뵙고 싶은 분들도 더러 계시리라 짐작이 갑니다만, 여러분, 가급적 그런 소망은 갖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요, 오늘 말씀에 나오는 제자들의 모습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변모된 예수님의 모습을 본 제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어리둥절한 모습’이었고요,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몰라 벙벙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5절에서 “랍비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라고 합니다.

여러분, 오늘 본문은 마가복음 9장인데요, 바로 전 장인 마가복음 8장에 보면, 베드로는 예수님과 함께 빌립보의 가이사랴 지방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길을 걷던 도중 베드로는 예수님께 고백하기를, 사람들은 당신을 세례 요한이라고도 하고, 엘리야라고도 하지만, 내가 보니, “예수님 당신은 그리스도입니다”라고 매우 예리하고도 적확한 고백을 드렸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이 그리스도인 것을 알아 본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얼마나 놀랐던지, 엄중히 경고하면서 어디 가서 그런 소리 입 밖에도 내지말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던 베드로가 정작 오늘 변화산에서는 맥락에도 맞지 않고, 뜬금 없기가 이를 데 없는 호칭으로 예수님을 부르고 있습니다. “랍비님”이라고 말입니다. 길 가에서 예수님께 “그리스도”라 고백을 했던 반면, 정작 예수님의 영광을 목도했을 때는 “랍비”라는 엉뚱한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단순한 실수라 여길 수 없는 것은요, 베드로는 5절에서만 두 번씩이나 반복해서 “랍비님”이라 부르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본문도 그렇게 말하듯이, 정말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실성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3. 두려움(에크포보스, e;kfoboj)의 의미와 두 가지 사용

그런데 오늘 본문은, 이 상황 속에 있는 제자들의 궁극적인 심리상태를 6절에 한 단어로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두려움”이었습니다. 여기서 두렵다는 말은요, “에크포보스”(e;kfoboj)라고 해서 성경에 딱 ‘두 번’만 나오는 아주 희귀한 단어인데요,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무엇 하기가 겁이 난다, 두렵다”고 하는 것과 다르고요, 혹은 바울이 빌립보서 2장에서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할 때, 사용하는 그런 두려움도 아닙니다. 이 희귀한 단어 ‘두렵다’는 표현은요, “무언가에 경악해서 죽을 것처럼 공포스럽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비유가 적절하지는 않지만요, 쉽게 이해하시려면, 공포 영화 속에 무시무시한 괴물을 맞닥뜨렸을 때,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공포심과 비슷하다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의 변모에 나타난 하나님의 영광을 보며, 모골이 송연해지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를 느꼈다는 말이 됩니다.

이것이 첫 번째고요, 신명기 9장에 보면, 여러분들도 다 잘 아시다시피, 모세가 하나님의 계명을 받으러 호렙산에 올라갔을 때에, 산 아래서 기다리던 히브리 백성들이 금송아지로 우상을 만들어 숭배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격노하셨지요? 그때에 모세가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심히 분노하사 너희를 멸하려 하셨으므로 내가 두.려.워.하.였.노.라”고 할 때, 이 ‘두렵다’는 표현이 오늘 말씀에 나오는 제자들이 느꼈던 감정과 똑같은 것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12장21절은요, 바로 이 모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오늘 마가복음 본문과 동일한 “두렵다”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로 인간은 하나님의 진노가 임했을 때 두려워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로 인간은 하나님의 영광을 볼 때에도 두려워 할 것이란 말입니다. 그리고 이 두려움은 여러분이나 저나,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했던 그런 두려움과는 차원이 다른 “절대적인 두려움”일 것이란 말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진노 앞에서 모세는 얼마나 두려웠을 것이며, 또한 하나님의 영광을 대면한 변화산의 제자들은 얼마나 두려웠겠습니까. 그러니 베드로가 어리둥절하고도 어안이 벙벙했던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러분이나 저였다 해도 그와 다를 바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4. 심판대 앞에 서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러면 우리는, 우리 인생에 있어서 언제 이런 두려움을 맞닥뜨리게 될까요?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될 때입니다. 히브리서 9장은,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면, 누구라도, 하나님의 진노를 만나든지, 아니면 하나님의 영광을 만나게 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심판대는 너무나 준엄한 것이어서, 그것이 하나님의 진노이건 하나님의 영광이건 우리는 전에 없는 두려움으로 떨게 될 것이란 말입니다.

만약 여러분 앞에 이 두 개의 두려움이 피치 못할 선택으로 놓여 있다면, 여러분들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하나님 진노’입니까, 아니면 ‘하나님 영광’입니까.

그러나 여러분,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사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에베소서 2장5-8절이 우리에게 약속하기를, “허물로 죽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고, 너희가 은혜로 구원을 얻은 것이라. 또 함께 일으키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하늘에 앉히시니,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다” 말씀하고 있듯이, 우리는 이미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기에, 심판대에서 우리 앞에 놓인 것은 하나님의 진노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이 되는 줄로 믿습니다.

