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의 얘기를 들려다오”

<마가복음 9장38-50절>

1. 지옥과도 같은 본문

오늘 본문의 말씀을 여러분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가요? 오늘 말씀을 보면 여러 가지 주제들이 뒤섞여 있어서 일단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프린스톤 신학대학교에서 성서학을 가르치시는 클리프튼 블랙C. Clifton Black이라는 교수는 “목사들이 이 본문으로 설교하려면 곡소리가 날 것이다.” 이렇게 말하기도 했고요, 같은 맥락으로 또 다른 성서학자는 이 본문이 설교자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본문”(infernal verses)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설교 준비하기 어려운 본문이라는 말이겠지요.

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저도 요 며칠 지옥을 경험하고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제가 냈던 곡소리도 미국에 계신 그 교수님에게 전해졌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이처럼 어려운 본문이기 때문에 우리가 정신을 더 바짝 차리고 말씀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경청하게 되면, 그만큼 더 큰 은혜를 주께서 오늘 이 시간 우리 모두에게 허락하시리라 믿습니다.

2. 우리를 따르지 않는 자들

오늘 말씀에는 크게 세 가지 예수님의 가르침이 나옵니다. 첫째는 38절-41절까지를 보시면, 예수님의 제자 중에 요한이 예수님께 말하기를, 어떤 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내쫓는 것을 보았는데, 그 사람이 자기들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 일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의기양양하면서 자랑스레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지금도 그렇지만 예수님 시대에 귀신을 내쫓는 행위는 단순한 기적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억압된 인간에게 ‘해방’을 가져다주는 일이었습니다.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의 존엄성을 상실하고, 어떤 악령에 들려서 살고 있다면, 그처럼 가련한 인생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기때문에 ‘귀신축출 행위’는 그만큼 귀한 일이었고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그레이엄 H. 트웰프트리, [초기 기독교와 축귀사역](새물결플러스)>

그래서 성경을 보면 그 어떤 귀신이라 해도 하나님의 아들이셨던 예수의 이름 앞에서는 꼼짝 못하고, 예수께서 명령하시는 대로, 열길-백길로 도망치기 바빴던 일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지켜본 사람들도 눈이 휘둥그레졌기 때문에, 예수님의 사역이 사람들에게 그만큼 강력한 인상을 남기게 됐던 것이기도 합니다.

아니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요한은 말하기를, 어떤 사람이 예수의 이름으로 귀신을 내쫓긴 했지만, ‘자기들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일을 금지시켰다는 얘깁니다. 여러분, 요한의 말에 수긍이 가시나요, 어떠신가요? 요한은 그가 예수의 이름으로 귀신을 내쫓은 것 자체는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귀신을 내쫓았다면, 분명 그는 예수를 믿고, 예수를 따르는 사람이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예수의 이름으로’ 그런 능력을 행할 수는 없었겠지요.

그런데 요한이 문제 삼았던 것은, 그가 ‘자기들을 따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뜻인가요? 정통성이 없다는 말입니다. 예수를 믿으려면, 자기들 밑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얘깁입니다. 예수를 따르려면, 자기들 뒤를 따라와야 한다는 겁니다. 예수 믿는 주도권을 자기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여러분, 이게 어떤 심보냐면요, 오늘날 한국의 몇몇 대형교회 교인들이 자기들이 다니는 교회에서 하는 것만 제일이라 여기고요, 심지어 작은 교회를 다니는 성도님들이라든가 또 섬기는 목사님들도 대놓고 깔보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됩니다. 오늘 본문의 요한의 심보가 바로 그러했다는 겁니다. 자기들 뒤로 줄 서라는 겁니다.

이에 예수께서는 ‘금하지 말라’ 말씀하시면서, 오히려 요한의 행동을 금지시켰습니다. 그리고는 40절에서 저 유명한 말씀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우리를 위하는 자”라 말씀하시면서, 세상에는 너희만 제자가 아니라, 그들이 알지 못하는 제자들이 많이 있음을 암시하셨습니다. 이것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예수님의 첫 번째 가르침이었습니다.

