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불론과 납달리 해변을 걸으신 예수”

(마 4:12-22)

<2023년 1월 22일 주현 후 제3주 설교>

●주현절의 빛이 내리다

오늘 우리는 주현 후 제3주로 예배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두 주 전 설명드린 것처럼, 주현절(Epiphany)은 ‘주님이 자신의 본 모습을 공적으로 우리에게 나타내신 것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개신교회는 ‘主님’의 나타나심을 강조해서 “主現節”(주현절)이라 부르지만, 성공회는 주님이 ‘公的’으로 나타나신 것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公現節”(공현절)이라 부릅니다. 재밌는 것은 가톨릭교회는 이 두 가지를 다 강조합니다. 그래서 “주님공현대축일”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교파의 전통에 따라 이렇게 달리 부르고 있지만, 주현절기가 되면 세상의 모든 그리스도인은 저 하늘의 신비를 이 땅에 펼쳐 놓으신 주님의 놀라운 모습을 기념하고 축하합니다. 그래서 주현절에 해당하는 성경 말씀을 보면, 뭔가 신비롭고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서 아주 특별한 주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 우리가 나눈 마태복음 3장의 말씀도 주현절 본문에 해당하지요. 그렇다면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만날 주님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제가 오늘 설교 제목을 “스불론과 납달리 해변을 걸으신 예수”라 정한 것과 그리고 본문 16절이 이사야서 9장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흑암에 앉은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이 비치었도다”라고 말하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곧 오늘 본문에서 주님은 스불론과 납달리 땅 중에서 가버나움 해변을 찾아가셨습니다. 그리하여 그 땅에서 흑암과 사망으로 그늘져 있는 사람들에게 구원의 큰 빛을 비춰주신 사역을 비로소 시작하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만날 주님은 바로 거기 계십니다.

●『빛의 호위』

성경은 ‘빛에 관한 책’이라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빛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고 돌아온 “모세의 얼굴에서 광채가 났다”(출 34:29)는 이야기가 있고요, 예수께서 높은 산에 오르셨을 때 “그 얼굴이 해 같이 빛나고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더라”(마 17:13)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또한, 시편에는 빛에 관한 아름다운 고백들이 즐비하지요. 우리 교회가 올해 표어로 삼고 기도하는 시편 80편 3절은 “하나님이여 우리를 돌이키시고 주의 얼굴빛으로 비추사 우리가 구원을 얻게 하소서”라고 노래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편 27편은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오!”(시 27:1)라고 고백하면서, 전쟁을 앞두고 있던 시편 기자는 여호와께서 나의 빛이시고 나의 구원이시면 나는 하나도 두려울 게 없다는 고백을 가슴 절절하게 읊조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시편을 묵상하다가 조해진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빛의 호위』라는 소설입니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소설 속에서 빛은 외롭고 상처 입은 주인공을 호위해 주고 감싸줍니다. 그래서 책 제목인 빛의 호위는 어두운 주인공의 삶을 지탱시켜주는 구원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주인공은 어떻게 빛의 호위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어느 날 그녀가 카메라를 선물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의 인생은 ‘카메라가 있기 전과 후’로 달라진 것입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원리는 무엇인가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빛의 원리’입니다. 카메라는 ‘찰칵~’하는 순간, 빛을 모아서 피사체의 형상을 필름에 담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설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녀에게 카메라는 단순히 사진을 찍는 기계장치가 아니라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셔터를 누를 때 세상의 모든 구석에서 빛 무더기가 흘러나와 피사체를 감싸주는 그 마술적인 순간을 그녀는 사랑했을 테니까.”<조해진, 『빛의 호위』(창비)>

주인공은 빛이 피사체를 감싸주는 그 마술적인 순간을 자기 자신에게 적용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삶이 힘들고 고독하고 외로웠지만, 사진을 찍는 순간 빛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와서 나를 감싸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지요.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호위 무사가 주군을 지켜주는 것처럼, 차가운 음지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빛은 양지바른 곳으로 그녀를 이끌어 주었던 것입니다.