5. 그리스도인의 무게를 견뎌라

그러므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우리가 심판대 앞에 섰을 때 마땅히 경험하게 될 “하나님 영광의 무게”를 겸손히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국의 문호 윌리엄 세익스피어는 그의 희곡 [헨리4세](동인, 2015)에서, 14-15세기 대영제국의 왕권을 둘러싼 권모술수와 그에 따른 혈투를 그려내면서, 이런 유명한 말로 당시 권력자들을 풍자했습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One who wants to wear the crown, bear the crown). 저는 이 말이 오늘 말씀에 비추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스도인이 되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하나님의 영광을 보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고 말입니다.

지난 2020년은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이 돌아가신지 10주기가 되는 해여서, 선생님의 지난 에세이들 중에 주옥같은 글들을 모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세계사, 2020)라는 책이 기념 서적으로 출판이 되었습니다. 그 책의 내용 중에 작가는 오래 전 해외여행을 다녀오다가 여행 가방을 잃어버려 결국 찾지 못했던 경험을 담백하게 풀어내는데요, 자신이 잃어버린 여행 가방을 누군가가 열어보았을 때, 온갖 잡동사니들로 채워져 있을 그 내용물들을 생각하니, “수치스러워 괴로웠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잃어버린 것은 괜찮은데, 누가 보면 안 되는” 그런 것들이 가방에 있었다는 말이겠지요. 이윽고 작가는 글의 말미에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그러나 내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 육신이란 여행가방 안에 깃들었던 내 영혼을, 절대로 기만할 수 없는 엄정한 시선, 숨을 곳 없는 밝음 앞에 드러내는 순간이 아닐까.”

말인즉슨, 신앙인이었던 작가 박완서씨는 훗날 하나님 앞에 섰을 때, 그 밝은 영광 앞에서 무엇 하나 숨길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 두렵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 오늘 말씀에 참 적합한 고백이 아닐 수 없습니다.

6.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그러면 여러분,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무게를, 그리고 하나님 영광의 무게를 어떻게 견뎌낼 수 있겠습니까? 그것이 가당키는 한 것일까요? 여러분 고민이 되시죠?

그런데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그 해답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겁에 질려 두려워하고 있는 베드로의 정신을 반짝 깨우는 말이 하늘로부터 들려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7절)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이 말로 제자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어 넋이 나갔다가,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는 하나님의 음성이 내려진 뒤에, 8절에 보니 제자들은 비로소 “주위를 둘러볼” 여력이 생겼고요, 이내 현실로 돌아왔다고 성경은 말합니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제자들이 들어야 할 말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9절에서 말하여진 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이었습니다. 그 수난에 동참하라는 독려였습니다.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은 1936년에 이 변화산 사건을 주제로 한 설교문 초안의 제목을 “zurück zum Kreuz”, 곧 “십자가로 돌아가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오늘 본문을 통째로 아우르는 아주 정확한 제목입니다. 그리고 그는 설교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변화된 예수를 알아본 자는 또한 반드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그는 그의 말을 듣고 순종해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중국의 순자苟子도 이런 말을 했지요. “듣기만 하면 잊게 되고, 볼 수 있으면 기억하지만, 행하면, 비로소 이해한다”(I hear and I forger, I see and I remember, I do and I understand)라고 말입니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결국 이 말은, 우리가 하나님 심판대를 지나, 하나님의 영광을 누릴 영예가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을 희망하고 기대한다면,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주님을 따라 내려가 십자가의 길 위에 서야 한다는 뜻이었던 것입니다.

Ⅲ설교를 마치며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변화산에서 내려오신 예수께서, 이후 보여주신 그 위대한 삶에, 우리는 ‘사랑’이라 이름을 붙입니다. 사랑이 아니고서는 다른 그 어떤 말로도 설명될 수 없는 그분의 고결한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끝내 십자가에 못 박혔으나, 십자가를 사랑으로 물들였습니다. 그분의 숨은 멎어갔으나, 이로서 모든 죽어가는 영혼들에게 새로운 숨을 불어 넣어 주셨습니다. 어둠 속에 거하는 자들에게 환한 영광의 빛을 비춰주시기 위해, 자신을 어둠 속으로 내모시고, 끝내 십자가에 내어 주셨던,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이번 주 수요일에 “성회수요일 특별예배”로 모여 그 위대한 사랑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죄와 허물을 태워 그것으로 재를 만들고, 우리의 이마와 혹은 손등에 십자가를 그어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의식을 행할 것입니다.

아울러 40일 여정의 “사순절 새벽기도회”가 같은 날 시작됩니다. 이 기간을 통해서 우리 서강의 성도들이 하늘로부터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하며 내려오는 그 소리를 함께 듣고 순종하는 기간으로 삼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영혼에 드리워진 어둠을 걷어내고, 그 두려움 너머에 있는 주님의 영광을 맞대고 볼 담력을 얻는 시간으로 삼고자 합니다. 다른 무엇보다 주님의 고난과 십자가를 좀 더 면밀히 그리고 촘촘히 살피고 덧입는 시간으로 삼을 것입니다. 그 길 위에서 함께 만나 서로 격려할 수 있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