3. 과격한 말씀들

예수님의 두 번째 가르침은 42-49절까지입니다. 여기서 예수께서는 아주 무시무시하고도 듣기에 거북할 정도의 과격한 말씀들을 쏟아 놓으십니다. 대표적으로 이런 거지요.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작은 자들 중 하나라도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연자맷돌을 매여 바다에 던져지는 것이 나으리라” 하시고요, “네 손이 너를 범죄하게 하거든 찍어버리라.”고도 하십니다. 그런 것 없는 “장애인으로 영생에 들어가는 것이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들어가는 것보다 낫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도 같은 맥락입니다. 발이 범죄케 하면 발을 찍어버리라 하시고요, 눈이 범죄케 하면 눈을 뽑아버리라고 하십니다. 한쪽 눈을 가지고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두 눈 성한 채로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낫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이렇게만 말씀하신 것이 좀 부족하다 생각하셨는지, 예수님은 그 ‘지옥’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곳인지 부연 설명해 주시는데요, 예수님이 설명하는 지옥은 어떤 곳인가요? 48절과 49절에 나와 있습니다. 48절은 말하기를, 그곳은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듣기만 해도 징그럽기 짝이 없고, 소름이 돋습니다. 저로서는 ‘구더기’라는 말 자체가 징그러워서 더 이상 여러분들에게 설명해 드리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49절에서는 그 지옥에 들어가는 사람마다 ‘불에 소금 튀듯’ 할 것이라 합니다. 이 말씀을 쉽게 이해하시려면, 합정동에 있는 ‘마포소금구이 삼겹살집’을 찾아가시면 됩니다. 제 어머니가 가끔 해주시는 ‘왕새우 소금구이’도 생각이 납니다. 소금구이를 먹어보셨다면, ‘불이 소금 튀듯’ 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실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지옥에 가면, 사람들이 마치 그런 소금처럼 튈 것이라 말씀하신 것입니다. 상상만 해도 너무 끔찍해서 이 또한 부연설명을 드리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 두 구절, 48절과 49절은 이탈리아의 대문호 단테Dante가 저 유명한 고전 [신곡](Divine Comedy)의 ‘지옥편’을 저술하는데 지대한 영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신곡]의 “지옥편”을 보시면, 단테는 1지옥부터 맨 아래 있는 9지옥까지 둘러보는데요, 단테가 지옥에 들어갈 때, 그 지옥문 꼭대기에 써 있는 말은 너무나도 유명한 말입니다.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 이렇게 써 있습니다. 지옥이란 참으로 그러한 곳입니다.

그런데 그 지옥문을 통과한 다음에 단테가 제일 먼저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은 벌거벗은 채 거대한 파리와 벌 떼에게 무참히도 찔리고 있었다. 찔린 얼굴에서는 피가 눈물과 뒤섞여 흘러내렸고, 다리에서는 구더기들이 피를 빨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좀 더 내려가다가 단테는 어떤 사막같은 곳에 도착하는데요, 그곳에 모래사장 위로 마치 “거대한 불꽃들이 비처럼 끊임없이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래 사장 위로 내려 앉은 그 불꽃들은 마치 “기름처럼 모래에 옮겨 붙었다”고 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동해 바다 해변과 같은 모래사막에 있다고 상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서 있는데, 하늘로부터 기름에 불이 붙어 비처럼 끊임없이 내립니다. 그러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모래가 온통 불붙은 기름 천지가 되겠지요? 모래도 모래지만, 우리 몸에 계속 내리는 불꽃들은 어찌할까요? 그래서 단테는 말합니다. “그 가엾은 손들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춤을 췄으니, 이곳저곳으로 떨어져 새롭게 타오르는 불꽃들을 몸에서 떼어 내느라 황망했다.”고 합니다.<단테 알리기에리, [신곡](지옥편)(민음사)> 모르긴 몰라도, 오늘 예수님 말씀처럼 ‘소금 치듯’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4. 너희 속에 소금을 두고 서로 화목하라

그리고 예수님의 세 번째 가르침은 오늘 말씀의 마지막 절인 50절, 단 한 구절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소금은 좋은 것인데, 만일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하시면서 “너희 속에 소금을 두고 서로 화목하라.”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이 말씀은 우리가 잘 아는 예수님의 ‘산상수훈’ 가르침과 거의 같습니다. 마태복음 5장에서 예수께서는 저 유명한 ‘팔복’으로 제자들을 축복하신 뒤에, 이어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13절) 말씀하셨습니다.

산상수훈의 가르침과 오늘 본문의 가르침은 거의 비슷한 말씀이었지만, 차이가 있는데요, 그것은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 속에 ‘소금을 두라’ 하시면서 ‘서로 화목하라’고 말씀하시는 부분입니다. 아마도 제자들 안에 짠맛을 내는 소금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어서, 그들로 하여금 서로 화목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생각하셨던가 봅니다.

5. 어떤 상황에서 주신 말씀인가?

자, 이렇게 우리가 오늘 본문의 세 가지 가르침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면 여러분, 이 세 개의 가르침이 어떻게 연결되는가요? 예수께서는 이처럼 동떨어져 보이는 세 가지 주제를 왜 이렇게 이어서 말씀하신 걸까요? 하나씩 하나씩 보면 아주 강렬한 가르침으로 받을 수 있겠는데, 이 말씀들이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요? 그리고 왜 이런 말씀을 지금 하시는 걸까요?