●빛으로 창조를 시작하신 하나님

사실 빛이란 존재는 성경에서 가장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하나님의 창조 대서사시가 열리는 창세기 1장을 보면, 태초에 하나님이 인간을 포함한 세상 모든 만물보다 먼저 창조하신 것이 ‘빛’이었습니다.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빛에 의해서 우주 만물이 활짝 열린 것입니다. 그러니까 세상은 ‘빛이 있기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됩니다. 빛이 있기 전에는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는 세상”(창 1:2)이었지만, 빛이 창조된 뒤에 비로소 세상 모든 만물이 저마다의 형체를 입고 고운 빛깔을 지니게 된 것입니다. 곧 성경에서 빛이 창조된 사건은 모든 만물에게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의 구원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마치 창조 이전의 상태처럼, ‘혼돈과 공허와 흑암’(창 1:2)만이 짙게 깔린 세상에 구원의 빛을 비추신 사건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어두운 세상을 살아가는 당신의 백성들을 환하게 비추시고자 자신의 아들을 보내주신 것입니다.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호위해 주시고, 감싸주시는 따사로운 빛으로 오신 것입니다.

●광야 시험과 신명기

오늘 본문은 예수께서 40일 동안 광야에서 금식하시며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신 뒤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마태복음 4장 1절 이하를 보시면, 예수께서는 마귀에게 세 가지 시험을 받으셨는데요, 그 시험이 어떤 것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일일이 살펴볼 시간은 없지만, 이것만큼은 꼭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곧 예수께서 마귀에게 세 번 시험을 받으실 때(4:4, 4:6 4:10), 세 번 모두 하나님의 말씀으로 응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말씀들이 모두 ‘신명기’의 말씀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마귀의 시험을 신명기로 이기신 것입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신명기는 ‘하나님의 복과 저주’에 대해 자주 언급합니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저주를 받고,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복을 받을 수 있는지 모세는 피를 통하는 심정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설교합니다. 그래서 어느 신학자는 말하기를, “신명기는 단순한 율법서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심장에 호소하는 사활적 지침들이다. --- 신명기는 구약성서의 복음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하나님 백성으로 살 자격을 잃은 백성을 다시금 ‘언약 갱신의 자리’,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자리’로 초청하고 있기 때문이다.”<김회권 지음, 『신명기』(한국장로교출판사)>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이러한 신명기의 말씀을 통해 마귀의 시험을 이기신 것은 그가 앞으로 전하실 복음의 특징이 어떠할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즉 예수께서는 소망을 잃고, 빛을 잃고, 풀 죽어 있는 백성들에게 ‘당신들은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이제 더 이상 어둠에 거하지 마십시오. 어서 빛으로 나오십시오! 회개하고 복음을 믿고, 그리하여 하나님의 빛가운데 거하십시오!’ 말씀하시며, 단순한 율법을 넘어서고, 신명기조차도 훌쩍 뛰어넘는 놀라운 복음을 전할 채비를 완벽하게 갖추신 것입니다.

이렇게 이어지는 오늘 본문 말씀은 시작부터 긴박하게 돌아갑니다. 곧 예수께서는 세례자 요한이 잡혀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으셨습니다. 그 뒤로 주님은 곧바로 갈릴리로 잠시 물러가셨다가(12절) “스불론과 납달리 지경 해변에 있는 가버나움에 가서 사셨다”(13절)고 증언합니다.

그런데 마태는 이러한 예수님의 행보를 눈여겨보면서 그것은 그 옛날 이사야의 예언을 성취한 사건이라고 우리에게 전언합니다. 곧 마태는 이사야서 9장 1절과 2절을 인용하며 말하기를, “스불론 땅과 납달리 땅과 요단 강 저편, 해변 길과 이방의 갈릴리여! 흑암에 앉은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이 비치었도다 하였느니라”(마 4:15-16)고 합니다.

