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한 주님의 시선”

<마가복음 12장38-44절>

1. 초록을 벗어 노랗고 빨간 이파리들처럼

여러분, 저는 지난 10년 넘게 한국의 가을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에 방문할 때면, 주로 겨울에만 왔었기 때문에 한국의 가을 산을 못 본지 꽤 오래 됐는데요, 그렇다고 이번에 산을 다녀온 것은 아니지만, 지난주 내내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온통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잎을 보면서 제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어느 시인은 말하기를, “가을은 맑은 화선지에 고운 그림이다. 온통 노랗게. 온통 빨갛게”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을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와 같다고 합니다.<‘가을은’, 하영순, [돌아보면 모두가 그리움이다](북랜드)> 정말이지 한 폭의 수채화에 넋이 나가기 딱 좋은 그런 계절이 지금이 아닐까 합니다. 또 다른 시인은 “가을은 마차를 타고 달아나는 신부”라 하면서 “온갖 화려한 것들을 다 거두어 가지고 간다.” 말하기도 했습니다.<‘가을날’ 노천명,[열두 개의 달 시화집 가을](저녁달)> 온통 노랗고 빨간 이파리들이 다 떨어지게 되면, 이제 곧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될 것을 생각한 시인은, 화려하게 떠나버리게 될 가을날을 아쉬워하며 이런 시를 쓴 게 아닐까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 깊어가는 가을에 우리의 신앙도 더 깊어져야 하겠습니다. 여름날에 무성했던 초록 빛깔을 버려야만, 노랗고 붉게 물들어갈 수 있는 단풍잎처럼, 우리의 신앙도 지금까지 고집스레 지녀왔던 색깔에서 벗어나서, 우리 주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시는 성숙한 신앙의 빛깔로 변화되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이 예배 시간을 통해서 그와 같은 은혜가 우리 모두에게 임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2. 최고 권력자 서기관

오늘 본문의 말씀은 두 부류의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한쪽은 서기관들이고 다른 한쪽은 가난한 과부입니다. 지난주 종교개혁주일에 우리는 예수님을 찾아왔던 한 진지한 서기관에 대해서 나누었었는데요, 여느 다른 서기관 같지 않게 매우 겸손하게 예수님을 찾아와서는 아주 감격스런 대화를 나눈 인물이었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하나님 나라가 멀지 않다!”(12:34)는 칭찬을 받은 그 서기관은 안타깝게도 다시는 찾아볼 수 없는 예외적인 인물일 뿐이었습니다.

우리말 ‘서기관’은 헬라어로 “grammateu,j”라고 해서요, 오늘날 영어로 문법을 뜻하는 ‘grammar’의 어원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서기관’이라는 말은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기본적인 뜻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도 잠시 설명을 드렸지만, 서기관은 유대 사회에 있어서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습니다. 법을 만드는 권한도 있었고요, 또 그 법에 따라 판결할 권한도 갖고 있었으니 얼마나 큰 힘을 가졌겠습니까.

더군다나 이런 법에 따라서 종교적인 죄라든가 정결의 문제까지도 판가름했던 사람들이니, 저들의 영향력과 사회적인 명성은 가히 하늘을 찌를 만큼 컸을 것입니다. 이렇게 위세 등등했던 서기관들이 당시 어떻게 하고 다녔는지, 그 모습을 오늘 본문은 38-40절에서 아주 신랄하게 보도해주고 있습니다.

3. 서기관들의 행색-1 “긴 옷을입고 문안받는 것”

첫째로 그들은 “긴 옷을 입고 다니는 것과 시장에서 문안받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서기관들이 “긴 옷을 입고 다녔다”는 것은 보통의 사람들은 길지 않고 적당히 짧은 옷을 입고 다녔다는 말이겠지요. 저들이 긴 옷을 입고 다녔다는 것은 ‘패션 감각이 남달랐다’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여러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받고 주목받고자 하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쳤던 것입니다.