오늘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우리는 이 말씀이 지난주 나누었던 말씀에 이어지는 말씀이란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말씀은 지난주 말씀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이어서 하신 말씀이란 것입니다.

여러분, 지난주 본문에서 우리는 제자들이 “누가 크냐 논쟁”(서열다툼)을 벌인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다못해 답답하셨던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첫째가 되려거든 끝이 되고, 섬기는 자가 되라.”시며 따끔하게 일침을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어린아이 하나를 데려다가, 가운데 세우시고는, 그 아이를 사람들 보는 앞에서 따뜻하게 끌어 안아주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아이 하나를 영접하는 것이 곧 나를 영접함”이라고 말입니다.

곧, 오갈 데 없이 버려지는 아이들이 유독 많았던 시대였기 때문에, 어린아이같이 ‘지극히 작고 미미한 존재들’을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예수님을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이며, 그것이야말로 ‘섬기는 자가 되는 첩경’이란 가르침을 주셨던 것입니다.

여러분, 만약 우리가 예수님 앞에 앉아서 이런 꾸중을 듣고 있었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겠습니까? 저라면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살짝 안아주는 시늉이라도 했을 것만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주님, 죄송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뜻도 헤아리지 못하고, ‘누가 크냐’ 이렇게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으로 서열다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그러지 않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이후로 주님 말씀하신 대로 첫째가 아니라, 끝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섬기는 자로 살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좀 가르쳐 주십시오. 우리는 너무 못났습니다.” 이렇게라도 두 손 싹싹 빌면서 예수님께 대답할 것 같습니다.

6. 못난 요한

아니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불쑥 튀어나온 예수님의 제자 요한은, 그렇게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말을 가로막고는 뜬금없이 화제를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꺼낸 말이 그 말이었습니다. “우리를 따르지 않는 어떤 자가 당신의 이름으로 귀신을 내쫓는 것을 보고, 우리를 따르지 아니하므로 금하였다”고 말입니다.

여러분, 이 요한의 말은요, 내용적으로도 형편없고요, 그 의도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틀려먹었습니다. 내용적으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예수를 믿고, 예수를 따르는 어떤 사람이 자기들 밑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심보였습니다. 이것은 방금 전 예수님께 혼쭐이 났던, 그 문제의 “누가 크냐 논쟁”을 또 다른 버전으로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형편없는 말을 꺼낸 요한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요? 그의 의도를 확실히 알 수는 없겠지만, 추측컨대, 요한은 자기들을 향한 화살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려 했을 것입니다. 자기들을 향한 잔소리는 그만하시고, 이제 이런 사람에 대해서 한마디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는 예수님이 “끝이 되고, 섬기는 자가 되라” 말씀하시는 동안, 그 말씀을 자기를 향한 말씀으로 듣지 않았던 겁니다. 그 말씀에 해당하는 제3자를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아닌게 아니라 여러분, 마가복음에는 요한이 나서서 말하는 장면이 흔치 않습니다. 딱 두 번만 등장해서 말합니다. 오늘 본문이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점입가경입니다. 다음 장인 10장 35절 이하를 보시면, 자기 동생 야고보하고 몰래 같이 예수님께 은밀히 다가가서는 “주님이 영광을 받으실 때, 하나는 주의 우편에, 그리고 하나는 좌편에 앉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청탁했던 장본인이 바로 오늘 본문에 나오는 제자 요한이었던 것입니다.

7. 당신이 섬기는 교회는 어떤가요?

여러분, 종종 여러 목사님들을 만나서 한국교회 얘기를 나누다 보면요, 한국교회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말씀하는 분들이 거의 없습니다. 열이면 열, 모든 목사님들이 “교회는 개혁되어야 하고, 변해야 하고, 기복적인 신앙에서 벗어나서 예수님 말씀 앞에 정직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교회의 미래는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혀를 끌끌 치면서 걱정하듯이 말하곤 합니다. 그래서 사방팔방으로 다니면서 한국교회를 향해 쓴소리를 글로나 말로 설파하며 다니는 분들도 많이 만나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을 만나게 되면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묻곤 합니다. “목사님, 그러면 목사님이 섬기시는 교회는 그런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되나요?” “교회가 개혁되야 한다고 하시는데, 목사님 섬기는 교회는 얼마만큼 개혁하고 있습니까?”