이 말씀을 자세히 보시면, 앞서 살펴봤던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를 저절로 연상시킵니다. 곧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던 세상”(창 1:2)에 하나님이 빛을 창조하신 것처럼, 오늘 본문에서 이사야는, 그리고 마태는 스불론 땅과 납달리 땅과 요단강 저편, 해변 길, 그리고 이방의 갈릴리를 향하여 “흑암에 앉은 백성들과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이 비치었다!”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사야 9장1절 “해변길”과 주요 지역

먼저 이러한 이사야의 예언을 이해하기 위해서 지도를 보시면서 몇 가지 위치를 확인할 게 있습니다. 첫째로, ‘스불론과 납달리’를 보시기 바랍니다. 열두 지파가 가나안 땅에 들어간 뒤로 이 지역은 스불론 지파와 납달리 지파가 들어가 살게 된 땅이라서, 그 이름대로 ‘스불론과 납달리 땅’이라 불렸습니다. 하지만 예수님 시대에는 이 지역을 통틀어 일반적으로 ‘갈릴리’라 불렀습니다.

‘갈릴리’라는 이름은 멸칭에 가까웠는데요, 왜냐하면 과거 앗수르가 북이스라엘을 침공해 들어온 뒤로 이 지역에는 이방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았기 때문입니다(왕하 15:29). 그래서 이사야는 “이방의 갈릴리여!”(사 9:1)라고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로 이사야는 ‘요단강 저편’을 언급했는데요, 지도상으로 보시면 그 지역은 값비싼 향료의 원산지로 유명한 ‘길르앗’ 지역입니다.

그리고 셋째로 우리가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이 지도상에 위로부터 아래로 연결되는 길입니다. 이 길은 지중해를 따라 내려가기 때문에 ‘해변 길 또는 해안도로’(via maris)라 불렸습니다. 이사야가 말하는 ‘해변 길’이 바로 이 길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서해안고속도’로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 길은 예수님 시대만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있던 길이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앗수르 제국과 바벨론 제국이 이스라엘을 침공하기 위해 사용한 길이 바로 이 길이었습니다. 곧 제국의 왕들이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길을 따라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애굽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고대로부터 제국들은 이 길을 차지하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전쟁을 벌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특별히 이 해안 길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가 있다면, 지도상 갈릴리 지역 아래쪽에 있는 ‘므깃도’였습니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아마겟돈’이 바로 이곳 ‘므깃도’에서 온 말입니다. ‘므깃도’는 그야말로 고대의 전쟁터였습니다. 어느 시대든지, 어떤 전쟁이었든지, 이 지역을 먼저 차지해야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호수아가 가나안에 들어가기 위해 점령한 곳이 이곳이었고요(수 12:21), 저 유명한 남유다의 요시아왕이 애굽의 바로 느고와 싸우다가 전사한 곳이 바로 이곳 ‘므깃도’입니다(왕하 23:29). ‘므깃도’를 점령하려 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중 하나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그리고 북쪽에서 남쪽을 가로지르는 ‘해변 길’을 차지하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열왕기하 15장에 보면, 당시 베가왕이 북이스라엘을 통치하던 때에 북이스라엘은 저 무시무시한 앗수르의 침공을 받습니다(왕하 15:27-29). 잔혹하기로 소문난 앗수르의 군대는 무자비하게 북이스라엘을 짓밟아 그들의 땅을 빼앗아버린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사야가 활동하던 때는 북이스라엘의 영토가 이미 앗수르에게 상당 부분 편입되어 버렸는데요, 당시 앗수르가 빼앗은 북이스라엘 영토가 크게 세 곳이었는데,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첫째는 “스불론 땅과 납달리 땅”이요, 둘째는 “요단강 동편의 길르앗”이었습니다. 그리고 셋째는 남북을 가로지르는 “해변 길” 의 주요 도시들이었던 것입니다.

예언자 이사야는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을 말합니다. 구분하기 쉽게 [새번역성경]으로 읽어드리면, “옛적에는 주님께서 ①스불론 땅과 납달리 땅으로 멸시를 받게 버려두셨으나, 그 뒤로는 주님께서 ②서쪽 지중해(해변 길)로부터 ③요단 강 동쪽 지역(길르앗)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④이방 사람이 살고 있는 갈릴리 지역까지, 이 모든 지역을 영화롭게 하실 것이다.”(사 9:1, 새번역)라고 말입니다.

