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의 세 가지 회복이야기”

<요한복음 21장1-19절>

1.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오늘 [부활주일]이자 [어린이주일]을 맞아서 어떤 말씀을 준비해야 할지 많이 고민이 되었습니다. 오늘과 같은 무한경쟁의 시대에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이런 시대에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산천초목의 푸르름을 온전히 만끽하지 못하고, 평화로운 정서 속에서 자라지 못하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목적 아래 ‘현재’를 포기해야 하는 일들이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다이아나 루먼스Diana Loomans라는 시인이 쓴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이라는 시는 우리에게 적잖은 울림을 줍니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 아이를 바로잡으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 시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도종환역음,[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나무생각)>

이 시를 읽고 나서 구절마다 저도 아버지로서 참 많이 뜨끔 했습니다. 혹여 그동안 아이들에게 그릇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어린이주일]을 맞이함과 동시에 [가정의달]이 시작하는 오늘, 잠시라도 자식과 부모를 생각하고 가정을 생각하면서, 하나님이 여러분들에게 허락하신 믿음의 장막 안에,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참된 기쁨과 희락이 가득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2. 얘들아!

[어린이주일]인 오늘, 감사하게도 성서일과의 복음서 말씀이 요한복음 21장이었습니다. 요한복음 중에서 유난히 정감이 넘치고, 또한, 한편으로는 매우 감동적인 본문인데요, 5절 말씀을 보시면,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해 “얘들아!” 하고 부르십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이렇게 부르신 적은 없습니다. 제자들을 향한 아주 희귀한 호칭이 오늘 본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얘들아”라는 표현은 성경 원어로 “파이디온”(paidi,on)이라는 단어인데요, 그 단어는 ‘꼬마 어린이’(마 18:3)나 심지어 ‘아기’를 지칭할 때 성경에서 종종 사용된 말입니다(눅 2:17).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제자들을 이렇게 부르실까”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예수님의 나이와 제자들의 나이를 유추해보면 그렇게 부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여러분, 공생애를 시작하신 예수님 나이를 보통 30대 초반으로 추정하지요? 그러면 제자들은 몇 살쯤 되었을까요? 학자들은 추정하기를, 제자 중에 베드로만 겨우 스무 살이 넘었고 결혼을 했을 것이고(긴 설명이 필요하지만, 근거가 있습니다), 그를 제외한 다른 제자들은 20세 미만일 것이라 합니다.<Otis and Frank Cary, “How old were Christ’s disciples?” The Biblical World, Vol.50>

그렇게 생각해보면, 30대 초반인 예수님이 스무 살 미만의 제자들에게 “얘들아!”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것은 없어 보입니다. 요즘 말로 다소 익살스럽게 번역한다면 “얼라들아!” 이렇게 번역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어린이주일]과 관련해서 생각해보면, 오늘 본문은 어른이신 예수님이 아직 어린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후에 마지막 가르침을 주고 있는 장면이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3. 첫 번째 회복, 제자로서의 부르심-1

오늘 본문을 통해서 “갈릴리의 세 가지 회복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오늘 본문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오늘 본문 이전에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미 두 번이나 제자들을 찾아가셨습니다. 첫 번째는 두려움에 문을 꽁꽁 걸어 잠근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평화를 전하셨고, 부활하신 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후에 예수님은 제자 도마를 위해 한 번 더 나타나셔서 ‘못 자국 난 손’을 보여주셨고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요 20:27). 그리고 이어서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오늘 본문 21장 14절이 강조하며 언급해주듯이, ‘세 번째’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변함없는 예수님의 은혜와 제자들의 회복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 본문은 훨씬 더 다양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지만, 그중에 세 가지 특징만을 잡아서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로,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변함없는 은혜’를 베풀어 주십니다. 여러분, 지금 제자들과 예수님이 만나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1절을 보시면 ‘디베랴 호수’라고 장소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다시 설명해 드리겠지만, 디베랴 호수는 갈릴리 호수의 다른 이름입니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무덤을 찾아온 여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제자들한테 가서 갈릴리에서 만나자!”(마 28:7)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제자들은 그냥 우연히 거기 간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의 약속을 기다리면서 갈릴리 지역에 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 3절을 보면, 베드로가 말하기를,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가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다른 제자들도 “우리도 함께 가겠다!”하고는 모두 다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으러 갑니다. 여러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베드로와 제자들이 여가를 즐기듯이 낚시하러 떠났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베드로는 이제 자신의 본업, 곧 ‘물고기 잡는 어부’로 돌아가겠다는 겁니다. 그 말에 다른 제자들도 동조한 것입니다.

