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하고 기뻐하는 거룩한 공동체”

<누가복음 13장 10-17절>

1.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레미제라블]의 작가인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1885)가 쓴 또 다른 위대한 작품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파리의 노트르담](Notre-Dame de Paris)이라는 소설입니다<빅토르 위고 지음, 진형준 옮김, [파리의 노트르담](살림)>. 이 소설은 15세기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남녀 사이의 치정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몇몇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첫째로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인 ‘에스메랄다’(Esmeralda)라고 하는 매력적인 여성입니다. 그녀는 많은 남성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런 이유로 사건의 중심에 있습니다.

둘째로 ‘프롤로’(Frollo)라는 주교가 나옵니다. 소설 초반부에 그는 거의 성자와 같은 훌륭한 사람으로 등장하지만, 사건이 전개되면서 그의 안에 악마적인 본성이 서서히 드러나게 됩니다. 그는 여자 주인공 에스메랄다를 흠모했지만, 그녀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자 나중에는 그녀를 마녀로 몰아서 사형을 당하게 했던 인물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이 소설의 실제적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카지모도’(Quasimodo)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그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였는데요, 이 사람은 날 때부터 척추가 위로 돌출해서, 우리가 흔히 ‘꼽추’라 일컫는 외형을 갖고 있습니다. 체형도 그렇지만 얼굴도 흉측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고요, 한쪽 눈도 보이지 않는 데다가 청력도 상실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소설에 보면 이 사람 카지모도의 외형에 대해서 거의 두 페이지에 가깝게, 그가 얼마나 기괴하게 생겼는지를 묘사할 정도입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런 이유로 카지모도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롱과 멸시를 당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카지모도는 매력적인 여주인공 에스메랄다를 사랑했습니다. 모두가 자기를 괴물 취급하면서 놀려댔지만, 오직 에스메랄다만이 목마른 그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물병을 건네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설은 꼽추 카지모도가 그 물을 받아마시며 감격스러워하는 장면을 이렇게 말합니다. “눈물이, 절망으로 얼룩져 있던 그의 흉측한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 불행한 사나이가 난생처음으로 흘린 눈물이었다.”

이처럼 작가 빅토르 위고는 이 소설을 통해서 ‘인간이란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라 말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사랑에 굶주려 있고, 사랑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흉물스럽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멸시와 조롱을 당해야 했던 카지모도는 자신에게 작은 사랑을 보여준 에스메랄다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이 소설의 배경이 노트르담 ‘성당’이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당은 어떤 곳입니까? 성당은 어떤 곳이어야 합니까? 하나님의 자비하심과 긍휼하심이 언제나 흘러넘쳐야 하는 곳이 성당입니다. 그 자비와 긍휼하심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이 ‘함-께-모-여-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거룩한 곳이 성당입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성당은 그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노트르담 성당은 인간의 권모술수와 배신의 중심이었습니다. 한 인간을 두고서 차별과-음모와-조롱을 일삼았던 곳이 성당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성당은 끝내 비극적인 사건의 장소가 되어 버리고 만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2. 꼬부라진 여인을 만나시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특징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한 사람은 회당의 우두머리, 곧 “회당장”이요, 다른 한 사람은 오늘 본문 11절이 소개하는 것처럼, “열여덟 해 동안 등이 꼬부라져서 조금도 펴지 못하는 여인”입니다. 본문의 회당장이 소설 속의 프롤로 대주교라고 한다면, 척추가 굽은 여인은 소설 속의 꼽추 카지모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꼽추 카지모도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물 한 병 건네준 에스메랄다는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이 보여준 모습과 닮아 보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이 여인은 “꼬부라져서 조금도 펴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정확히 어떤 병을 뜻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본문에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오늘날 여러 학자들은 그가 앓던 병은 아마도 “등뼈들이 서로 붙어버린 병”일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대럴 벅 지음, 신지철 옮김, [누가복음2](부흥과개혁사)>

또한, ‘꼬부라졌다’는 말은 성경원어로 ‘sugku,ptw’(슁쿠프토)라는 희귀한 단어인데요, 이 단어는 “완전히 구부러지다, 반으로 접히다, 곱사등을 하다”(bend over, be completely bent, humpbacked)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척추가 구부러지다 못해 반으로 접힐 지경이라 하니,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여성의 몸으로 그렇게 열여덟 해를 살아왔다고 하니, 그의 외모도 외모지만, 그녀의 인생은 얼마나 굴곡진 인생을 살아왔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3. 병에 대한 고대 유대인의 인식