●가버나움 해변을 찾아가시다

여러분, 예수께서 이러한 이사야의 예언을 이루려면, 그래서 해변 길을 찾아가신다면, 어떤 바다를 찾아가셨어야 합니까? 지중해로 가셨어야 합니다. ‘욥빠’로 가시든지 아니면 ‘가이사랴’로 가셔서 지중해 해변 길을 걸으셨어야 합니다. 그것이 이사야가 예언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앞서 말씀드린 해변 길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 곧 ‘므깃도’를 찾아가셔서 그곳에서 하나님 나라의 깃발을 꽂고 복음을 전하는 것이 훨씬 그럴싸하고, 전략적으로도 탁월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보시면 이런 배경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예수님의 선택을 보게 됩니다. 13절이 말하듯이, 예수께서는 “스불론과 납달리 지경 해변에 있는 가버나움으로 가셨다”고 하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마태는 이러한 예수님의 행보가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신 것”(14)이라고 못 박아 말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지중해 해변 길이 가버나움을 통과하긴 합니다. 하지만 해변 길이 관통하는 다른 중요한 도시들에 비하면 가버나움은 작고 보잘것없는 도시에 불과할 뿐입니다.

여름에 서해로 바캉스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만약 한강 변에 앉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셀카를 찍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러면서도 서해에 다녀왔다고 우긴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네가 무슨 서해에 다녀왔냐? 거기는 한강 아니냐!’고 했더니, ‘한강은 서해로 흐른다’고 대답하는 친구가 있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 예수께서 보여주시는 모습이 흡사 그러합니다. 주님이 선택한 도시는 지중해의 그 어떤 화려한 도시도 아니요, 전략적 요충지인 ‘므깃도’도 아니라, 온갖 이방인들과 촌사람들만이 득실거리는 ‘가버나움’이었습니다. 주님이 선택한 바다는 푸르고 짙은 지중해의 해변이 아니라, 사실 바다라고 하기에는 모자라도 많이 모자란, 갈릴리 바다의 좁다란 해변을 선택해서 찾아가 걸으셨던 것입니다.

●찾아가 ‘사셨다’: 임재(임마누엘)

여러분, 이렇게 가버나움 해변을 찾아가 걸으신 주님은 무엇을 하셨던가요? 17절을 보면 먼저 주님은 그 해변에 이르러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Metanoei/te\ h;ggiken ga.r h` basilei,a tw/n ouvranw/n)고 전하셨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선포 아닌가요? 이 선포는 마태복음 3장 2절에서 세례자 요한이 전한 복음, 곧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Metanoei/te\ h;ggiken ga.r h` basilei,a tw/n ouvranw/n)는 선포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다른 점이라면,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천국 복음을 전했고, 사람들이 그를 찾아갔지만(마 3:1-3,5), 예수께서는 갈릴리의 가버나움 해변을 친히 ‘찾아가신 것’입니다. 누구를 찾아가신 것인지, 그리고 왜 찾아가신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마태는 예수님이 그저 ‘찾아가셨다’ 말하지 않았습니다. 본문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를, “가버나움에 가서 사셨다”(He went and lived in Capernaum, 13절)고 합니다. 여러분, “가서 산다”는 말, 혹시 한자어 중에 이런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를 기억하십니까? ‘임재’(臨在)입니다. ‘임하셔서, 함께 산다’는 뜻입니다. 이 말을 히브리말로 뭐라고 할까요?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 마 1:23-24). 우리에게로 오셔서 우리와 더불어 먹고 마시는 주님이 가버나움에 임재하신 것입니다. 성육신하신 임마누엘의 주님이 지금 가버나움 해변으로 가신 것인데, 거기에는 목적이 있었으니, 누군가를 찾아가신 것입니다. 그곳에서 주님은 누구를 만나셨습니까?