제가 이렇게 물으면,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열이면 열, 말씀을 잘-못하십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다른 교회들의 문제를 그렇게 달변으로 조목조목 지적하던 분들이, “그러면 당신이 섬기는 교회는 어떻습니까?” 이렇게 물으면 제대로 답변을 못한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말씀드리기 좀 괴롭지만, 실제로 그런 분들이 시무하는 교회들을 방문해 보면 측은하기 그지없을 때가 많습니다. 다른 교회들을 향한 말만 희번지르르했을 뿐이지, 정작 자기가 섬기는 교회는 너무나도 등한시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사람들은 누구나 남 얘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좋아할 뿐만 아니라 아주 잘-합니다. 하지만 그 화살이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것은 참지 못합니다. 예수님 말씀을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엔 너나 할 것 없이 달인들이 되어가지만,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는 것엔 너무나도 인색하기만 합니다.

8. 이제 너의 얘기를 들려달라

오늘 본문에 나오는 요한이 보여주는 모습이 그러했습니다. 예수께서 “누가 크냐 논쟁”을 벌인 자기들을 꾸중하시자, 그는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화살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려 했던 것입니다. 우리 얘기 말고, 남 얘기 하자 이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요한의 잔꾀에 넘어갈 만큼 호락호락한 분이 아니셨습니다. 다분히 의도적이었던 요한의 질문에는,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우리를 위하는 자”라고, 짧게, 그러면서도 단호하게 그의 의도를 좌초시키시면서, 곧바로 초점을 제자들에게 되돌려 놓으십니다. 그래서 43절 이하에 나오는 저 과도하리만치 신랄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모두다 ‘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 얘기하지 말라는 겁니다. 뭐라 말씀하셨던가요.

“만일 네 손이 너를 범죄하게 하거든” “만일 네 발이 너를 범죄하게 하거든” “만일 네 눈이 너를 범죄하게 하거든”이라고 말입니다. 여러분, 다행인지 어떤 건지 44절과 46절에 해당하는 헬라어 사본이 훼손 되어서 우리가 이 구절을 읽을 수 없어서 그렇지, 문맥상으로 보면 거기에는 손, 발, 눈 외에 다른 신체 부분이 들어갔겠지요. 그렇다면 제자들의 신체가 하나도 남아나질 않았을 것만 같습니다.

예수께서는 “이놈들아, 다른 사람 얘기할 것 없다!” 하시는 겁니다. 이제 너의 얘기를 들려달라는 것입니다. 너희들 자신을 생각해 보라는 말입니다. 어떤 사람이 귀신을 내쫓는 행위를 두고 이게 옳으니 그르니 평가할 시간이 있거들랑, 지금 너의 손과, 너의 발과, 너의 눈이, 그리고 너의 영혼이 행하고 있는 죄를 두고 더욱 근신하여 깨어 있으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시간 우리에게도 묻고 계십니다. “이제 너의 얘기를 들려달라”고 말입니다. 우리 각 사람의 이름을 부르시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오늘 본문의 말씀은 제자들에게 되돌려 주는 말씀이기도 하지만, 이 시간 예배하는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이기도 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금까지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얼마나 많이 주님의 말씀을 들어왔습니까? 우리가 들어왔던 그 많은 주님의 말씀들을 지금 어디에 쌓아두고있습니까? 그 위로 먼지가 수북이 내려앉은 것은 아닌가요? 만약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주님의 말씀을 좁쌀 한 톨만큼이라도 온전히 적용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다른 사람, 다른 교회를 쳐다 볼 시간이 없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잣대를 들이댈 시간도 없습니다. 먼저 우리 자신이 회개하고, 변화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마지막 50절에서 주님은 뭐라 말씀하셨지요? “너희 속에 소금을 두고, 피차 화목하라” 말씀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제자공동체 안에는 화목은커녕, 그저 ‘서열다툼’만 있어 왔던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예수께서는 그 잘난 ‘서열 다툼’을 거두어 내버리고, 그 안에 너희를 부패하지 않게 하는 ‘소금’을 두어서 서로 화목하라고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서열 다툼’으로 일그러지고 부패한 제자공동체를 향한 예수님의 처방이 ‘화목’ 곧 ‘평화’였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비록 우리가 주님이 경고하신 저 끔찍한 지옥불과는 전혀 상관없을지라도, 그리하여 우리에게는 오직 하늘의 소망과 주님이 허락하시는 구원이 이미 선물로 주어져 있을지라도, 우리 주님은 우리 서강공동체에게도 묻고 계십니다. “혹시 너희들은 점점 맛을 잃어가는 소금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냐?” “너희 안에 소금을 두고, 피차 간에 평화를 만들어가고 있느냐?”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 “너희들의 이야기를 들려달라” 말씀하십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이런 주님의 말씀을 듣고, 우리 각자가 서강공동체를 위한 소금으로 회복될 수 있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주님이 말씀하신대로, 우리가 피차 평화의 빚, 사랑의 빚 외에는 지지 않는, “성령 안에서 사랑으로 역사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