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부조리한 세상에 구주로 오시다”

(요 4:5-42)

<2023년 3월 12일 사순절 제3주 /학원선교주일 / 장학주일 설교 / 보라색>

●영혼의 봄을 향한 비밀지도

지난 목요일에 봄비가 내린 뒤로 아침과 저녁 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차오르고 있습니다. 포근한 공기가 차가운 대기를 밀어내면서 새봄이 성큼 다가온 것입니다.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신발 밑에 밟히는 땅이 ‘폭삭폭삭’ 느껴지면 봄이 온 것”이라 하는 말을 들었는데요<KBS 클래식FM “세상의 모든 음악”의 진행자 전기현씨>, 봄은 겨우내 묶인 것을 풀고, 경직된 세상을 부드럽게 만드는 마치 하나님의 따뜻한 입김처럼 우리에게 오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봄의 따뜻함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임덕기라는 시인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나무를 지켜보며 나무의 마음을 읽습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나무는 봄빛을 향해 끝없이 구애를 해왔다고 합니다. 그늘져 외로울 때마다 허공을 향해 가지를 뻗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사나운 강풍이 나무껍질을 고통스럽게 후벼 파는 것을 목도하면서, 다음과 같이 비장하면서도 아름다운 결론을 내립니다. “맨몸으로 혹한을 건너는 나무들, 봄을 찾아가는 비밀지도 한 장씩 꼭 쥐고 있다.”<임덕기 지음, 『봄으로 가는 지도』(도서출판지혜)>

이 시를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이 오면, 새들은 날갯짓으로 파릇한 봄기운을 느끼고, 땅은 폭삭거리며 틈을 만들어, 그 틈으로 붉고 노란 꽃이 피어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 따뜻한 영혼의 봄이 오는 것은 왠지 요원해 보이기만 합니다. ‘혹한을 건너는 나무들은 봄을 찾아가는 비밀지도를 쥐고 있다’ 시인이 말하는데, 세상에는,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영혼의 혹한으로 시리고 아픈 사람들이 많아 보여서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사마리아에 살던 한 여인을 만납니다. 그녀는 이름도 없이 그저 ‘수가성 여인’으로 불립니다. 이 여인은 자신을 찾아온 예수님으로 인해 영혼의 비밀지도를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삶과 신앙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이 말씀을 통해, 주님이 여러분에게 주시는 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을 얻어 마심으로, 영혼의 봄날을 향한 비밀지도 한 장씩 손에 꼭 쥐어 잡는 이 시간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카뮈 『이방인』의 태양

중학교 시절에 저는 방황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자세한 말씀을 드릴 수는 없겠지만, 당시 15살 소년이었던 저는 여러 문제로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 언제나 제 손을 떠나지 않았던 책이 한 권 있었는데요, 그게 성경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마는 당시 저는 교회에 다니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제 손에 들려있던 책은 당시 문고판으로 출간된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의 『이방인』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지금 읽어도 그다지 재미는 없고, 어렵기만 한 책인데, 당시 저는 무슨 이유에선지 버스 안에서도 읽었고, 수업시간에도 선생님 몰래 읽었습니다. 때로는 길을 걸으면서도 읽었고, 심지어 노트에 옮겨 적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교회에 다니고 나서부터는 『이방인』을 내려놓고 성경책을 들고 다녔습니다.

알베르 카뮈는 세상이 ‘부조리하다’ 말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인간이 아무리 알려고 해도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 차 있고, 아니, 이해는커녕 모를 일들로만 가득 차서 사방이 온통 미궁에 빠져 있을뿐더러, ‘인간이란 존재는 이처럼 알 수 없는 세상을 살다가 결국 죽게 될 운명 아닌가?’ 하면서 세상을 바라본 것입니다.

이 책에는 뫼르소라는 주인공이 어느 해변에서 뜻하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가 어처구니없게도 ‘뜨거운 태양’(햇빛, 햇볕)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장면에 태양이란 단어가 하도 많이 나와서 저는 책에다 동그라미 표시를 해 놓고 세어 보기까지 했습니다. 무려 스물두 번이나 나옵니다.

단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것도 그렇지만, 표현이 적나라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햇빛은 거의 수직으로 모래 위에 내리꽂혔다.” “태양은 이제 찍어 누르듯 뜨겁게 내리쬐었다.” “햇볕 때문에 뺨이 타오르는 듯했다.” “태양이 쏟아내는 알지 못할 현기증을 이겨내려고 온 힘을 다해 버텼다.” “태양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알베르 카뮈 지음, 최헵시바 옮김, 『이방인』(더클래식)> 결국, 주인공은, 독자로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지만, 강렬하게 내리쬐는 뙤약볕을 견디지 못해 살인을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이처럼 카뮈의 작품 『이방인』에서 태양은 주인공을 강하게 압박하고, 꼼짝 못 하게 옥죄었으며, 한 인간으로 하여 아찔한 현기증을 불러일으킨 나머지 무기력하게 만든 존재였습니다. 그 결과 주인공은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를 만큼 무감각해진 상황, 곧 부조리한 상황을 자초하고 만 것입니다.