여러분, 제가 지금 입고 있는 이 가운은 목사들이 예배를 섬기기 위해서 입는 옷에 불과합니다. 이 가운을 화려하게 제작한다고 해서 목사의 권위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요, 반대로 가운이 볼품없다고 해서 목사의 권위가 내려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가운을 입고 이 단위에 설 때는 행동거지 하나에 더 조심하고, 무엇보다 자격 없는 내가 이 일을 감당함으로 더욱 겸손해야겠다 마음 먹게 되곤 합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이 가운을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고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아마 사람들이 저를 대번 제정신 아닌 사람으로 보거나, 아니면 어떤 이단 종파의 교주가 아닌가 하는 그런 의심의 눈으로 쳐다볼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 시대의 이스라엘은 어떤 거리를 나가서 어떤 사람을 만나도 다 유대교인들이었고요, 더군다나 서기관들은 제사장직을 겸직하는 레위 지파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평상 복장을 하고 나가면, 사람들이 자기가 얼마나 위대한 서기관인지 몰라보는 것이 싫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들의 신분을 드러내고 싶은 화려하고도 긴 옷들을 특수 제작해서 입고서는 거리를 활보하며 다녔던 것입니다. “나는 너희들과 다르다.” 이겁니다. “나를 너희들과 같은 사람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서기관들이 그런 심상으로 긴 옷을 입고 다녔으니, “시장에서 문안받기를 좋아했다.”는 본문의 말씀도 쉽게 이해가 됩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알아보고, 내게 인사하라.’ 이거 아니겠습니까? 먼저 인사할 줄도 몰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인사’는 한자로 ‘人事’라고 씁니다. 곧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기본적 일이 인사라는 것입니다. 이해인 시인이 말한 것처럼, 인사는 ‘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나누는 것’이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눌 때에 ‘얼어붙은 마음이 봄 햇살로 녹아지는 것’이 인사의 본질입니다. <“봄인사” 이해인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열림원)>

그런데 서기관들은 이처럼 사람 사이의 가장 기본적인 관계도, 우열을 매겨가며 왜곡시켰다는 얘깁니다. 그저 문안‘받기를’ 고집했을 뿐,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던 것입니다.

4. 서기관들의 행색-2 “높은 자리에 앉는 것”

둘째로 오늘 본문은 서기관들이 “회당의 높은 자리와 잔치의 윗자리를 원한다.”고 합니다. 마태복음 23장2절을 보면,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모세의 자리’에 앉았다”고 증언합니다. 당시에 여러 도시들의 회당에는요 대리석으로 의자를 만들고, 거기에 금으로 장식을 해서 ‘모세의 자리’(Seat of Moses)라 불렀습니다. 이 자리는 율법을 전해 준 모세를 기리고자 상징적으로 만들어 놓은 자리였을 뿐이지 누가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서기관들은 그 자리에 앉으려 했다는 얘깁니다.<“The Seat of Moses”, [Israel Exploration Journal](Vol.6, No.4(1955)(Israel Exploration Society)>

명예욕이 극에 달하다 못해 추태를 부릴 지경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정작 예수께서 서기관들을 비판하신 것은 40절에 나와 있습니다. 우리 함께 읽어 보겠습니다. “그들은 과부의 가산을 삼키며 외식으로 길게 기도하는 자니 그 받은 판결이 더욱 중하리라 하시니라.”

여러분, 신명기 10장17-18절은 말하기를, 하나님은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아니하시며 뇌물을 받지 아니하시고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신다”고 합니다. 고아, 과부, 그리고 나그네, 이 세 부류의 사람들은 사회적인 보호를 충분히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언제나 하나님의 특별 관리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그들을 직접 돌봐주시겠다는 선언을 우리는 성경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보면, 서기관들이 과부의 가산을 삼켰다고 합니다. 여러분, 이 얼마나 잔인한 일이란 말입니까? 서기관들은 하나님의 율법에 따라서 사회가 잘 운영되도록 법을 만들고 재판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과부의 재산을 지켜줄 하나님의 거룩한 책무를 맡은 사람들인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고발하기를, 그런 거룩한 책무를 맡은 그들이 오히려 과부의 가산을 삼켰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서기관들은 법 위에 올라 탄 것입니다. 자기들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과부의 재산을 속여 빼앗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현란한 법적 지식을 늘어놓고, 그럴듯한 종교적인 말로 현혹시키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서기관들은 세상을 떠난 남편이 물려준 재산을 법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 있어서, 과도한 수임료를 매겨서 과부의 가산을 갈취하기도 했고요, 종교적으로는 십일조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명목을 내세워서 재산을 강제로 몰수하는 일도 벌어졌던 것입니다.<조엘 마커스, [마가복음Ⅱ],(CLC)>