여러분, 그런데 예수께서는 원래 ‘물고기 잡는 어부’Fisher of Fish였던 베드로를 ‘사람 낚는 어부’Fisher of Men로 쓰시려고 그를 부르셨는데, 베드로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다시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가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하신 것은 그들이 물고기 잡는 걸 보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제 부활을 목격한 증인으로서 새로운 사명을 주시기 위해 갈릴리에서 만나자 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그 디베랴 호수가에서 얼마나 예수님을 기다렸는지는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기다리다 못해 여전히 성질 급한 베드로는 “에이, 모르겠다. 안 오시려나 보다. 나는 그냥 고기나 잡으러 가야겠다” 이렇게 말했고, 나머지 제자들은 그 말에 선동당한 것입니다.

그렇게 결정하고 고기를 잡으러 떠난 제자들에게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오늘 본문은 아주 소상하게 그려주고 있는데요, 이것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예수님이 처음으로 제자들을 부르셨던 누가복음 5장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본문과 누가복음 5장은 마치 데자뷰 현상을 보는 것처럼 너무나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4. 첫 번째 회복, 제자로서의 부르심-2

누가복음 5장을 보시면, 베드로와 어부들이 ‘게네사렛 호수’Lake of Gennesaret에서 그물을 씻고 있었습니다. 뒤에서 다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만, 게네사렛 호수 역시 갈릴리 호수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그날, 밤이 새도록 물고기를 잡으려 했지만, 허탕만 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심드렁해진 마음에 그물을 씻고 있던 그 어부들에게 누군지 모를 한 사람이 다가갑니다. 그분이 예수님이었지만, 그때까지 어부들은 예수님이 누군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때 예수님이 어부들에게 다가가셔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눅 5:4)고 말입니다. 그 결과 베드로는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아서 그물이 찢어졌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예수님 앞에 엎드려서 죄인임을 고백했고요, 이로써 그날로 예수님의 제자가 된 것입니다. 그때 예수께서는 그 어부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From now on you will fish for people)(눅 5:10) 곧 ‘사람 낚는 어부’가 될 것을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이미 오늘 본문을 읽으셔서 느끼셨겠지만, 너무나도 흡사하지 않습니까? 오늘 본문 3절과 4절은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이 이날도 역시 ‘밤이 맞도록’ 물고기를 잡으려 했지만 결국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고 말해줍니다. 누가복음과 상황이 똑같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곧 “날이 새어갈 때에”(4절) 부활하신 예수께서 바닷가에 서 계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4절은 말하기를, “제자들이 예수이신 줄 알지 못하는지라” 이렇게 말합니다. 이 또한 누가복음과 설명이 똑같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누군지 알 수 없는 그 바닷가에 서 있던 한 사내의 말을 듣고 그물을 던졌더니 그물을 들 수 없을 정도 물고기를 많이 잡았다고 합니다(21:6). 그 알 수 없는 사람의 말을 듣고 그물을 던진 것도, 그리고 물고기를 많이 잡게 된 것도 누가복음과 똑같은 설명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몇 마리나 잡았다고 하지요? 11절은 “백쉰세 마리”라고 알려주면서, 굳이 덧붙이기를, “이같이 많으나 그물이 찢어지지 아니하였더라.”고 합니다.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를 왜 굳이 덧붙이겠습니까? 마치 ‘지난번엔 찢어졌지만, 이번엔 안 찢어졌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는 그물이 찢어지는 바람에, 그 찢어진 틈으로 아깝게도 물고기가 숭숭 빠져나갔지만, 이제는 그물이 튼튼해서 훨씬 더 안전하게 물고기를 잡았다는 얘기를 하고싶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 제자들이 처음 예수님을 만났을 때와, 그리고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을 만날 때, 어느 쪽 제자의 모습이 더 낫습니까?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곧 초신자였던 때에는 ‘배를 버리고’(눅 5:11) 무작정 예수님을 따라나섰습니다. 그러나 정작 3년간 예수님과 동고동락하면서 말씀을 배우고 기적을 경험했고, 심지어 부활하신 주님을 목격한 결과치고는 너무나도 참담한 것입니다. 오늘 본문이 기록하듯이, 제자들은 다시 ‘배에 올라타는’(21:3)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처음이나 나중이나 동일하게 역사하셨고, 동일하게 제자들을 긍휼히 여겨주셨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노래하는 ‘변함없는 주님의 은혜’인 것입니다. 처음에도 물고기를 가득 잡게 해주셨던 것처럼, 지금도 물고기를 가득 잡게 해주셨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셨으니, 주님의 사랑을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5. 두 번째, 배신에의 기억을 사랑에의 확신으로