우리 삶에도 이런 순간이 있습니다. 때로는 어려운 경제 사정이 우리를 꼼짝 못 하게 하고 주눅 들게 만듭니다. 맥 빠지게 만듭니다. 부조리를 경험한 것입니다. 때로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로 인해 우리는 분노하거나 냉소하게 됩니다. 그 또한 부조리한 사회가 주는 압박감일 것입니다. 또한,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가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것처럼,<장 폴 사르트르 지음, 지영래 옮김, 『닫힌방』(민음사)> 때로는 인간관계가 우리를 부조리하게 만듭니다. 피차 위로하고, 평화와 안식을 주고받아야 할 가족이나 친구가, 그리고 심지어 교회의 성도들이 서로 간에 짐이 되고 부담이 됩니다. 부조리한 관계가 틀림없습니다.

●수가성 여인의 부조리-1: 변질된 ‘예배와 언약의 땅’(장소의 부조리)

오늘 본문 요한복음 4장에는 『이방인』의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삶에 현기증을 느끼듯 위태위태하게 살아온 가련한 여인이 나옵니다. 예수님과 몇 마디 나눈 대화 속에서 드러나지만, 그녀의 어두운 과거는 현재형이었습니다. 과거가 현재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녀에게 무슨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조차도 엉망진창일 수밖에 없는 부조리한 삶을 살아왔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그녀의 인생이 어떤 점에서 부조리했는지 암시하듯 알려주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그녀는 세 가지 이유로 부조리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첫째로, 그녀가 살던 마을, 곧 장소가 부조리합니다. 그녀는 사마리아 지역에 있는 ‘수가’(Sycar)라는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를 ‘사마리아 여인’ 혹은 ‘수가성의 여인’이라 부르고 기억합니다. 학자들은 오늘 본문에 ‘야곱의 우물’이 나오는 점을 비롯해서, 그 밖의 여러 정황을 미루어 볼 때, 이곳 ‘수가’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세겜’(Shechem)과 같은 곳이거나 최소한 그 근처에 있는 마을이라 추정하곤 합니다.<biblearchaeology.org>

구약성경에 나오는 세겜은 ‘예배의 자리이자 언약의 땅’이었습니다. 이미지를 보시면, 양쪽으로 ‘그리심산과 에발산’이 있고, 그 가운데 세겜이 있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처음 들어왔을 때 제단을 쌓은 곳이 바로 이곳 세겜입니다.(창 12:5-7) 아브라함의 손자이자 이스라엘 12지파의 아버지인 야곱도 그의 가족과 함께 제일 먼저 제단을 쌓은 곳이 바로 이곳 세겜이었습니다(창 33:20). 오늘날에도 이곳에 가면 이미지 중앙에 표시된 것처럼, ‘야곱의 우물’ 자리가 전설처럼 남아있기도 합니다.

또한 여호수아서 24장을 보면, 가나안 땅에 들어온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리심산과 에발산 사이, 곧 세겜에 제단을 쌓으면서, 모세가 전해준 언약과 율법으로 저들의 신앙을 갱신하며 서약한 적이 있습니다(수 24:25 “그날에 여호수아가 세겜에서 백성과 더불어 언약을 맺고 그들을 위하여 율례와 법도를 제정하였더라”) 그러므로, 다시 말씀드리지만, 세겜은 명실공히 ‘예배의 자리이자 언약의 땅’이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예배의 자리이자 언약의 땅’이었던 세겜이 신약성경에 와서는 오늘 본문에서처럼 ‘수가’(Sychar, Suca.r)라 불리게 되었는데, 뜻이 좋지 않습니다. ‘수가’는 ‘술에 취한’(druken, 사 28:1) ‘거짓’(falsehood, 합 2:18)이란 뜻입니다.<Strong’s Concordance G4965, Eliyah.com> 본문이 이 여인을 수가에 사는 사람이라 지칭한 것은, 지금껏 이 여인이 살아온 인생이 어떠했는지를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말해주는 것입니다. 본디 예배의 땅이요, 언약의 땅이었던 곳이, 이제는 술 취해 몽롱한 땅이요, 거짓의 땅이며, 이방인의 땅이 된 것입니다. 그녀의 삶도 이와 같은 모순된 삶을 살아왔음을 암시합니다. 본디 예배의 백성, 언약의 백성으로 살았어야 할 그녀가, 이를 다 상실하고, 자기 몸 하나 지키기도 버거운 부조리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수가성 여인의 부조리-2: ‘제육 시’(시간의 부조리)