여러분, 이런 일은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늘 있어 왔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향해서 예레미야를 비롯한 선지자들은 칼날같은 심판을 예언했습니다. 스가랴 7장 9-10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 만군의 주가 이렇게 말한다. 너희는 진실한 재판을 행하며 서로 인애와 긍휼을 베풀며,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와 궁핍한 자를 압제하지 말며, 서로 해하려고 마음에 도모하지 말라 하였으나, 그들이 듣기를 싫어하여 등을 돌리며 듣지 아니하려고 귀를 막았도다.”

오늘 본문의 예수님의 심판도 이러한 예언자들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 받는 판결이 더욱 중하리라.”고 말입니다. 성경 원어의 의미를 살려서 제가 우리말로 옮겨보면, 이렇게도 번역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받는 판결이 차고도 넘치리라”(perisso,j, exceeding, superfluous) 주님은 우리에게 은혜도 차고도 넘치도록 부어주시지만, 이처럼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에게는 심판을 ‘차고도 넘치게’ 가할 것이란 경고였던 것입니다.

5. 헌금함 앞에 앉으신 예수

이처럼 서기관을 힐난하신 예수께서는 곧이어 아주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41절을 보니까 예수님이 헌금함 앞에 앉으시고는 사람들이 어떻게 헌금함에 돈을 넣는지를 보셨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만약 여러분들이 헌금 봉투에 금액을 쓰고 있는데, 예수님이 옆에 서서 그 모습을 ‘뚫어져라’ 지켜보신다면, 기분이 어떠시겠습니까?

그렇게 앉아서 예수님이 바라보신 것은 이것입니다. 곧 성경은 말하기를 “여러 부자는 많이 넣는데, 한 가난한 과부는 와서 두 렙돈 곧 한 고드란트를 넣었다.”고 합니다. 이 가난한 과부가 드린 헌금은 오늘날로 치면 얼마가 되는지를 값을 따지기도 구차할 정도로 미미한 액수였습니다. 그저 몇 백 원 정도나 할 것입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시고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부르셔서 43-44절에서 말씀하십니다. 우리 함께 찾아 읽겠습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다가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가난한 과부는 헌금함에 넣는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 그들은 다 그 풍족한 중에서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가난한 중에서 자기의 모든 소유 곧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하시니라.”

여러분, 이 말씀을 읽으실 때, 저절로 ‘아멘’이 나오시나요, 아니면 좀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으신가요? 저로서는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여인이 자기의 모든 소유 곧 생활비 전부를 헌금으로 넣었다고 하는데, “왜 이것밖에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혹시 이 여인이 어떤 악독한 서기관에 의해서 가산을 다 빼앗겨 버리고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여인은 아닐까 하는 아찔한 생각마저 머리를 훑고 지나갔습니다.

여러분,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다른 사람들은 ‘풍족한 중에 헌금을 했다’ 하시는데요, 우리들은 지금까지 헌금하실 때에, 표현이 좀 거칠어서 죄송합니다만, 하나님께 적선하듯이 헌금하신 적은 혹시 없으신가요? 하나님은 은혜를 넘치도록 부어주셨는데, 그런 은혜를 받고서는 “하나님, 이 정도로 만족하십시오” 하는 식으로, 하나님께 은혜를 베풀 듯이 헌금을 드린 적은 없는가 하는 말씀입니다.

6. 두 개의 시선, 중심을 읽으시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지만, 아직 뭔가 풀리지 않는 것이 있어 보입니다. 과연 오늘 본문을 통해서 주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시고 있는 걸까요?