18절에 보니 첫째는 “베드로라 하는 시몬과 그의 형제 안드레”를 만나셨고, 21절을 보면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형제 요한”을 만나셨습니다. 예수께서 가버나움으로 가신 목적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곧 예수께서 가버나움에 우연히 가신 게 아닙니다. 어쩌다 보니 발길이 그쪽에 가 닿은 것도 아닙니다. 주님은 그곳을 일부러 찾아가셨고, 거기에는 분명하고 선명한 목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저들을 만나 그들을 제자로 부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주님은 지중해로 가지 아니하시고, 갈릴리 가버나움으로 가신 것입니다. 주님과 함께 세상에 불을 밝힐 제자들을 찾아 부르시려는 이 위대한 계획을 펼치시기 위해서, 예수님은 다른 해변이 아니라, 가버나움 해변을 찾아 걸으셨던 것입니다.

●빛의 자녀로 살며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남북을 가로지르며, 사통팔달하는 ‘지중해 해변 길’(via maris)이 아니라, 스불론 납달리의 좁다란 가버나움 해변 길을 걸으신 주님을 만났습니다. 남쪽의 애굽과 북쪽의 앗수르와 바벨론, 그리고 페르시아와 로마의 왕들은 정복자로서 지중해 해변 길을 다녔지만, 예수께서는 오욕의 땅, 저주의 땅, 이방인의 땅이었던 갈릴리 가버나움 해변을 평화의 왕이자 빛의 왕으로 찾아가셨습니다.

주님이 여러분을 찾아가신 것도 이와 같습니다. 주님이 여러분을 우연히 찾아가셨던가요? 주님이 다른 것 다 포기하고, 다른데 가지 않고 여러분들을 찾아가신 것입니다. 정현종 시인도 이렇게 말했지요.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니다. 그의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입니다.”<“방문객”, 정현종 지음, 『섬』(문학관)> 하물며 주님이 여러분을 찾아가신 것은 어떠하겠습니까? 우연히 주님을 만난 게 아닙니다. 주님이 다른 길을 포기하고서, 다른 방도를 포기하고서 여러분을 기필코 찾아내셔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것입니다. 주님도 다 버리고 우리를 따라나선 것입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우리를 찾아내셔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입니다.

제국의 왕들은 세상을 어둡게 만들었지만, 빛으로 오신 예수께서는 어두운 곳곳마다 구원의 등불을 밝혀 주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빛은 모든 믿는 자들을 호위하고, 모든 믿는 자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줍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빛의 호위’, 그것이 구원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확인한 것처럼, 이러한 주님의 빛은 가버나움 해변에서 처음으로 반짝이며 빛났습니다. 그 구원의 불이 이제 서서히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곧 주님이 비로소 하나님 나라를 전하셨고, “나를 따라오라” 제자들을 부르시며 빛의 자녀로 살게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르심 앞에 제자들 모두는 “버려두고 예수를 따랐다”(20,22)고 오늘 본문은 증언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양력으로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20여 일이 지났고, 오늘 우리는 정월 초하루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여러분 중에는 여전히 마음이 어둡고 침침하며, 뭔가에 눌려 있는 듯 그늘진 얼굴로 새해를 맞이한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됐습니다! 여러분 마음이 그늘져 있으면 우리 주님이 등불을 들고 여러분을 찾아가실 것입니다. 주님은 여러분을 반드시 찾아내실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버나움 해변 길에서 주님이 제자들을 부르셨을 때, 그들이 “버려두고 예수를 따랐다” 하는 것처럼, 새해가 밝도록 여전히 버리지 못한 마음의 때와 영혼의 찌꺼기가 있다면, 이제는 버려두고 예수의 마음으로 갈아입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에베소서의 말씀으로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여러분은 전에 그러한 어둠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맸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환한 곳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밝은 빛이 여러분의 길을 똑똑히 보여줍니다. 그러니 더 이상 비틀거리지 마십시오. 그리스도의 밝은 빛을 가까이 하십시오. 선함, 옳음, 참됨, 이 세 가지는 밝은 대낮에 어울리는 행위입니다. 그리스도를 기쁘시게 해드릴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것을 행하십시오. 헛된 일, 분주하기만 할 뿐 성과가 없는 일, 어둠을 좇는 무익한 일로 여러분의 시간을 허비하지 마십시오.”(엡 5:8-11, 메시지성경)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빛으로 찾아오신 주님 손에 이끌려서 에베소서가 말하는 이러한 빛의 자녀로 살아가는 올 한해를 맞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