둘째로 이 여인이 예수님과 만난 ‘시간’이 부조리합니다. 오늘 본문 6절을 보면, 예수께서 이 여인을 만난 시간이 유대 시간으로 “여섯 시” 입니다.(요 4:6) 오늘날로 치자면 햇볕이 가장 뜨겁게 작열하는 12시 정오를 가리키는 시간입니다. 고대인들은 한낮의 해가 너무나도 뜨거워서 정오에 다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이 여인은 정오에 물을 뜨러 옵니다. 뭔가 내밀한 사정이 있는가 봅니다. 설령 한낮 뙤약볕에 머리가 찍히더라도, 남들의 눈을 피해야 하는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던가 봅니다.

요한복음에는 두 번의 ‘여섯 시’가 나옵니다. 첫 번째가 오늘 본문이고, 두 번째는 요한복음 19장에 나옵니다. 빌라도 총독 앞에 선 유대 백성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 소리쳤던 시간이 ‘제육 시’ 곧 ‘여섯 시’였습니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강렬한 햇빛으로 인해 살인을 저질렀던 것처럼, 정오의 햇빛이 저들의 머리를 내리찍었기 때문이었을까요? 만왕의 왕으로 오신 예수를 죽이라는 저 유대 백성들의 소리만큼 부조리한 소리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자기들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주를 죽여버리라고 애원하고 간청하는 이 어리석은 백성들만큼 부조리한 사람들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이 여인이 ‘여섯 시’의 뙤약볕 아래 서 있던 것은 삶의 부조리를 온몸으로 안고 살아가는 한 가련한 여인의 모습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수가성 여인의 부조리-3: 무기력, 무분별한 삶(삶의 부조리)

셋째로는 그녀의 삶 자체가 부조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본문 16절에서 예수께서는 여인에게 말씀하시기를, “네 남편을 불러오라” 하십니다. 그러자 여인은 “나는 남편이 없나이다”라고 의미심장하게 대답합니다. 그녀의 대답은 틀리기도 하고 맞기도 합니다. 이 여인은 이미 다섯 남자와 살았고, 지금은 여섯 번째 남자와 살고 있기 때문에, 남편이 없다는 그녀의 대답은 틀렸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맞습니다. 공부를 많이 했다고 시험 잘 보는 게 아니듯이, 신앙생활을 오래 했다고 저절로 신앙이 좋아지는 건 아니듯이, 남편이 여섯 아니라 육십 명이 있었다 한들, 그것이 어찌 좋은 남편을 보증할 수 있겠습니까? 남편이 여섯 있었지만 실상 그녀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한 남편은 하나도 없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므로 그녀는 일곱 번째 남편으로 신랑 되신 주님을 만나야 했던 것입니다.(마 25:6)

당시 사회에서는 통상적으로 세 번, 합법적으로 재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가성 여인은 그것조차 어기고 여섯 번째 남자와 살고 있다는 것은, 지금껏 삶을 정성스럽게 가꾸지 못했고, 그녀가 원했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무기력하고도 무분별한 삶을 산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는 상처만이 가득하여 피해의식과 적대감으로 자기방어에 급급한 삶을 살아온 것이 분명합니다. 그녀의 삶은 부조리했습니다. 그리고 부조리한 만큼 목말랐던 것입니다.

●니고데모의 거울(Nicodemus’s Mirror Image)로서의 수가성 여인

우리가 지난주 본문 요한복음 3장에서 어두운 밤에 길을 떠난 니고데모를 만났다면, 오늘 본문 요한복음 4장에서는 한낮의 뜨거운 햇볕 아래 서 있는 수가성 여인을 만난 것입니다. 3장에서는 니고데모가 예수께로 갔지만, 오늘 본문 4장에서는 예수께서 여인에게로 가셨습니다. 니고데모는 남성이요, 바리새인이며, 사회에서 존경받는 지도층이라 소개되는 것에 반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여인은 무명입니다.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릅니다. 또한, 유대인들로부터 소외된 사마리아 사람인 데다가, 사마리아 사회 내에서조차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던 여인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학자는 오늘 본문에 나오는 수가성의 여인을 ‘니고데모의 거울 이미지’(Nicodemus’s mirror image)라 부르기도 합니다.<Koester, Craig R., Symbolism in the Fourth Gospel: Meaning, Mystery, Community, Fortress Press>

니고데모는 달빛 아래 있었고, 수가성 여인은 햇빛 아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언자 이사야가 “낮에 해가 네 빛이 되지 아니하며, 달도 네게 빛을 비추지 않을 것이요, 오직 여호와가 네게 영원한 빛이 되며 네 하나님이 네 영광이 되리라”(사 60:16)고 말한 것처럼, 낮의 해와 밤의 달은 저들의 영적 목마름을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오직 여호와가 네게 영원한 빛이 된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 두 사람에게는 다른 빛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오는 빛이었습니다.