두 번째로 오늘 본문에서 베드로는 ‘배신의 기억을 사랑의 확신’으로 바꿔주시는 주님의 은혜를 경험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 9절 이하의 말씀을 보면, 디베랴 해변에서 예수께서는 친히 ‘숯불’(Fire of Burning Coals)을 구해다가 생선을 구워서 배고픈 제자들에게 떡과 함께 먹으라 하셨습니다. 베드로에게는 예수님과 함께 했던 지난 날들을 추렴해 볼 수 있게 하는 놀라운 말씀입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복음서에 어떤 장면들이 떠오르십니까?

먼저는 ‘떡과 물고기’, 곧 ‘오병이어 기적 사건’을 떠오르게 했을 것입니다. 빈들에 있을 때,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이었지만, 예수님이 축사하시자 5천 명이 배불리 먹고도 남았던 그날의 위대한 사건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어서 베드로는 예수님과 가졌던 ‘마지막 만찬’도 떠올랐을 것입니다. 스승이자 주님이셨던 예수께서 친히 베드로의 발을 닦아 주시고, 음식을 손에 쥐어 주시던 그 따뜻한 식탁의 풍경 말입니다.

그러나 베드로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날 다른 일도 있었던 것입니다. 곧 베드로는 그날 밤에 “주를 위하여 내 목숨을 버리겠나이다” 하며 호언장담을 했지만, 예수께서는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요 13:38)하며 대답하셨고요, 그 말씀 그대로 베드로는 예수님을 부인했던 것입니다. 요한복음 18장은 그 내용을 이렇게 기록합니다. “시몬 베드로가 서서 불을 쬐더니 사람들이 묻되 너도 그 제자 중 하나가 아니냐 베드로가 부인하여 이르되 나는 아니라. 대제사장의 종 하나는 베드로에게 귀를 잘린 사람의 친척이라 이르되 네가 그 사람과 함께 동산에 있는 것을 내가 보지 아니하였느냐 이에 베드로가 또 부인하니 곧 닭이 울더라.”(요 18:25-27)

그 배신의 날, 베드로는 “불을 쬐고 있었다”고 성경은 기록합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의 해변에서도 ‘숯불’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 숯불이라는 단어는 성경원어로 “avnqrakia,”(안트라키아)라고 합니다. 신약 성경에 딱 두 번 나오는 단어입니다. 한번은 오늘 본문이고요, 다른 한 번은 어디겠습니까? 그 배신의 날에 타오르던 숯불과 오늘 이 해변에서 타오르는 숯불은 동일한 숯불이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 출신의 마갈릿Avishai Margalit이란 철학자이자 평화운동가는 ‘배신’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배신은 어느 경우에서든지 두터운 관계에서 접착제를 떼어 내는 행위다.”<아비샤이 마갈릿,[배신](을유문화사)>라고 말입니다. 베드로는 3년 동안 쌓은 ‘예수님과의 관계’라는 그 강력한 접착제를, “나는 예수를 모른다”는 말로, 벅벅 긁어 가며 떼 내려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배신의 추억은 지금 눈앞에 있는 숯불의 이글거림과 함께 타오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가 얼마나 부끄러워하고 있을지 어렵지 않게 상상이 됩니다.

그러나 주님이 숯불을 가져오신 것은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배신자를 배불리 먹이기 위함이었습니다. 다시금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고, 그 아름답고도 따뜻한 식탁을 해변에 마련해 주심으로, 새로운 소명을 주시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곧 ‘배신의 쓰라린 기억을 사랑의 확신으로 변화시키시는 주님의 은혜’가 이날 있었던 것입니다.

6. 세 번째, 새로운 사명자로 세우심

마지막 세 번째로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베드로를 새로운 사명자로 세워주십니다.’ 베드로가 새로운 신앙인으로 회복된 것입니다. 여러분, 아시다시피 ‘3’이라는 숫자는 ‘하나님의 완전성’(Divine Perfection)을 의미하는 숫자입니다. 복음서에는 3이라는 숫자가 자주 나오는데요, 예수님은 마귀에게 세 번 시험당하셨습니다. 또한 죽은 자 가운데서 3일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뒤에 세 번 나타나셔서는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한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 물으십니다. 완벽해도 이렇게 완벽한 회복이 또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여러분, 베드로에게 세 번 반복해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물으셨던 예수님의 결론은 무엇이었습니까? 혹자들은 이 말씀에 나오는 ‘아가페’라는 성경 원어와 ‘필리아’라는 성경 원어를 언급하면서, 예수님이 아가페 사랑을 강조하셨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근거가 없는 얘기입니다. 예수님 당시에는 ‘아가페 사랑’과 ‘필리아 사랑’을 크게 구분해서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어느 학자의 말처럼, 예수께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에게 세 번 물으신 것은,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던 베드로에게 ‘세 번이나 사랑을 고백’할 수 있게 기회를 준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고백함으로서, 수치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라는 해석이 보다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제임스 해밀턴, [요한복음](ESV성경해설주석)(국제제자훈련원)>