이런 고민을 하다가 저는 문득 오늘 본문에 나오는 두 부류의 사람들을 향한 예수님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전혀 다른 두 개의 시선이었습니다. 한쪽으로는 서기관들을 향한 ‘따가운 심판의 시선’이었고요, 또 다른 한쪽으로는 가난한 과부를 향한 ‘따뜻한 자비의 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신 예수님의 눈은 같았습니다. 사람들과 눈 맞춤으로 사랑을 나누셨던 바로 그 눈이요, 그 눈동자였습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처럼, 예수님은 언제나 그렁그렁한 눈으로 저 가여운 죄인들을 바라보셨던 것입니다. 그러다 우시고, 그러다 안아주시고, 그런 중에 치유가 있었고, 구원이 일어났으며,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이 그런 예수님 주변으로 모여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이 예수님의 눈에서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나오는 예수께서는 마치 뭔가를 진지하게 스캔하듯이, 탐색하듯이, 그리고 탐색을 마친 뒤에는 보고서를 제출하셔야 했었다는 듯이, 그들의 영혼 상태를 꼼꼼히 두 눈으로 읽으셨던 것입니다. 그들의 영혼을 관통하는 예수님의 시선은 이것이었습니다. 곧 구약에서 신약으로 이어지는 하나님의 시선, “하나님은 사람의 겉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중심을 보신다.”는 것입니다.

서기관들이 제아무리 화려하고 치렁치렁 긴 옷을 입고 다녀도 그것이 그들의 위선을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저들의 과도한 명예욕은 예수님의 시선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과부의 가산을 집어삼킨 악독한 모습도 주님은 똑똑히 보고 계셨던 것입니다.

또한 비록 두 렙돈의 헌금을 드렸지만, 예수님의 눈에 그것은 “헌금함에 넣는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은 것”으로만 보였습니다. ‘액수’를 보자면, 보잘것 없었지만, ‘희생’으로 보자면, 자기의 모든 소유를 넣은 이 여인 만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러한 그녀의 마음 중심을 읽으셨던 것입니다.

7. 나를 향한 주님의 시선 앞에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이 시간에 주님이 이곳에 찾아오셔서 우리 각 사람을 바라보신다면, 주님은 우리에게 어떤 평가를 해주시겠습니까? 시편 139편3절은 말하기를,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길과 우리가 눕는 것을 살펴보셨으므로 우리의 모든 행위를 익히 아신다” 하셨는데, 주님이 이런 눈으로 우리를 ‘관찰’하신다면, 과연 우리가 주님의 시선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주님의 시선을 외면하려 하시겠습니까?

사랑하는 여러분, 주님이 이처럼 우리를 관찰하실 때에, 우리는 서기관을 향했던 신랄한 비판을 듣게 될까요? 아니면 이 가난한 과부처럼 칭송을 받게 될까요?

그래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 두 사람, 곧 서기관과 가난한 여인 중간쯤 어딘가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때로는 이 가난한 여인의 순전한 영성을 닮고 싶어서 눈물로 기도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서기관이 지녔던 세속적 욕망과 위선이 우리 마음에 여전한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랍니다. 그래서 서기관이 받은 심판을 겨우 면할 수는 있겠지만, 이 가난한 여인이 도달한 순전한 사랑에는 턱없이 모자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로 머뭇거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2세기에 살았던 클레멘스Clemens라는 초대교회 교부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준 적이 있습니다.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갈 운명이면서,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애씁니다. 그러한 사람이 어떻게 하늘나라를 갈망하며 묵상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께서 말씀하셨듯이 사람의 마음이 있는 곳에 그의 보물도 있는 것입니다.”<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분도출판사)>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의 마음이 있는 곳에 우리의 보물이 있다 하신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비록 우리가 지금까지 서기관과 이 과부의 중간 어디쯤에서, 때로는 안심하고, 때로는 부끄럽다 하며 서성이고 있었지만, 이제 우리는, 마음을 비우고 오직 하나님으로만 가득 채워지길 간절히 원했던 이 과부의 신앙으로 방향을 고정해야 합니다.

주님이 서기관을 지켜보셨고, 이 가난한 과부를 지켜보셨듯이, 우리 각 사람도 지켜보십니다. 우리의 겉모습이 아니라 중심을 보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새털처럼 가벼운 영혼이었기에 하나님께 모든 것을 드릴 수 있었던 이 여인의 순전한 신앙을 목격하셨다면, 우리가 걸어야 할 믿음의 길 또한 바로 이런 길인 것을 깨닫고 결단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