그런데 여러분, 고대 유대인들은 질병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했던가요? 유대인들은 질병을 ‘하나님의 저주’로 인식했습니다. 누군가 어떤 질병을 앓고 있다면, 그 당사자가 죄를 지었거나, 혹은 그의 부모가 죄를 지어서 하나님이 그에게 벌을 내리신 것이라 해석한 것입니다. 이것이 전형적인 유대적 해석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이 여인은 가족들에게나 동네 사람들에게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 불 보듯 뻔합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따뜻하게 대하기는커녕, “도대체 무슨 해괴한 죄를 지었길래 그런 끔찍한 형벌을 받은 거냐!”며 그녀를 힐난했을 것입니다. 그녀뿐 아니라 그녀의 가족을 향해서 동네 사람들은 수군거리며 손가락질했을 것입니다. 일반 사람들도 그랬겠지만, 유대교의 종교 지도자들은 더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율법을 다루는 사람들이었으니 오죽이나 했겠습니까. 그녀를 향해, 그리고 가족을 향해, 그들의 마음을 후벼 파고 찌르는 말을 하나님의 말씀을 빙자해서 서슴지 않고 내뱉어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본문이 “회당”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것은 마치, 앞서 소개해드린 노트르담 대성당이 사랑과 구원의 장소가 아니라, 증오와 멸시의 장소였던 것처럼, 오늘 본문에 나오는 회당 또한 하나님의 자비하심과는 전혀 상관없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당”이란 말은 성경원어로 ‘쉬나고게’(sunagwgh,)라고 하는데요, ‘함께 모이는 곳’을 의미합니다. 단어 자체가 ‘함께’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새벽 시간에도 나누었지만, 이것은 사도 바울이 빌립보서에서 그의 형제 에바브로디도에 대해서 “그는 나와 함께 수고한 자요, 함께 군사된 자”(2:25)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함께’라는 말을 붙이는 순간, 동고동락同苦同樂하겠다는 뜻이고요, 더 나아가서 동생공사同生共死, 즉 ‘함께 살고 함께 죽는 운명 공동체’의 일원이 되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회당은 본래 ‘함께 모여서’ 모세의 율법을 나누고, ‘함께 모여서’ 예언서를 나누고, ‘함께 모여서’ 권위 있는 자의 권면과 강론을 나눔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그리고 아브라함의 자손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신앙훈련이 이루어지는 곳이었습니다.<알프레드 에더스하임 지음, 김기철옮김, [유대인 스케치](복있는사람)>

그렇다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여인은 이 회당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을까요? 그러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저들끼리는 ‘함께’ 말씀을 듣고, ‘함께’ 배우고, ‘함께’ 예배를 드렸겠지만, 그것은 ‘저들만의 함께’였을 것입니다. 이 여인은 오늘 본문의 회당에서 그 ‘함께’에 끼어들 틈이 없어보이기 때문입니다.

4. 안수하신 예수

이런 배경 속에서 예수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을 찾아갑니다. 10절부터 13절까지, 예수님의 행동이 한 구절씩 친절하게 묘사되고 있는데요, 10절에 보면 예수께서는 그곳에서 “가르치셨다” 하고요, 11절에서는 “꼬부라져 조금도 펴지 못하는 한 여자”(11절)가 있음을 인지하셨습니다. 그리고 12절에서는 그녀를 “보시고” “불러” “네가 네 병에서 놓였다! 말씀”하십니다. 이후에 13절에서 예수께서는 그녀에게 “안수”(put his hands on her)를 하셨고, 그러자 그가 곧바로 “펴지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예수께서 이날 행하신 일입니다.

이런 일을 행하신 예수님의 행동이 비난을 받아야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수님의 행동을 보고 회당장이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14절에 보면 회당장은 “예수께서 안식일에 병 고치는 것을 보고 분을 내었다”고 합니다. 예수님의 그런 행동이 안식일을 범한 것이라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14절을 자세히 보시면, 이 회당장은 ‘예수께’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무리에게” 화를 내고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런 행동을 우리는 ‘선동’(agitation)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옮겨서 그들로 하여 자기가 뜻하는 대로 움직이게 만들려는 ‘저의’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회당장이 무리들에게 화를 냈던 것은 자기편을 모으려 했던 것입니다. 애초부터 그는 ‘함께’라는 말의 의미를 몰랐던 것입니다. 그는 그저 자신의 뜻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예수가 안식일에 일을 했다. 안식일을 범했다!’며 몰아세우려 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일할 날이 엿새가 있으니 그 동안에 와서 고침을 받을 것이요 안식일에는 하지 말 것이라”(14절)는 것입니다.