예수님은 오늘 본문에서 베드로에게 세 번 물으심과 동시에 세 번 사명을 주십니다. “내 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는 것입니다.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18절) 말씀하시면서, 그가 훗날 어떻게 순교하게 될 것인지를 미리 예고하시는 주님은 그에게 “나를 따르라”(19절)고 다시금 그를 사명자로 불러주고 있는 것입니다. 곧 베드로는 부활을 전하는 증인으로서 세워진 것입니다.

7. 게네사렛으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본문에서 베드로에게 처음이나 나중이나 변함없는 은혜를 베풀어주셨고, 배신에의 기억을 사랑의 확신으로 변화시켜주셨으며, 이제 새로운 사명자로 세워주신 부활하신 주님의 은혜가 여러분에게도 동일하게 임하기를 축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지막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디베랴 호수’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디베랴 호수는 갈릴리 호수의 다른 이름이라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누가복음 5장에서 처음 제자를 부르셨던 곳은 ‘게네사렛 호수’였습니다. 물론 그 게네사렛 호수도 갈릴리 호수의 다른 이름이라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왜 이처럼 같은 호수를 다른 이름으로 부를까요? 화면을 잠깐 봐주시기 바랍니다. 화면에 보이는 것처럼, 갈릴리 호수 주변으로 여러 도시들이 있는데요, 도시 디베랴에서 보이는 갈릴리 호수는 디베랴 호수라고 부르고요, 도시 게네사렛에서 보이는 갈릴리 호수는 게네사렛 호수라고 부르는 것뿐입니다. 비록 디베랴나 게네사렛이 같은 갈릴리 호수를 지칭하는 것은 맞지만, 분명히 이 둘은 서로 다른 곳입니다. 인천 앞바다와 목포 앞바다, 둘 다 서해바다인 것은 맞지만, 둘이 전혀 다른 곳인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분, 도시 디베랴City Tiberias는 로마 황제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신도시였고요, ‘갈릴리의 작은 로마’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매우 화려한 신도시였습니다. 반면에 게네사렛은 어떤 지역이었던가요? 그곳은 예수님 선교의 거점 지역이었습니다.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먼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병자들을 고치고, 죄를 용서해 주셨으며, 말씀으로 하나님 나라의 잔치를 벌이기 위해 이곳 게네사렛을 지나다니셨습니다. 더군다니 처음으로 제자들을 불러주신 곳이 바로 이곳 게네사렛 호수였다면, 예수께서 “갈릴리에서 만나자!” 하셨을 때, 제자들은 디베랴 호수로 갔어야 합니까? 아니면 게네사렛 호수로 갔었어야 했습니까? 게네사렛 호수로 갔어야 했던 것입니다. 거기서 예수님을 기다렸어야 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의 신앙을 한번 돌아보길 원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사람 낚는 어부’로서의 소명, 곧 전도와 선교적 삶을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베드로가 다시금 본업으로 돌아가 ‘물고기 낚는 어부’로 살려고 했던 것처럼, 우리의 생업에 너무나도 지친 나머지 주님이 주신 소명을 잊고 사는 모습은 아닌지 회개하는 마음으로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영적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지금 선교의 자리, 치유의 자리, 죄 사함의 자리였던 게네사렛 호수가에 머물고 있습니까? 아니면 전혀 엉뚱한 디베랴 호수가에 머물고 있습니까? 이 또한 회개하는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은 그런 제자들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떤 마음을 먹었든, 어디서 기다리든, 주님은 그들을 끝내 찾아내셨고, 다시금 회복과, 변화와 능력의 삶으로 사명을 감당하며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던 것입니다. 비록 우리가 오늘 본문의 베드로처럼 못난 모습으로 살아왔을지라도, 새로운 사명을 주시는 주님의 은혜는 여러분들에게 여전할 것이라 믿습니다. 그 믿음과 소망으로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동행하는 여러분들의 삶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