●상처 입은 독수리의 치유자 예수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수가성 여인은 목말랐습니다. 사방이 부조리한 인생을 살아온 그녀는 야곱의 우물이 아닌 다른 물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수가성 여인에게 예수께서는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14절)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니고데모가 주님을 만나 위로부터 다시 태어나야 했던 것처럼, 수가성 여인은 쉽게 증발해버리고 마는, 그래서 더욱 큰 갈증을 유발하는 세상의 물이 아니라,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오늘날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존경해 마지않는 애비 피에르(Abbe Pierre, 1912-2007) 라는 신부님이 있습니다.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로 평생을 사신 분입니다. 피에르 신부님은 오늘 본문에 나오는 수가성 여인을 일컬어 “상처 입은 독수리”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바로 이와 같은 “상처 입은 독수리들을 치유하심으로, 그들이 하늘 높이 비상할 수 있도록 해주신 분”이라고 합니다.<피에르 지음, 백선희 옮김, 『단순한 기쁨』(마음산책)>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상처 입은 한 마리 독수리처럼, 한낮의 뙤약볕 아래에서 힘없이 파닥대고 있던 수가성 여인이 예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비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습니까? 그것은 ‘예배’였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수가성 여인에게 “아버지께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한다”(23절) 말씀하셨습니다. 수가성 여인이 야곱의 우물을 뜨러 왔던 “물동이를 버리고 동네로 들어가 ‘이는 그리스도가 아니냐!’”(28-29절) 외치게 된 것은 예배의 문제가 해결된 직후였던 것입니다.

이에 본문은 증언하기를 “사람들이 동네에서 예수께로 모여들었으며”(30절), 더 나아가 “그 동네 중에 많은 사마리아인이 예수를 믿게 되었다”(39절)고 본문은 말합니다.

●다시, 예배의 땅으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저는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여기서 말하는 동네는 어디입니까? 우리가 이미 살펴본 것처럼, 이 동네는 사마리아의 ‘수가’(Sychar)입니다. 부조리의 땅이며, 이방인의 땅입니다. 이런 동네에 살던 사람들이 예수께로 모였고, 예수를 믿게 되었다는 보고는, 이제 수가성이 ‘세겜의 명성’을 회복하는 것을 뜻합니다. 곧 ‘술에 취해 몽롱한 땅’(drunken)이요, ‘거짓의 땅’(falsehood)이었던 수가성이 아브라함과 야곱이 제단을 쌓은 곳이요, 여호수아가 하나님 말씀으로 언약을 갱신한 ‘예배의 땅이자 언약의 땅’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42절은 “수가성의 사람들이 ‘예수가 세상의 구주!’인 것을 알게 되었다” 선포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 삶에 있어서 예배는 얼마나 중요합니까? 여러분 인생에 있어서 예배는 우선순위 중 몇 번째입니까?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예배를 율법주의처럼 강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마음으로 드리지 않는 형식적인 예배를 가증하게 여십니다. 하나님께 우리 자신을 내어드리지 않고, 자기-의를 앞세우는 예배를 하나님은 결단코 받지 않으십니다. 또한, 저는 ‘예배드리면 만사가 형통한다’는 ‘예배 만능주의’를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가 거부해야 할 예배입니다.

다만, 이 부조리한 세상을 살면서 예배를 소홀히 여긴다면, 여러분은 무엇으로 영혼의 갈급함을 채우려 하십니까? 한밤의 달빛 아래 서 있던 니고데모가 그랬던 것처럼, 뙤약볕 아래 서 있던 수가성의 여인이 그랬던 것처럼, 매일매일 여러분의 영혼을 해치려는 낮과 밤의 유혹과 공포를 무엇으로 이기려 하십니까?

이처럼 부조리한 세상에서, 메마른 도시의 광야에서, 상처 입은 우리 영혼이 치유되고 회복될 곳은 어디입니까? 혹한을 지나는 우리 영혼이 새봄을 찾아가는 비밀지도를 어디서 얻으려 하십니까? 그곳은 오직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의 자리인 줄로 믿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배의 자리로 나오기를 주저하지 않는 여러분들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주님이 초대하신 예배의 자리에 나와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믿음으로 고백하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구원의 샘에서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를 길어 올리는 여러분 모두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