5. 외식하는 자들아

그러면 여러분, 이 회당장은, 앞서 우리가 살펴봤던 예수님의 행동 중에 어떤 모습이 안식일을 범한 것으로 보였을까요? 13절이 말하는 것처럼, 예수께서 그 병자에게 ‘손을 대어 안수한 것’이 안식일을 범한 것이라 했던 것입니다. 유대교에서는 안식일에 손을 사용하는 일을 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유대교에서는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39가지 정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씨뿌리기, 밭갈기, 수확하기, 타작하기, 반죽하기, 찧기, 바느질하기, 불끄기, 불지피기, 묶기, 풀기, 망치질하기, 운반하기 등등”<https://www.jewfaq.org/shabbat> 손으로 하는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안식일에는 금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 중에 “묶기, 풀기, 운반하기”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이 규정대로라면, 예수께서 왜 15절 말씀을 하신 것인지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곧 예수께서는 15절에서 강하게 응대하며 말씀하시기를, “외식하는 자들아! 너희가 각각 안식일에 자기의 소나 나귀를 외양간에서 풀어내어 이끌고 가서 물을 먹이지 아니하느냐”라고 말씀하십니다. 곧, 너희들도 안식일에 소나 나귀에서 물을 먹이기 위해서, 안-되-는-줄-알-면-서-도, 손을 사용해서 짐승 묶어둔 줄을 ‘풀고, 다시 묶는 일’을 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짐승을 물이 있는 곳으로 ‘이끌고 가지 않느냐’, 곧 ‘운반하지 않느냐’는 말씀인 것입니다.

회당장을 비롯한 유대 지도자들은 마치 법 위에 있는 것처럼, 자기들은 하면서도 남들이 하면 불법이라 비난했던 것입니다. 이율배반입니다. 자기들의 행동은 자기 마음대로 합리화시켜버리면서, 이 거룩한 안식일에 가련한 여인을 치유하신 예수님의 행동을 일컬어 “안식일을 범했다”는 올가미를 씌우려 했던 것입니다.

6. 회개와 기쁨의 거룩한 공동체

미국의 구약학자인 월터 부르그만은 안식일의 하나님에 대해 두 단어로 정리합니다. 곧 안식일의 하나님은 ‘해방과 회복’의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말하기를, “안식일의 하나님은 이집트의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을 ‘해방’시킨 하나님이시다”(Set-free) “하나님은 일곱째 날에 쉬심으로 새롭게 활력을 ‘회복’하셨다.”(Refresh)라고 말합니다.<월터 브루그만 지음, 박규태 옮김, [안식일은 저항이다](복있는사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해방과 회복’ 오늘 예수께서 이 여인에게 베푸신 것이 이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오늘 본문은 말하기를, 예수께서 “꼬부라진” 여인(11절)을 “펴주셨습니다”(13절)고 증언합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16절이 말하는 것처럼, 열여덟 해 동안 “사탄에게 매인” 바 된 그녀를 “매임에서 풀어 주심”으로, “아브라함의 딸”, 곧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을 약속의 딸, 언약의 딸이라 불러주신 것입니다.

오랫동안 몸이 굽은 채로 지냈던 탓에, 이제까지 바닥만 보고 살아야 했던 그녀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그녀가, 그리하여 하나님과 연결된 끈이 끊어진 것처럼 낙망하며 살아야 했던 그녀가, 이제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늘로 열린 소망이 그녀의 가슴에 불일 듯 타오르게 된 것입니다.

안식일은 그런 날이어야 했습니다. 회당은 그런 곳이어야 했습니다. 하나님의 긍휼하심이 넘쳐남으로, 해방과 회복이 불일 듯 일어나는 것이야말로 안식일 회당에서 벌어져야 할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다행스럽게도 오늘 본문은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꾸지람을 들은 후에, 그 회당에 모인 사람들이 두 가지 반응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17절을 다함께 읽겠습니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매 모든 반대하는 자들은 부끄러워하고 온 무리는 그가 하시는 모든 영광스러운 일을 기뻐하니라.” 아멘.

첫째로 예수님을 반대하던 사람들은 스스로 “부끄러워했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은 회개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둘째로 온 무리는 예수께서 행하신 그 영광스러운 일로 인해 “기뻐했다”고 합니다. 이와같이 오늘 본문은 ‘회개와 기쁨이 충만한 안식일 회당 풍경’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서강의 성도 여러분, ‘안식일 회당 풍경’이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주일 교회 풍경’ 또한 그래야 할 줄로 믿습니다. “회개하고, 기뻐하는 거룩한 공동체” 말입니다. 우리 서강의 공동체는 이러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